혈관을 갉아먹는 당뇨병의 공포, 당뇨병은 ‘혈관병’의 다른 이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혈관 망가뜨린다
우리의 몸속에는 지구 두 바퀴 반에 달하는 약 10만 킬로미터 길이의 혈관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이 혈관은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통로이자 고속도로와 같다. 만약 이 고속도로에 끈적하고 부식성이 강한 물질이 끊임없이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당뇨병 환자의 몸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당뇨병은 단순히 혈당이 높은 질환이 아니다. 고혈당이 지속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혈관을 서서히, 그리고 치명적으로 망가뜨리는 ‘혈관병’의 다른 이름이다. 이 침묵의 파괴자는 미세 혈관에서 시작해 심장과 뇌를 관장하는 대혈관까지 전방위적으로 공격하며, 결국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당뇨병이 왜 이토록 위험한지, 그 치명적인 혈관 파괴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만성 고혈당, 혈관 내피세포를 공격하는 독소
당뇨병의 핵심 병태 생리는 만성적인 고혈당 상태이다. 혈액 속 포도당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어 지속될 경우, 이 과도한 당분은 혈관 벽을 구성하는 내피세포에 직접적인 손상을 가한다. 포도당이 단백질과 결합하여 최종당화산물(AGEs)을 생성하는데, 이 물질은 혈관 벽에 달라붙어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혈관을 딱딱하게 만든다. 이는 혈관의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동맥경화증을 가속화하는 주범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혈관은 정상인보다 훨씬 빠르게 노화되고 손상되며, 이는 전신에 걸쳐 미세한 혈관부터 굵은 혈관까지 모두 영향을 미친다. 혈관이 손상되면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이는 곧 조직과 장기의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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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의 첫 희생양: 미세 혈관 합병증의 공포
당뇨병이 초기에 가장 먼저 공격하는 것은 신체 말단의 가늘고 섬세한 미세 혈관들이다. 미세 혈관이 밀집된 주요 장기는 눈의 망막, 신장의 사구체, 그리고 말초 신경이다. 이 부위의 혈관이 손상되면 각각 당뇨병성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라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실명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신증은 신장 기능을 저하시켜 결국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하게 만든다. 신경병증은 손발의 감각을 둔화시키거나 이상 감각을 유발하며, 이는 후술할 족부병증의 단초가 된다. 이 세 가지 합병증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가 인지하기 어렵지만, 일단 진행되면 회복이 매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혈당 조절 외에도 정기적인 안과, 신장 기능 검사가 필수적이다.

심장과 뇌를 겨냥하는 대혈관 합병증
미세 혈관을 넘어, 당뇨병은 생명을 위협하는 대혈관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성적인 고혈당과 염증은 심장과 뇌로 가는 주요 혈관에 동맥경화반(플라크)을 형성하고, 이는 혈관을 좁아지게 하거나 막히게 한다. 그 결과 심근경색, 협심증과 같은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뇌경색 및 뇌출혈)의 위험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는 비당뇨인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2~4배 높으며, 사망률 역시 높다. 특히 당뇨병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다른 심혈관 위험인자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혈관 손상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당뇨병 환자에게 심장마비나 뇌졸중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잘못된 혈당 관리로 인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협이 됐다.
서울 민병원 김경래 내과 대표원장은 “당뇨병 환자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급성 고혈당 자체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혈관 합병증이다. 특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대혈관 질환은 생명과 직결되며, 한 번 발생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혈당뿐만 아니라 혈압, 콜레스테롤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혈관의 파괴를 막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뇨병성 족부병증과 전신 관리
당뇨병의 혈관 파괴는 발끝까지 이어진다. 당뇨병성 족부병증은 미세 혈관 손상으로 인한 혈액 순환 장애와 신경병증으로 인한 감각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발에 작은 상처가 나더라도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상처가 잘 낫지 않고, 감각이 둔해져 상처를 인지하지 못해 감염이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조직 괴사로 이어져 발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는 당뇨병이 단순히 특정 장기가 아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적인 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매일 발 상태를 확인하고, 철저한 위생 관리와 함께 혈당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당뇨병은 혈관을 부식시키는 만성적인 질병이며, 그 합병증은 혈관이 닿는 모든 곳에서 발생한다. 당뇨병 진단은 단순히 식단 조절을 시작하라는 경고가 아니라, 전신 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한 평생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선언이다. 철저한 혈당 조절, 규칙적인 운동, 금연, 그리고 혈압 및 콜레스테롤 관리를 병행하는 통합적인 접근만이 당뇨병이 초래하는 치명적인 혈관 파괴를 막는 유일한 길이다.
서울 민병원 김경래 내과 대표원장은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한다는 것은 곧 혈관 건강을 지킨다는 의미와 같다. 혈당 수치뿐만 아니라, 혈관의 노화 속도를 늦추고 염증을 줄이는 생활 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통해 당뇨병이 ‘혈관병’이라는 오명을 벗고 건강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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