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그리스 시대의 한 남성이 발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의사의 진찰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AI 제작 이미지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도 통풍이? 고대 문명 속 통풍의 발자취
통풍은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가장 오래된 질병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5세기경 이미 통풍을 기록했으며, 이 질병은 오랫동안 특정 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특히 과도한 육식과 음주를 즐기던 고대 왕족과 귀족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여 ‘왕의 병’ 또는 ‘부자의 병’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통풍은 과거의 유물로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에서도 그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며 많은 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생활 방식의 변화는 통풍 환자의 저변을 넓혔으며, 더 이상 부유층만의 질병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과거의 통풍과 현대의 통풍은 발생 원인과 발병 계층에서 유사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보였다.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통풍의 역사적 흐름을 추적하고, 통풍이 ‘왕의 병’으로 불리게 된 사회경제적 배경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통풍의 유병률이 증가하는 원인과 예방 및 관리의 중요성을 조명하여, 인류와 오랜 시간 동행해 온 통풍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고대 문명 속 통풍의 발자취
통풍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2640년경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발견된 흔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미라에서는 통풍의 특징적인 병변인 요산 결정체가 관찰됐다. 고대 그리스의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400년경 통풍을 ‘발에 덫을 놓는 병’이라는 의미의 ‘podagra’로 명명하며 그 증상을 상세히 기술했다. 그는 통풍이 남성에게 주로 발생하며, 젊은 남성이나 폐경 전 여성에게는 드물다는 사실, 그리고 과도한 식사와 음주가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로마 시대의 철학자 세네카는 통풍이 당시의 방탕한 생활 습관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으며, 갈레노스는 통풍이 혈액 내 ‘탁한 체액’이 관절에 쌓여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고대 문명 속에서도 통풍은 이미 주목받는 질병이었으며, 기본적인 임상적 특징과 생활 습관과의 연관성이 인지되고 있었다.
‘왕의 병’ 혹은 ‘부자의 병’으로 불린 까닭
통풍이 오랜 기간 ‘왕의 병’ 또는 ‘부자의 병’으로 불린 배경에는 당시 사회의 계층별 식습관과 생활 방식이 깊이 연관돼 있다. 고대와 중세 시대에 육류, 특히 붉은 살코기와 내장류, 그리고 해산물은 주로 상류층만이 풍족하게 섭취할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이러한 음식들은 퓨린 함량이 높아 체내에서 요산으로 전환되는 양을 증가시켰다. 또한, 포도주와 맥주 등 알코올 음료 역시 귀족층의 연회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품이었으며, 알코올은 요산 생성을 촉진하고 신장의 요산 배출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육체노동이 적고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던 지배층의 sedentary(좌식) 라이프스타일 또한 통풍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영국의 헨리 8세, 프랑스의 루이 14세 등 유럽의 많은 군주들이 통풍으로 고통받았다는 기록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뒷받침하며, 통풍이 단순히 질병을 넘어 특정 사회 계층의 상징처럼 인식됐음을 보여준다.

현대 사회 통풍 유병률 변화와 위험 요소
과거 ‘왕의 병’이라 불리던 통풍은 현대에 들어서 더 이상 특정 계층만의 질병이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인구의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퓨린 함량이 높은 육류, 해산물, 내장류의 섭취가 일반 대중에게도 보편화됐으며, 과당이 많이 함유된 음료와 가공식품의 소비 또한 요산 수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 통풍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30대 남성 환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증후군과의 연관성도 강하게 제기된다. 이러한 질환들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여 신장의 요산 배출 능력을 저하시키고, 이는 곧 통풍 발병 위험을 증대시킨다. 유전적 요인 또한 통풍 발생에 영향을 미 미치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현대의 통풍은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생활 습관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중적인 질환으로 전환됐다.
통풍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
통풍은 극심한 관절 통증을 유발하여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는 질병이다. 따라서 예방과 적절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식습관 개선이 필수적이다.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붉은 고기, 내장, 일부 해산물)과 과당 음료, 알코올(특히 맥주와 증류주)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대신 채소, 과일, 저지방 유제품 등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권장된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신장의 요산 배출을 돕는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만은 통풍의 주요 위험 인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미 통풍 진단을 받았다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이 중요하다. 통풍은 급성 발작뿐만 아니라 만성적으로 진행될 경우 관절 변형, 신장 결석,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요산 수치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통풍은 고대 문명의 기록에서부터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인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존재해왔다. 과거에는 소수의 부유층과 권력층이 향유하던 과도한 식생활과 안락한 삶의 결과로 ‘왕의 병’이라 불렸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식습관 변화와 생활 양식의 서구화로 인해 그 유병률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도 통풍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는 더 이상 이 질병이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지속적인 연구와 의학 발전에도 불구하고 통풍은 여전히 완치보다는 관리에 초점을 맞춘 질환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건강한 식습관 유지,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관리 등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이 무엇보다 강조된다. 또한, 조기 진단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인 약물 치료 및 관리를 병행함으로써 만성적인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통풍은 인류의 역사와 문화적 변화를 반영하는 질병으로, 그 이해는 오늘날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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