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의무복무 지역의사제, 그 쟁점과 험난한 입법 전망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감 속에서 정부와 여당이 ‘지역의사제’ 도입을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르면 2027학년도부터 지역의사 전형으로 의대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된 상태다.
이는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배출된 의사 인력을 물리적으로 지역에 묶어두겠다는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제도로, 향후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고된다.

‘지역의사 양성’ 법제화의 신호탄, 국회 공청회 개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를 통해 ‘지역의사 관련 법안 공청회’를 개최하며 입법 절차의 첫 단추를 꿰었다.
이번 공청회는 단순히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넘어,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착수하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 짙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김원이, 강선우 의원이 각각 발의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과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의 ‘지역의료 격차 해소 특별법’ 등 다수의 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이들 법안을 종합하여 수정 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수정 대안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핵심 내용을 포괄하면서도, 실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번 공청회 직후 본격적인 축조 심사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되며, 이는 지역의사제 도입이 더 이상 논의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화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10년 의무복무’와 ‘면허 취소’, 강력한 구속력의 명암
이번 지역의사제 논의의 핵심은 ‘10년 의무복무’라는 강제 조항에 있다.
정부의 수정 대안에 따르면,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된 의대생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장학금 등 학비 지원을 받는 대신,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근무 기관은 복무 지역 내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일정 부분 자율성을 부여했으나, 근본적으로 ‘지역 이탈’은 원천 봉쇄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의무 불이행 시 가해지는 제재의 수위다.
법안은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 명령을 내리고, 이후에도 불이행 시 1년 이내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했다.
더욱이 이러한 면허정지 처분이 3회 이상 누적될 경우, 의사 면허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초강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기존의 공중보건장학제도 등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던 원인을 ‘구속력 부재’로 진단하고, 이를 법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헌법적 가치 충돌: 직업 선택의 자유 vs 공공복리
그러나 의료계는 이러한 강제 조항이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인력 수급은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과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의무복무를 강제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피력했다.
협회 측은 과거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는 ‘공중보건장학제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원자 미달로 사실상 사문화되었던 전례를 들며, 10년이라는 장기간의 의무복무가 위헌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들이 해당 전형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법적으로 강제한다 하더라도 실효성 있는 인력 확보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의료계의 판단이다.
정부의 확고한 입장과 2027년 도입 시나리오
이러한 위헌 논란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법률 자문 결과 위헌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복지부는 10년 의무복무 부과와 불이행 시 면허 취소 조항이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도입 가능하다는 법리적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는 공공복리를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의 추진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지난 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여당 지도부와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지역의사제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2027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의사제의 구체적인 선발 비율과 세부안을 함께 확정 짓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2027학년도 입시부터 지역의사 전형이 신설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의료계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 그리고 위헌 시비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가 제도의 안착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역 의료 공백 해소라는 당위성과 개인의 기본권 침해라는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국회와 정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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