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탁자 위에 펼쳐진 신비로운 보이니치 필사본의 페이지들
500년 미스터리 보이니치 필사본, AI가 풀 열쇠인가?
약 500년이라는 실로 긴 세월 동안 전 세계 수많은 언어학자와 암호 해독가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고 좌절의 쓴맛을 안겨줬던, 서양사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문서로 손꼽히는 ‘보이니치 필사본’은 여전히 그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1912년 이탈리아의 고서적상 빌프리드 보이니치가 세상에 알린 이 고문서는 대략 240페이지에 달하며,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식물 삽화, 난해한 천체도, 그리고 현존하는 어떤 언어와도 닮지 않은 이해 불가능한 문자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필사본은 마치 중세 시대의 모든 미스터리와 수수께끼를 한데 모아 놓은 종합 선물 세트와도 같습니다.
내용상으로는 약초학, 천문학, 우주론, 생물학, 약학, 심지어는 기이한 목욕 풍경을 담은 인물 그림들까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필사본에 사용된 문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그 어떤 자연어는 물론, 인위적인 암호 체계와도 부합하지 않아 전문가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수많은 세계적인 학자와 연구자들이 이 필사본의 심오한 의미를 파헤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하며 이를 둘러싼 온갖 추측과 가설만이 무성하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어떤 이는 이를 고도로 정교한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인류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고대 지식이나 미지의 언어가 담긴 인류 최후의 보고라고 역설하기도 합니다. 2025년 현재까지도 그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이 오랜 침묵을 깨뜨릴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뜨겁게 쏠리고 있습니다.

발견부터 현재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연대기
보이니치 필사본의 본격적인 현대사 연구는 1912년 폴란드계 미국인 고서적상인 빌프리드 보이니치의 손에 들어오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 근교의 프라스카티에 위치한 몬드라고네(Villa Mondragone) 수도원에서 이 필사본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필사본 자체는 탄소 연대 측정 결과 15세기 초 유럽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 이전에도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루돌프 2세와 같은 당대의 지식인들의 손을 거쳤다는 기록이 존재합니다.
특히 보헤미아의 연금술사였던 야쿱 호르치키가 소유했다는 설과 함께, 프라하의 카를 4세 대학 총장이었던 요하네스 마르치(Johannes Marcus Marci)가 17세기 로마의 학자 아타나시우스 키르허(Athanasius Kircher)에게 보냈던 편지에서 필사본이 언급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 역사는 훨씬 더 오래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발견 당시부터 이 문서는 그 내용과 형식에서 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약 240페이지에 달하는 필사본은 얇은 양피지(vellum) 위에 다양한 색상의 잉크로 정교하게 그려진 삽화와 알 수 없는 문자로 채워져 있습니다. 내용은 크게 여섯 가지 주요 섹션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약초학(Herbal), 천문학(Astronomical), 생물학(Biological), 우주론(Cosmological), 약학(Pharmaceutical),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구체적인 설명이나 분류가 어려운 ‘레시피’ 섹션입니다.
페이지마다 그려진 기묘한 식물들은 실존하는 식물과 유사한 듯 보이지만, 동시에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질적인 모습으로 대부분 분류 불가능합니다. 나선형이나 원형으로 배치된 천체 그림들은 일반적인 점성술 도표와는 거리가 멀었고, 특히 나체의 여성들이 복잡한 관을 통해 연결되거나 기이한 목욕을 즐기는 생물학 섹션의 그림들은 인체 해부도를 연상시키면서도 일반적인 해부학 지식과는 거리가 멀어 필사본이 단순히 평범한 책이 아님을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필사본의 정교함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입니다.
5800년전 지구를 지배했다는 거인 아눈나키를 기록한 이상한 고대 문서들.
정교한 언어인가, 기만적인 장난인가? 해독 시도의 좌절
수십 년간 수많은 세계적인 암호학자와 언어학자가 보이니치 필사본 해독에 매달렸습니다. 심지어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의 기밀 암호를 성공적으로 해독했던 당대 최고의 암호학자들조차 보이니치 필사본의 수수께끼 앞에서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기에는 그저 무작위적인 문자들의 나열, 즉 의미 없는 기호들의 집합일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했지만, 곧 통계적 언어 분석을 통해 이러한 단순한 가설은 반박됐습니다.
실제 자연어에서 나타나는 단어 길이의 분포(Zipf의 법칙), 문자의 반복 패턴, 특정 문자나 음절의 출현 빈도, 그리고 심지어는 문단 구조와 비슷한 흐름까지 감지됐기 때문입니다. 이는 필사본이 단순한 의미 없는 기호들의 조합이 아니라, 특정 규칙을 따르는 고도로 정교한 언어 체계를 가졌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필사본의 언어가 ‘보이니치 문자(Voynichese)’라는 고유한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문자와 음절, 단어들이 특정한 문법적 규칙을 따른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언어가 왜,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습니다. 마치 읽을 수는 있지만 이해할 수는 없는, 존재하지 않는 언어의 문법 교과서를 보는 듯한 역설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외계인의 언어부터 비밀 결사의 암호까지, 무성한 가설들
보이니치 필사본의 정체에 대한 가설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문서를 중세 시대의 위대한 사기꾼이 만든 정교한 농담이나 재정적 사기극이라고 치부하기도 합니다. 16세기 존 디(John Dee)와 에드워드 켈리(Edward Kelley)와 같은 인물들이 개입된 재정적 사기극이라는 설까지 제기될 정도로 구체적입니다. 반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 문명의 언어라는 다소 황당무계하고 비과학적인 주장까지 나왔다는 점은, 그만큼 이 필사본이 기존의 틀로는 설명 불가능한 영역에 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또 다른 가설로는 중세 시대의 연금술사나 마법사, 혹은 비밀 결사 조직이 그들만의 독점적인 지식이나 금지된 의학 정보를 숨기기 위해 개발한 암호문이라는 설은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가설 중 하나입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지식의 독점과 외부로부터의 보호가 중요했기에, 이러한 암호화된 문서의 필요성이 충분했을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특히 필사본 내의 식물 그림 중 일부는 15세기 유럽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아메리카 대륙의 식물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필사본의 기원에 대한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콜럼버스 이전의 미지의 대륙 지식이나, 혹은 신비주의 사상, 점성술, 주술적 의례와 연결될 가능성 등 다양한 해석이 덧붙여지며 필사본의 미스터리는 더욱 깊어졌습니다. 이 모든 가설은 필사본이 단순한 글이 아니라, 어떤 깊은 의도와 목적을 품고 만들어진 것임을 전제로 합니다.

2025년, AI가 풀 수 있는 마지막 퍼즐 조각인가
오랜 세월 인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던 보이니치 필사본은 2025년 현재,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전례 없는 새로운 해독 가능성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인간 중심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도저히 풀리지 않던 미묘한 패턴과 숨겨진 규칙들을, AI는 방대한 양의 비정형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통해 찾아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가 수백 년간 시도해도 찾지 못했던 미세한 문법적 구조나 의미론적 연결고리를, AI는 통계적 학습과 패턴 인식을 통해 발견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의 자연어 처리(NLP) 알고리즘과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하여 필사본의 문자에서 문법적 유사성을 찾아내거나, 특정 단어의 의미를 추론하고, 심지어 삽화와 텍스트 간의 연관성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AI는 특정 문자의 조합이 그림의 특정 요소와 항상 함께 나타나는 패턴을 찾아내거나, 단어의 출현 빈도와 맥락을 분석하여 숨겨진 의미를 유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결정적인 ‘로제타 스톤’이 없는 상황에서 AI 역시 난관에 부딪히고 있지만, AI가 언젠가 이 500년 묵은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어쩌면 AI가 찾아낼 단 하나의 단서가 인류의 고대 지식에 대한 시각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보이니치 필사본은 단순한 오래된 책이 아니라, 인류 지성사에 남아있는 가장 매혹적이고도 풀기 어려운 지적 도전 과제 중 하나입니다. 그 안에 담긴 미지의 언어와 기묘한 그림들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과거의 지식 체계, 어쩌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AI 기술의 발달이 이 오랜 미스터리를 해결할 열쇠가 될지는 미지수이나, 이 필사본은 계속해서 인류의 탐구 정신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인류가 나아가야 할 미지의 영역을 끊임없이 제시할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이 고대 문헌의 침묵 뒤에 숨겨진 장대한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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