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들이 복귀하여 병원 복도가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AI 제작 이미지
빅5 병원 전공의 80프로 복귀 첫날, 진료 현장 활력 되찾나? 복귀 첫날 긴급 투입된 의료진들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마침내 2025년 9월 1일부터 수련병원으로 돌아왔다. 정부의 지속적인 복귀 요청과 여러 유인책이 더해진 결과였다. 이들은 복귀 당일부터 외래 진료, 회진, 수술 등 실제 의료 현장에 곧바로 투입됐다. ‘빅5’ 병원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 병원의 전공의 복귀율은 70~80%에 달했으며, 지역 병원도 약 50%의 복귀율을 보여 상당한 규모의 인력 복원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규모 전공의 복귀로 장기화됐던 의료 공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 1년 6개월간 수술 지연, 외래 진료 축소, 응급실 과부하 등으로 고통받던 환자들과 의료진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복귀 첫날부터 진료지원 간호사(PA)와의 업무 분담, 의정 갈등으로 악화된 전공의와 교수 간의 관계, 그리고 근무 시간 단축 등 수련 환경 개선 문제가 새로운 현안으로 의료 현장을 덮쳤다. 단순히 인력이 돌아오는 것을 넘어,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과연 전공의들의 현장 투입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에 안정과 도약을 가져올 수 있을까, 아니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봉합하지 못한 채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까? 복귀한 전공의들이 마주한 현실과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며, 정부와 병원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의료계의 이목이 쏠렸다.

‘빅5’ 병원 전공의 80% 복귀, 현장 즉시 투입… 정부 유인책 통한 복귀 가속화
지난해 2월 의료 현장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2025년 9월 1일, 마침내 수련병원으로 돌아왔다.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 수련병원에서는 전체 전공의의 70~80%가 복귀했으며, 지역 병원에서는 약 50%의 전공의가 현장에 돌아왔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여러 유인책을 제시해왔다.
주요 유인책으로는 우선 초과 정원을 인정하는 방안이 있었다. 이는 전공의 모집 당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수련병원이 복귀 전공의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한 조치였다. 또한, 군 미필자의 경우 수련 완료 후 입대할 수 있도록 하는 병역 특례 연장 조치도 큰 영향을 미쳤다. 통상 군 미필 전공의는 특정 시기까지 수련을 마치지 못하면 입대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수련 기간 연장 가능성을 열어줘 상당수 전공의들이 복귀를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이 외에도 복귀하는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유예 및 최소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히며 부담을 덜어주려 했다.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당근책이 더해진 결과, 전공의들은 간단한 직무 교육을 마친 뒤 외래 진료, 회진, 그리고 수술 어시스트 등 핵심적인 진료 업무에 곧바로 투입됐다. 특히 그간 지연됐던 정규 수술 일정 소화와 응급실의 경증 환자 진료 보조 등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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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복귀 후 ‘PA 간호사 업무 분담’과 ‘수련 환경 개선’ 숙제
전공의들이 돌아오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특히 진료지원 간호사(PA)와의 업무 분담 문제가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올랐다. 의정 갈등 기간 동안 PA 간호사들은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인턴 및 레지던트의 업무 상당 부분을 담당해왔다. 이는 정부가 ‘PA 간호사 시범사업’을 통해 법적 보호 아래 업무 범위를 확대하며 사실상 이들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준 덕분이었다. PA 간호사들은 봉합, 기관 삽관, 중심정맥관 삽입, 처방 대리입력 등 과거 전공의들이 수행했던 다양한 의료행위를 숙련도 높게 수행하며 의료 공백 최소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전공의 복귀 후 PA 간호사들의 역할 재정립이 불가피해졌다. 복귀한 전공의들은 PA 간호사들의 숙련된 업무 능력에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향후 이들과의 효율적인 업무 재분배에 대한 깊은 고심을 드러냈다. PA 간호사의 공식적인 법제화 문제와 더불어, 전공의들의 수련 기회 보장과 PA 간호사의 숙련도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가 병원 앞에 놓였다. 병원들은 기존 인력과 복귀 전공의, 그리고 PA 간호사 간의 업무 재조정 방안을 모색하며 고심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PA 간호사의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 이어갔다.
또한,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 개선 논의도 병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장시간 연속 근무와 과도한 업무량은 오래전부터 전공의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정부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 사업’을 통해 주당 근무 시간을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연속 근무를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 시범사업은 전공의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수련의 집중도를 높이는 데 목적을 뒀으나, 병원 입장에서는 줄어든 근무 시간만큼의 인력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교육의 질은 어떻게 유지할지 등 복잡한 인력 운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필수 의료 분야, 여전한 인력난 속 복귀율 저조 현상 심화
전체적인 전공의 복귀율은 상당한 수준에 달했으나,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이른바 필수 의료 분야에서는 여전히 인력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전체 전공의 복귀율이 78.9%로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의학과는 34.6%, 심장혈관흉부외과는 43.8%, 소아청소년과는 58.9%, 산부인과는 62.1%에 그쳤다. 이는 필수 의료 분야의 복귀율이 다른 과목에 비해 현저히 낮음을 보여주는 수치였다.
필수 의료 분야 전공의들의 복귀율이 낮은 것은 고질적인 문제의 심화를 의미했다. 해당 분야는 다른 과목에 비해 높은 업무 강도와 낮은 보상, 그리고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이 커 젊은 의사들의 기피 현상이 심화돼왔다. 낮은 복귀율은 의료 시스템 전반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으며, 환자들의 진료 접근성에도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다. 특히 중증 및 응급 환자 진료 공백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부는 ‘필수의료 패키지’를 통해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 등을 추진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공의 복귀만으로는 필수 의료의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의정 갈등 후유증: 스승과 제자 간 신뢰 회복 지난한 과제
이번 의정 갈등은 단순히 의료 인력의 공백을 넘어, 병원 내부의 동료 간, 그리고 스승과 제자 간 신뢰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갈등이 격화되던 시기, 일부 전공의들은 사직하지 않고 병원에 남은 동료나 교수를 비난하는 ‘블랙리스트’를 유포하거나, 의대 교수들을 자신들의 수련 과정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중간착취자’라고 지칭하는 등 상호 비방이 이어졌다. 이러한 언어적 공격은 의료계 내부의 깊은 골을 만들었다.
갈등의 여파로 복귀한 전공의들은 동료와 교수들로부터 복합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교수들은 대체로 전공의들의 복귀를 환영하며 의료 현장의 정상화를 기대하는 분위기였지만, 투쟁을 주도했던 일부 전공의들이나 정부의 정책에 적극 동조했던 이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복귀파와 강경파 간의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따라서 전공의들의 원활한 수련과 의료 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업무 복귀를 넘어, 깨진 신뢰를 회복하고 상호 존중의 문화를 재건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병원 운영진과 학회, 그리고 정부는 공동의 노력을 통해 갈등의 골을 메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뢰를 재구축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대화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복귀는 그동안 수술 지연과 진료 축소 등으로 악화됐던 의료 서비스의 질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응급실 과밀화 완화와 외래 진료 대기 시간 단축 등 환자 체감 효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료지원 간호사와의 업무 분담 문제, 기존 인력과의 재조정, 필수의료 분야의 고질적인 인력난 심화, 그리고 무엇보다 의정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진 간의 신뢰 저하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큰 숙제로 남아있다. 각 수련병원과 정부는 전공의들이 안정적으로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 방안과 함께, 의료 현장의 복잡한 인력 운영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의료계 내부의 소통과 화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이 성공적으로 해결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한 단계 더 발전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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