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정책의 심장,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 25명의 위원이 빚어내는 빛과 그림자
건강보험 정책의 핵심 의사 결정 기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조에 근거하여 설립된 기관으로, 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 요양급여비용(수가), 보험료 등 건강보험 정책의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핵심 기관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시스템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운영의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25명의 위원들이 국민 건강과 지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보건·복지정책을 관장하는 정부부처인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차관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조(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①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ㆍ의결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유래
건정심의 전신은 1977년 구성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기구인 ‘의료보험심의위원회’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정책자문기구’에서 지금과 같은 ‘심의의결기구’가 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바로 2000년 보험법에 의거해 만들어진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이하 건심조)다. 건심조는 요양급여의 기준과 요양급여비용에 관한 문제·건강보험에 관한 주요사항을 논의하는 ‘심의’기구로 만들어졌으며 가입자와 사용자 대표 8인·의약계 대표 6인·공익대표 6인이 참여하는 ‘8:6:6’구조로 운영됐다. 그러나 건심조는 의약분업 후 찾아온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여파로, 구성 2년 만에 역사의 그 자취를 감췄다.
정부는 2002년 건강보험 재정적자 조기 해소 및 재정건전화 달성을 목표로 ‘재정건전화특별법’을 제정했고, 보험재정의 수입과 지출을 하나의 위원회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로 건심조를 재편, 현재와 같은 건정심을 탄생시켰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따른 설립 (2002년)
정부는 건강보험재정이 심각한 적자를 이어가며 재정 파탄 수준으로 치닫자 2002년 1월 19일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을 제정했다. 2006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을 발휘하는 한시법으로 제정된 특별법 제3조에는 심의의결기구로 ‘건정심’을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보험재정의 수입과 지출을 하나의 위원회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로 건심조를 재편, 현재와 같은 건정심을 탄생시킨 것이다. 또한 당시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건강보험 관련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건정심은 건강보험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건강보험법 개정을 통한 연속성 확보 (2006년)
2002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은 2006년 만료되었지만, 건정심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통해 그 기능을 지속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견을 결정하는 특별위원회인 재정운영위원회의 보험료 조절 기능이 건정심으로 통합됐다.
위원 구성
건정심은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한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들은 가입자 대표, 의약계 대표, 공익 대표 각 8명으로 구성되며, 위원 임기는 3년이다. 이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균형 잡힌 의사 결정을 위해 마련된 방식이다.
주요 기능 : 건강보험 정책의 핵심 요소를 결정한다.
보험료 조정: 국민의 경제적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상황을 고려하여 건강보험 보험료율 및 부과점수당 금액을 조정한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수가 조정: 의료기술의 발전, 의료비용 증가, 의료 서비스의 질 등을 고려하여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수가)를 조정한다.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의료비용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요양급여 심의: 의료기술의 발전, 의료비용 증가, 국민 건강 수준 등을 고려하여 요양급여의 기준 및 범위를 심의한다. 국민의 건강 수준을 향상시키고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 밖에 건강보험 정책에 관한 중요 사항 심의·의결: 건강보험 관련 법령 및 규칙 심의, 건강보험 재정 운영 계획 심의, 건강보험제도 개선 방안 심의 등 다양한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그림자
건정심은 건심조와 달리 보험료와 급여비, 건강보험 주요정책에 관한 ‘심의·의결권’을 갖게 됐고, 그 구조 또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고루 수렴한다는 취지로 가입자와 사용자대표 8인·의약계 대표 8인·공익대표 8인이 참여하는 ‘8:8:8’ 구조로 재편됐다.
이해당사자들이 건강보험 운영에 직접 참여한다는 구성 취지와는 달리, 건정심은 탄생 직후부터 적지 않은 갈등에 시달려왔다.
기존 건심조와는 달리 ‘의결·결정권’을 갖게 되면서 위원회의 역할은 크게 격상되었으나, 갈등을 조절하는 기능은 미비했다.
보험료와 요양급여비용 조정이라는 건정심의 역할을 볼 때 가입자와 공급자간 이해 상충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으나, 이를 중재할 공익대표들의 역할이 문제였다.
건정심 출범 당시 정부의 모든 관심은 건강보험 재정절감·재정 정상화에 맞춰져 있었다. 정부를 중심으로 한 공익대표들의 이러한 ‘비용 편향성’은 건정심 내에서 오히려 갈등의 불씨가 됐다.
건강보험 재정이 어느 정도 안정된 이후에도 건정심의 의사결정 ‘패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 주도의 의사결정 과정은 더욱 고착화 됐고, 이는 건정심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건정심을 둘러싼 논란, 많은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위원구성의 편향성·정부에 주어진 과도한 재량권을 꼽고 있다.
건정심은 기본적으로 각각의 직역을 대표하는 ‘8:8:8’의 위원들이 참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그 자리를 누구에게 나눠줄지는 사실상 정부가 결정한다. 건정심 위원에 대한 임명·위촉권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있다 보니 누구에게 전문가를 추천 받을지, 누구를 임명할지를 모두 정부 재량으로 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정심 구조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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