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보궐선거 다시 5파전, 강희경, 김택우, 주수호, 이동욱, 최안나
내년 1월 2일부터 시작되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제43대 회장 보궐선거가 예상치 못하게 다시 5파전 구도로 전환됐다. 기존에 출마가 점쳐졌던 인사들이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새로운 후보로 최안나 의협 대변인이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의협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보궐선거의 후보 등록은 오는 12월 2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다. 후보자들은 최소 500명 이상의 회원 추천서를 확보해야 하며, 등록 후 결격 사유가 없는지 검토 과정을 거쳐 12월 3일 최종 후보가 발표된다. 선거는 내년 1월 2일부터 4일까지 온라인과 우편 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월 7일부터 8일까지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22년과 지난해 의협 연회비를 납부한 회원들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결 구도
이번 보궐선거의 주요 후보로는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강희경 교수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 김택우 회장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 ▲최안나 의협 대변인이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주수호, 김택우, 이동욱 후보는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들은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과 함께 투쟁 노선을 강조하고 있으며, 의사들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강희경 후보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성향으로, 대화와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새롭게 출마를 선언한 최안나 후보는 젊은 의사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의협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대학교 출신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인물이다. 교수로서의 경험과 서울대병원의 휴진 투쟁을 이끈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의협의 투명성과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의협 내에서의 경험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밖에서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며 의협을 개선의 대상으로 보기도 한다. 후보 중 가장 온건파로 평가되지만, 서울대병원에서의 투쟁 경험을 통해 자신은 결코 온건한 입장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은 경상국립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로, 강원도의사회장직을 맡으며 의대증원 반대 투쟁을 이끌었다. 젊은 의사들, 특히 전공의들과의 소통에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의대증원 저지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정부와의 강경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전공의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의협의 비대위 활동을 지지하면서도, 의료파업과 같은 수위 높은 투쟁에 대해선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의 협상에선 강한 투쟁을 주장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로, 과거 의협 회장직을 수행한 경험이 풍부한 후보다. 현재 미래의료포럼 대표로 활동하며 의료계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의협의 리더십 강화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의협이 원보이스를 만들어 정부가 의협을 무시하고 산하 단체와 직접 협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적 경험과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준비된 후보로 평가되며, 다양한 복안을 마련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로, 경기도의사회를 이끌며 강경한 대정부 투쟁을 펼친 인물이다. 의대증원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강력히 반대하며, 매주 전공의 및 의대생들과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100일 넘는 대통령 출근길 시위를 이어가는 등 열혈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의료계 현 상황을 ‘의료농단’이라고 지칭하며, 의협이 말뿐인 태도를 바꾸고 강력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투쟁 없는 협상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최안나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바꾸자 의협 살리자 의료’라는 기치를 내걸고 의협의 변화와 의료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한다. 임현택 전 회장 탄핵 이후, 의협이 처한 위기 상황을 직시하며, “최안나의 의협”으로 정부와 맞서겠다고 다짐한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그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난임센터장으로 일한 후, 의협에서 총무이사와 기획이사직을 수행해왔다. 젊은 의사들이 의협의 중심이 되도록 구조를 바꾸고, 젊은 의사들의 열정을 실현할 무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하며, 의협의 리더십 강화를 주장한다.
최안나 후보의 출사표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11월 29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최 후보는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의협을 바꿀 때가 왔다”며 “내가 희생해서라도 의협과 의료계를 살릴 수 있다면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서울특별시의사회 공보이사,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을 역임했으며, 올해 초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의료계 내부에서 입지를 다졌다.
특히 최 후보는 지난 2월 국립중앙의료원 주영수 원장의 전공의 사직 관련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임현택 회장 집행부에 합류해 총무이사 겸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대내외 소통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불출마 선언한 인사들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가 유력했던 인사들 중 일부는 고사 의사를 밝혔다. 이상운 대한병원장협의회 회장은 11월 26일 “의협 회장은 의료계의 단합된 힘을 이끌어낼 수 있는 투쟁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며 출마를 포기하고, 박형욱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박 비대위원장은 “현재 맡고 있는 비대위원장 역할에 집중할 시기”라며 선거 불출마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협 회장은 오랜 경험과 미래 세대를 위한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며 “상대방 비난에 의존하지 않고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회장의 과제
이번 보궐선거는 의협 회장의 공석을 메우는 동시에, 의료계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의 의료정책 협상, 코로나19 이후 의료 체계의 회복, 전공의 및 개원의 문제 해결 등 산적한 과제들이 차기 회장의 리더십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대결 구도 속에서 선출될 회장이 어떤 방향으로 의료계의 목소리를 이끌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젊은 혁신과 전통적 강경투쟁의 대립이라는 구도 속에서, 내년 1월의 선택이 의료계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