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협의체 존폐 위기,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더는 들러리 설 수 없다”
출범 초기부터 “보여주기식 행보”에 불과했다며 의료계의 비판을 받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가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정부와 여당의 강경한 태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의대 신설 발언까지 겹치며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 의지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이다.
출범부터 삐걱… ‘반쪽짜리 협의체’
지난 9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의사단체의 불참으로 한동안 출범조차 하지 못했다. 이달 11일 대한의학회와 KAMC가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가까스로 출범했지만, 주요 당사자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의대생 단체,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불참으로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첫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국민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결과를 드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회의에서는 매번 난항을 겪었다.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는 가능하나 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세 차례 회의에서도 성과는 없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라디오에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조정 가능성은 0%”라고 단언하면서 협의는 사실상 결렬된 상태였다.
의대 신설 발표… 의료계 반발 격화
설상가상으로 한동훈 대표가 지난 26일 “경북 국립의대를 반드시 신설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의료계의 불만은 폭발했다. 기존 의대 정원 증원과 지역 간 배분을 논의 중인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의대 신설을 추진한다는 발언은 의료계에 “진정성이 없다”는 인식을 심화시켰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를 “협의체가 단순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걸 여당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료계 단체, 협의체 탈퇴 임박
29일, 대한의학회는 임원회의를 통해 협의체 탈퇴 방침을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회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능 성적 발표 전까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조율하려 했으나 정부의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결국 오는 12월 1일 열릴 예정인 협의체 회의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KAMC 또한 이날 저녁 내부 회의를 열어 협의체 탈퇴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내부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의료계 요구를 외면하고, 의대 신설을 추진하는 데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에 참여 중인 두 단체가 모두 탈퇴를 결정할 경우 협의체는 사실상 붕괴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의협 비대위, “알리바이용 협의체에 머물 이유 없어”
의협 비대위는 의학회와 KAMC에 협의체 탈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의료계 직역이 하나로 뭉쳐 정부와 맞서야 할 시점에, 협의체가 아무런 성과 없이 명분만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할 회의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대화 이어가야”… 의료계와 접점 모색 가능할까
국민의힘은 “경북 국립의대 신설은 의대 정원 증원과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지만, 의료계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의체 운영에 책임을 맡은 국민의힘은 “대화를 지속하기 위해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추가 노력을 약속했으나, 의료계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협의체, 정치적 명분만 남기나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격화되는 가운데, 여야의정협의체의 존속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의료계는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비판하며 반발하고 있으며, 정치권의 대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의 신뢰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진정성 없는 협의체”라는 비판이 협의체의 최종 종착지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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