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대한약사회장 탄생, 권영희 회장, 성분명 처방·대체조제 공약으로 약사계 변화 예고
대한약사회 76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회장이 탄생했다.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제41대 대한약사회장으로 당선되며 약사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향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대한약사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2일, 제41대 대한약사회장 선거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선거는 온라인 투표를 중심으로 우편 투표를 병행해 진행됐으며, 전체 유권자 3만 6641명 중 2만 7995명이 참여해 76.4%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선거의 투표율(58.2%)에 비해 18.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약사 사회 내 뜨거운 관심과 참여를 보여주는 결과다.
권영희 당선인은 총 1만 978표(득표율 39.2%)를 얻어 8726표(31.2%)를 기록한 박영달 후보와 8291표(29.6%)를 획득한 최광훈 후보를 큰 표 차로 따돌렸다. 이로써 그는 약사 사회 최초의 여성 회장이자 숙명여대 출신의 회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치열했던 선거, 예상 밖 결과
이번 선거는 약사 사회 내 주요 이슈와 논란이 얽히며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으로 전개됐다. 선거 막바지에는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를 다룬 동영상이 공개되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일부 후보 측에서 정치적 음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후보들 간 고소·고발이 난무하며 진흙탕 선거전으로 변질됐다.
특히 최광훈 후보 측은 해당 동영상이 한약사 측 인사와의 연관성이 있다며 박영달 후보와의 관계를 문제 삼았고, 박영달 후보 측 역시 강하게 반발하며 상호 비난과 고소가 이어졌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권 당선인은 네거티브 선거에서 거리를 두며 “정책과 비전으로 회원들에게 다가가겠다”고 선언, 선거 후반부 지지층을 빠르게 결집시켰다.
권영희 당선인의 예상 밖 승리는 약사 사회 내 변화를 바라는 회원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직전 여론조사에서 2위를 기록하며 다소 뒤처진 듯 보였으나, 권 당선인은 “회원들의 선택을 믿었다”며 당선 이후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약사 사회의 민감한 현안을 해결할 리더십
권 당선인이 선거 기간 내세운 주요 공약들은 약사 사회 내 오랜 쟁점들을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대체조제 사후통보 폐지 ▲성분명 처방 단계적 제도화 ▲의약품 배송 법안 저지가 대표적인 공약이다.
대체조제 사후통보는 약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의 의약품을 다른 성분의 동일 약으로 대체 조제한 후 의사에게 이를 통보하는 제도로, 의료계와 약사계 간 오랜 갈등의 원인이었다. 권 당선인은 이 제도의 폐지를 추진하며 약사들의 직능 강화와 책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특정 의약품의 상표명을 처방하는 대신 약물의 성분명만을 기재해 환자와 약사가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약사 사회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사안이다.
권 당선인은 서울시약사회장 재임 시 성분명 TFT(Task Force Team)를 조직해 대체조제 매뉴얼을 제작하고 연구용역을 통해 법제화를 위해 노력했다.
또한, 비대면 진료의 전면 허용으로 인해 의약품 배송 관련 법안이 약사 사회에 민감한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권 당선인은 이를 적극 저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의약품 배송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로, 약사 직능을 보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한 약사회를 만들겠다”
권 당선인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회원들의 기대와 희망에 부응하겠다”며 “눈치 보거나 주저하지 않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강한 약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3년 동안 약사 사회의 오랜 갈등이었던 한약사 문제 해결에도 집중할 뜻을 밝혔다. 한약사와 약사 간의 직능 갈등은 약사 사회 내에서 해결되지 못한 대표적인 문제로, 권 당선인은 “이제는 회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약사 직능 발전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 기획단을 구성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는 서울 지역 대형 약국 문제와 한약국에서의 약사 고용 문제 등 현안을 직접 챙기며 약사 사회 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여성 리더십, 약사 사회의 새로운 시작
권영희 당선인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선된 것이 아니라 약사 사회의 문제 해결 능력과 공약을 보고 회원들이 선택해 주셨다고 믿는다”며 “앞으로의 3년 동안 회원들에게 자랑스러운 회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권영희 당선인의 임기는 내년 3월 대한약사회 정기총회에서 인준을 받은 뒤 시작되며, 그는 3년 동안 약사 사회를 이끌며 공약 이행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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