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시대, 공급망 리스크 관리 및 혁신 솔루션 공동 개발의 시너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으면서, 특히 ‘S'(사회) 영역의 성과를 입증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됐다. 전통적인 사회공헌(CSR) 활동만으로는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의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지자, 대기업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본질적으로 사회적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기업(소셜 벤처, 사회적 기업 등)이 대기업의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사회적경제 기업은 고용 취약계층 지원, 환경 보호, 지역 사회 활성화 등 대기업이 단독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깊이 있는 사회적 임팩트를 효과적으로 창출하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단순한 제품 구매나 기부를 넘어, 공동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거나 기술력 및 유통망을 제공하는 전략적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상생 모델은 2026년 이후 단계적으로 강화될 국내 ESG 공시 의무화에 대비하고, 공급망 내 사회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지속 가능한 경영 해법으로 주목된다.

ESG 공시 의무화 임박, ‘S’ 성과 입증의 필요성 증대
대기업들이 사회적경제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가장 직접적인 동기는 ESG 공시 의무화와 투자 시장의 압력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ESG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글로벌 기준(ISSB) 도입 및 기업 부담 등을 고려해 2026년 이후로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공시 의무가 현실화되면서, 기업들은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사회적 성과 지표(KPI)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회적경제 기업은 설립 목적 자체가 사회 문제 해결에 맞춰져 있어, 이들과의 협력은 고용 창출, 복지 증진, 지역 경제 기여 등 측정 가능한 ‘S’ 가치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 됐다. 특히 투자자들이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할 때 공급망 전반의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를 중요하게 살피면서, 대기업들은 협력사를 사회적경제 기업으로 전환하거나 이들을 육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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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CSR 넘어, 공동 비즈니스 모델(CSV)로 진화
과거 대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주로 일회성 기부나 자원봉사 등 기업의 이익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형태를 띠었다. 그러나 최근의 협력은 기업의 핵심 역량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모델로 진화했다.
SK그룹은 2018년부터 사회적 가치(SV) 측정 시스템을 도입하고, 소셜 벤처가 창출한 SV를 화폐 가치로 환산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운영했다. 이는 사회적경제 기업의 성과를 직접적으로 보상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도하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포스코 역시 발달장애인 고용 카페와의 계약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 혁신 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의 기술을 포스코의 공급망에 통합시키는 방식으로 협력의 깊이를 더했다
이러한 CSV 모델은 대기업에게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잠재적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기회를 제공하며, 사회적경제 기업에게는 안정적인 판로와 대규모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기업의 기술력과 유통망이 사회적경제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
사회적경제 기업은 뛰어난 사회적 미션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대규모 생산 능력, 마케팅 역량, 전국적인 유통망 등 비즈니스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대기업들은 이 격차를 메우는 전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내 복지몰에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입점시켜 안정적인 대량 판매처를 제공한다. 또한, 대기업의 R&D 인력이나 경영 전문가들이 멘토링을 통해 사회적경제 기업의 기술 고도화나 경영 효율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2023년 기준,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하여 진행된 ‘대기업-소셜 벤처 연계 프로그램’에서는 참여한 소셜 벤처들의 평균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대기업의 인프라 지원이 사회적경제 기업의 스케일업(Scale-up)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공급망 리스크 관리 및 혁신 솔루션 공동 개발의 시너지
글로벌 공급망에서 노동 환경, 인권 침해 등 사회적 리스크가 발생하면 대기업의 브랜드 가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대기업이 사회적경제 기업을 공급망 파트너로 포함하는 것은 이러한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회적경제 기업은 투명한 지배구조와 높은 윤리 기준을 바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윤리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용이하다.
나아가, 사회적경제 기업이 가진 독특한 문제 해결 방식은 대기업에게 새로운 혁신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소셜 벤처와의 협력은 대기업의 순환 경제 시스템 구축에 기여하며, 이는 환경(E)과 사회(S)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한 상생을 넘어,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전략으로 기능한다.
ESG 시대의 도래와 함께 대기업과 사회적경제 기업 간의 전략적 협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대기업은 공시 의무에 대비하고 ‘S’ 가치를 극대화하며, 사회적경제 기업은 자본과 인프라를 통해 성장의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상생 모델은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사회적 임팩트를 확산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정부와 금융 시장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이 협력 모델은 글로벌 ESG 모범 사례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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