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괴물에서 해방된 ‘Happy Birthday to You 저작권’: 100년 논쟁 종식과 공공 영역의 승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자주 불리는 노래 중 하나인 ‘Happy Birthday to You’(생일 축하합니다)는 오랫동안 저작권 분쟁의 중심에 있었다. 이 노래는 1935년부터 워너/채플 뮤직(Warner/Chappell Music)을 포함한 여러 권리자들에 의해 저작권이 주장됐으며,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매년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로 인해 영화나 TV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노래를 사용하지 않거나, 저작권료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생일 노래를 제작하는 방법을 택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은 2013년 미국의 한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워너/채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제작자인 제니퍼 넬슨은 이 노래가 이미 공공 영역(Public Domain)에 속한다고 주장했으며, 법적 다툼은 2년 넘게 지속됐다. 이 소송은 단순히 한 곡의 저작권 문제를 넘어, 오래된 문화적 유산의 소유권과 공공의 접근성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2015년 9월, 미국 연방 법원은 워너/채플이 이 노래의 가사에 대한 유효한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따라 워너/채플은 2016년 2월, 소송 당사자들과 화해하고 이 노래가 공공 영역에 속함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로써 ‘Happy Birthday to You’는 1935년 저작권 등록 이후 약 80년 만에 전 세계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음악이 됐다.

‘Good Morning to All’에서 시작된 120년 역사
‘Happy Birthday to You’의 기원은 18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켄터키주 루이빌의 유치원 교사였던 패티 힐(Patty Hill)과 그녀의 언니 밀드레드 힐(Mildred J. Hill)이 작곡한 ‘Good Morning to All’이라는 노래가 원곡이다. 이 노래는 유치원생들이 아침 인사로 부르기 쉽도록 단순한 멜로디로 만들어졌다. 힐 자매는 1893년에 이 곡을 포함한 노래집을 출판하며 멜로디에 대한 저작권을 획득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생일 축하 가사가 언제, 누구에 의해 멜로디에 붙여졌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다만, 1924년에 로버트 콜먼이 출판한 노래집에 ‘Good Morning to All’ 멜로디에 ‘Happy Birthday to You’ 가사가 추가된 형태로 처음 수록됐다. 이후 1935년, 서미 컴퍼니(Summy Company)가 이 노래를 피아노 편곡 버전으로 등록하면서 정식으로 저작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 저작권은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을 거쳐 1988년 워너 뮤직 그룹의 자회사인 워너/채플 뮤직으로 넘어갔다. 워너/채플은 이 곡의 저작권이 2030년까지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매년 약 200만 달러(약 20억 원)에 달하는 저작권료 수익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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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채플의 수익 구조와 저작권 소송의 전개
워너/채플 뮤직은 이 노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려는 모든 주체, 특히 영화, TV 드라마, 광고, 음반 제작사 등에게 엄격하게 라이선스를 요구했다. 만약 대중 매체에서 생일 파티 장면이 등장하고 이 노래가 사용된다면, 제작사는 워너/채플에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했다. 이러한 수익 구조는 수십 년간 지속됐으며, 워너/채플에게는 가장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저작물 중 하나였다.
2013년, 다큐멘터리 제작자 제니퍼 넬슨은 이 노래의 역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중 워너/채플로부터 저작권료를 요구받자, 오히려 워너/채플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넬슨 측 변호인단은 워너/채플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1935년 저작권 등록은 멜로디 자체가 아닌 특정 피아노 편곡에만 해당하며, 가사 자체에 대한 저작권은 확보하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역사적 문서를 찾아냈다. 이 소송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으며, 저작권법의 역사적 해석과 적용 범위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됐다.

2016년 판결의 핵심: 저작권 무효화 근거
2015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지방법원의 조지 H. 킹 판사는 워너/채플의 저작권 주장을 기각하는 약식 판결을 내렸다. 판결의 핵심 근거는 워너/채플이 주장한 1935년 저작권 등록이 ‘Good Morning to All’ 멜로디에 ‘Happy Birthday to You’ 가사를 붙인 특정 배열이나 편곡에 대한 권리만을 확보했을 뿐, 가사 자체에 대한 저작권은 힐 자매나 서미 컴퍼니가 공식적으로 양도받거나 등록한 증거가 없다는 점이었다. 즉, 저작권 등록 서류에 가사를 쓴 작곡가나 권리자가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고, 가사가 공공 영역으로 유출된 시점 이후에야 편곡이 등록됐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킹 판사는 워너/채플이 저작권료를 징수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저작권료 징수 관행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인 판결이었다. 이 판결 이후 워너/채플은 항소를 준비하는 대신, 2016년 2월 소송 당사자들과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금은 약 1400만 달러(약 170억 원)로 알려졌으며, 이는 워너/채플이 부당하게 징수한 저작권료를 반환하는 성격이었다. 이 합의를 통해 노래는 공식적으로 공공 영역으로 선언됐다.
저작권 만료가 문화 산업에 미친 영향과 의미
‘Happy Birthday to You’가 공공 영역으로 돌아온 것은 문화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즉각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특히 영화, TV,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 제작자들은 더 이상 생일 장면을 연출할 때 저작권 문제로 인해 노래를 피하거나 대체 음악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는 창작의 자유를 확대하고, 제작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사건은 또한 오래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소유권 주장의 정당성을 재검토하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저작권이 모호하거나 역사적 근거가 부족한 경우에도 대규모 기업이 수십 년간 권리를 주장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은 저작권법이 창작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문화적 유산이 공공의 자산으로 남아야 한다는 균형점을 강조했다. 이 소송은 저작권의 존속 기간과 범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며, 특히 디지털 시대에 공공 영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법무법인 지금 김진환 변호사는 “이번 사례는 오랫동안 당연시되어 왔던 문화적 관행이나 법적 주장이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저작권의 본질은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그 권리가 불분명할 경우 공공 영역으로의 환원은 문화적 활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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