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F 50은 50시간?”, 자외선 차단제의 ‘진짜’ 사용법을 아는가
바야흐로 자외선과의 전쟁이 사계절 내내 이어지는 시대이다. 여름철 강렬한 햇볕은 물론, 겨울철 눈(雪)에 반사되는 자외선, 심지어 흐린 날 구름을 뚫고 들어오는 방사선까지, 현대인의 피부는 쉴 틈 없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자외선 차단제(선크림)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필수적인 ‘건강 보호 장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아침 무심코 바르는 그 선크림이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충격적이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외선 차단제를 ‘구매’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용’하는 데는 처참히 실패하고 있다. 피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하고도, 정작 잘못된 상식과 습관으로 인해 그 효과를 1/4도 채 누리지 못하는 ‘자외선 차단제 패러독스’가 만연한 것이다.
시중에는 수많은 제품이 저마다 강력한 차단 지수를 내세우지만, 이 숫자들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권장 사용법을 철저히 지키는 이는 드물다.
우리가 맹신했던 자외선 차단제에 관한 치명적인 오해 네 가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바르는 행위’를 넘어 ‘진짜 방어’를 실현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당신의 피부 건강은 이 네 가지 진실을 아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SPF 지수, ‘시간’이 아닌 ‘방어막의 두께’
가장 널리 퍼져 있으면서도 가장 위험한 오해는 ‘SPF 지수가 시간을 의미한다’는 속설이다. 흔히 ‘SPF 1당 15분’ 혹은 ‘SPF 50이면 50시간’이라는 식의 계산법이 마치 정설처럼 통용되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틀린 계산법이다.
SPF는 ‘Sun Protection Factor’의 약자로, 피부를 붉게 태우고 화상을 일으키는 자외선 B(UVB)를 차단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여기서 핵심은 SPF 지수가 ‘시간(Duration)’이 아닌 ‘자외선의 양(Amount)’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SPF 50’이라는 표기는, 해당 제품을 바르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여 피부에 닿는 자외선의 양을 1/50로 줄여준다는 의미이다. 만약 50단위의 자외선이 피부에 닿아야 홍반(붉어짐)이 생긴다면, SPF 50 제품은 2,500(50×50) 단위의 자외선이 쏟아져야 비로소 홍반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는 자외선 강도가 매우 높은 한낮의 해변에서는 1시간 만에 2,500 단위에 도달할 수도 있고, 자외선이 약한 이른 아침에는 10시간이 걸릴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즉, SPF 지수는 시간을 보장하는 ‘절대 시계’가 아니라, 자외선의 ‘공격력’을 얼마나 약화시키는지를 나타내는 ‘방어막의 성능’에 가깝다. ‘SPF 50이니까 하루 종일 괜찮다’는 안일한 믿음은 가장 뜨거운 시간대에 피부를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위험천만한 행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500원 동전’의 무게, 권장량 1/4의 함정
자외선 차단제 제조사가 제품에 표기한 SPF 및 PA 지수는 국제 표준에 따라 ‘피부 1cm²당 2mg’이라는 매우 두꺼운 양을 도포했을 때 측정된 수치이다. 이 낯선 수치를 일상적으로 환산한 것이 바로 ‘500원 동전 크기’이다. 얼굴 전체에만 이 정도의 양을 발라야 비로소 제품이 약속한 차단 효과를 100%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사람은 이 권장량의 고작 1/4 수준, 혹은 그보다 더 적은 양을 얇게 펴 바르는 데 그친다. 백탁 현상이나 끈적임, 특유의 유분감 때문에 충분한 양을 바르기를 꺼리는 것이다.
문제는 사용량이 1/4로 줄어들 때, 자외선 차단 효과도 1/4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차단 효과가 사용량의 제곱에 비례하여 급격히 감소한다고 경고한다. 즉, SPF 50 제품을 권장량의 1/4만 바르면 그 효과는 SPF 12.5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낮은 미미한 수준(일부 연구는 SPF 3~4)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
이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고성능 타이어를 구매하고도 공기압을 1/4만 채운 채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 소비자는 SPF 50의 안도감을 구매했다고 믿지만, 실제 피부는 SPF 5의 미약한 보호 속에 방치되는 ‘심리적 플라시보 효과’에 불과하다. 500원 동전 크기는 과장이 아니라, 최소한의 효과를 보장받기 위한 과학적인 ‘최소 정량’이다.
바로척척의원 이세라 원장은 “많은 환자들이 고가의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면서도 기미나 홍조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데, 대부분 사용량 부족이 원인”이라며, “특히 백탁이나 끈적임 때문에 권장량을 바르기 어렵다면, SPF 30 수준의 제품을 선택하되 500원 동전만큼 넉넉히 바르는 것이, SPF 50 제품을 콩알만큼 바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A’ 등급을 주목하라, 실내에서도 뚫리는 ‘피부 노화’의 주범
한국 소비자들이 SPF 숫자에는 민감하면서도 정작 ‘PA’ 지수에는 무관심한 경향이 짙다. 이는 피부 건강에 있어 매우 치명적인 사각지대이다. 앞서 SPF가 UVB(피부를 ‘태우는’ 자외선)를 막는 지수라고 설명했다면, PA는 UVA(피부를 ‘늙게 하는’ 자외선)를 막는 지수이다.
UVA는 UVB보다 파장이 길어 피부 깊숙이 진피층까지 침투하며, 주름, 기미, 잡티, 탄력 저하 등 ‘광노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더욱 무서운 점은 UVA가 유리창을 아무렇지 않게 뚫고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흐린 날에도, 심지어 실내에 앉아 있을 때도 UVA의 공격은 계속된다. 햇볕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서 근무하는 사무직 노동자, 매일 운전하는 운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UVB의 화상 위험 없이 UVA에 의한 ‘느린 노화’를 겪고 있는 셈이다.
PA 지수는 ‘PA+’부터 ‘PA++++’까지 ‘+’가 많을수록 강력한 UVA 차단력을 의미한다. 특히 피부가 희고 얇아 색소 침착과 노화에 민감한 한국인이라면, SPF 지수만큼이나 PA 지수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SPF가 아무리 높아도 PA 지수가 낮다면, 이는 피부 화상은 막아줄지언정 주름과 기미는 막아주지 못하는 ‘반쪽짜리’ 선크림에 불과하다.
2~3시간의 법칙, 무너지는 방어선을 사수하라
아침에 권장량(500원 동전)을 완벽하게 바르고, SPF 50/PA++++ 제품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자외선 차단제가 형성한 물리적, 화학적 방어막은 영구적이지 않다.
특히 야외 활동 시 발생하는 땀, 얼굴에서 분비되는 유분, 마스크와의 마찰, 심지어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무의식적인 습관 등은 애써 바른 차단제를 급속도로 지워버린다. 차단 성분 자체가 햇빛에 의해 분해되어 성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이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2~3시간마다 덧발라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아침 9시에 공들여 바른 선크림은 점심시간이 되면 이미 그 효력을 상당 부분 상실한 상태일 확률이 높다.
이 ‘덧바름’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견고하게 성문을 닫았다고 안심하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 성벽이 저절로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특히 해변이나 스키장처럼 자외선 노출이 극심한 환경에서는 2~3시간이라는 간격조차 길 수 있다. 효과적인 자외선 차단은 ‘한 번’의 완벽한 도포가 아니라, ‘지속적인’ 보수를 통해 방어선을 유지하는 ‘지구전’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세라 원장은 “자외선 차단은 ‘한 번 바르기’가 아니라 ‘하루 종일 유지하기’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원장은 “특히 UVA는 계절이나 날씨, 실내외 구분 없이 피부를 공격하는 ‘침묵의 암살자’와 같다”며, “높은 PA 지수를 확인하는 습관, 그리고 땀이나 유분으로 무너진 방어막을 2~3시간마다 보수하는 덧바름의 실천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아침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둘러싼 수많은 오해는 ‘바르기만 하면 된다’는 안일함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SPF는 시간이 아니다’, ‘500원 동전만큼’, ‘PA도 중요하다’, ‘2~3시간마다 덧발라야 한다’는 네 가지 핵심 원칙은 자외선 차단제가 단순한 화장품이 아닌, 피부 건강을 지키는 의약품에 준하는 엄격한 사용법을 요구함을 보여준다. 지금 당장 당신의 화장대 위에 놓인 선크림과, 그것을 사용하는 당신의 습관을 냉철하게 점검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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