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전증 간질은 이제 그만! 뇌전증의 정확한 정의는?
오랫동안 ‘간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사회적 편견에 시달렸던 질환이 2009년 뇌전증(Epilepsy)으로 공식 명칭을 변경했다. 이 용어 변경은 단순한 이름 바꾸기 차원이 아닌, 질환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고 환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려는 의학계와 사회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일시적인 과도한 전기적 흥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 신경 질환이다. 이는 뇌의 기능적 장애로 이어져 다양한 형태의 경련을 유발한다.
뇌전증 경련은 뇌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며, 마치 뇌 속에서 ‘전기적 합선’이 일어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현상은 예측 불가능하게 나타나며, 환자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여전히 뇌전증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을 가지고 있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방해하고 환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에 뇌전증의 용어 변경 배경과 그 중요성을 조명하고, 질병의 정확한 원인과 증상, 그리고 현대 의학의 진단 및 치료법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또한,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오해를 해소하고 올바른 인식을 확산하여 환자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용어 변경의 배경과 사회적 중요성
뇌전증은 과거 ‘간질’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이 ‘간질’이라는 용어는 한자어 ‘癎疾(간질)’에서 유래했으며, 고대부터 질병에 대한 오해와 미신이 결합되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간질’이 ‘정신병’이나 ‘귀신 들림’과 같은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키면서 환자들은 질병 자체의 고통 외에도 사회적 낙인과 차별로 이중고를 겪었다. 이러한 심각한 사회적 편견은 환자들이 질병을 숨기게 만들었고, 이는 적절한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2009년 대한뇌전증학회 등 의료계의 지속적인 노력과 건의로 보건복지부는 질병관리본부의 의견을 수렴해 공식적으로 질환의 명칭을 ‘뇌전증’으로 변경했다. ‘뇌전증’은 뇌(腦)와 전기(電)의 합성어로, 질환의 본질적인 원인이 뇌 신경세포의 전기적 이상 활동이라는 과학적 사실을 명확히 반영한다. 이 용어 변경은 질환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하며, 비합리적인 편견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용어 변경 이후에도 여전히 일부에서 과거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정확한 의학 용어 사용은 환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질병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뇌전증의 정확한 정의와 ‘전기적 합선’의 메커니즘
뇌전증은 뇌의 비정상적인 전기 활동으로 인해 반복적인 경련이 발생하는 만성 신경계 질환으로 정의된다. 이는 한 번의 경련만으로 뇌전증 진단을 내리지 않으며, 유발 요인 없이 두 번 이상의 경련이 발생하거나, 한 번의 경련이라도 재발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진단된다. 뇌전증 경련은 뇌 신경세포들 간의 전기 신호 전달 체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타난다. 정상적인 뇌 기능은 신경세포들이 정교하게 조절된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이루어지는데, 뇌전증 환자의 경우 특정 뇌 부위 또는 뇌 전체에서 신경세포들이 과도하고 동시 다발적으로 흥분하여 통제 불능의 전기적 방전이 일어난다.
이러한 현상을 흔히 뇌 속의 ‘전기적 합선’에 비유하는데, 이는 실제로 뇌 회로에 순간적인 과부하가 걸려 신호 전달이 교란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경련의 형태는 뇌의 어느 부위에서 전기적 합선이 일어나는지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뇌의 일부에서만 발생하는 부분 경련의 경우, 신체 특정 부위의 경련, 감각 이상, 의식 혼미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뇌 전체에서 발생하는 전신 경련의 경우, 의식을 잃고 전신이 뻣뻣해지거나 떨리는 대경련(강직-간대 경련)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경련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 뇌 손상(외상, 뇌졸중, 뇌종양), 감염, 선천적 뇌 기형 등 매우 다양하며,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 존재한다.

현대 의학의 진단 및 치료, 그리고 예후
뇌전증의 진단은 환자의 경련 양상에 대한 상세한 병력 청취가 가장 중요하다. 의료진은 경련 전후의 증상, 경련 빈도, 지속 시간 등을 면밀히 파악한다. 이와 함께 뇌파검사(EEG)는 뇌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여 비정상적인 뇌파 패턴을 확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뇌파검사는 경련이 없는 시기에도 뇌전증의 특징적인 이상파를 감지할 수 있어 진단에 필수적이다. 또한, 뇌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과 같은 뇌 영상 검사를 통해 뇌전증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적 이상(예: 뇌종양, 뇌경색 흔적, 뇌 기형 등)을 확인한다(출처: 삼성서울병원). 이러한 검사들을 종합하여 뇌전증의 유형을 분류하고 최적의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뇌전증 치료의 주된 방법은 항뇌전증 약물 치료다. 현재 다양한 종류의 항뇌전증 약물이 개발되어 있으며, 약물은 뇌 신경세포의 과도한 전기적 흥분을 억제하여 경련 발생을 예방한다. 약물 치료를 통해 전체 환자의 약 70%는 경련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경련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경우, 뇌전증 수술, 미주신경자극술(VNS), 케톤생성 식이요법 등 다른 치료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뇌전증 수술은 경련을 유발하는 뇌 부위를 절제하거나 분리하는 방법으로, 특정 유형의 뇌전증 환자에게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는 경련을 조절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과 지원의 필요성
뇌전증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다. 과거 ‘간질’이라는 용어가 남긴 부정적 인식이 잔존하여, 환자들이 취업, 학업, 결혼 등 사회생활 전반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이 뇌전증을 ‘정신 질환’이나 ‘전염병’으로 오해하거나, 경련 시 위험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뇌전증은 뇌의 기능적 문제이며, 대부분의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살아간다.
이러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뇌전증에 대한 대중의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수적이다. 정부 기관, 의료기관, 관련 학회, 환우회 등은 뇌전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특히 경련 시 대처 방법에 대한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경련 중인 환자를 발견했을 때 안전하게 옆으로 눕히고, 주변 위험물을 제거하며, 호흡을 방해하지 않도록 옷을 느슨하게 해주는 등 올바른 응급처치 방법을 아는 것이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뇌전증 환자와 가족을 위한 심리 상담, 교육 프로그램, 경제적 지원 등 다각적인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강화하여 환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포용성을 확대하는 중요한 일이다.
뇌전증은 더 이상 숨겨야 할 질병이 아니며, 과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고 치료 가능한 신경 질환이다. ‘간질’에서 ‘뇌전증’으로의 명칭 변경은 사회적 편견을 허물고 과학적 진실에 기반한 인식을 확립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뇌 신경세포의 ‘전기적 합선’이라는 본질적인 원인을 이해하고, 적절한 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통해 대부분의 환자가 경련을 조절하며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갖추고 환자들을 포용하는 태도를 가질 때, 뇌전증 환자들은 더 이상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대중 교육과 실질적인 지원 확대를 통해 뇌전증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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