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당뇨환자, 한국인의 유전적 요인
우리나라에서 당뇨병 환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당뇨병으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분이 약 600만명에서 700만명 사이이고, 전 당뇨병 환자까지 합하면 1천만명에 육박합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5분의 1이 당뇨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입니다. 꽤 많은 수치지요.
당뇨병은 일반적으로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비만과 관련이 적은 일명 ‘마른 당뇨’라고 불리는 유형의 당뇨병이 유독 많습니다.
마른 당뇨는 주로 체중이 정상 범위이거나 저체중인 사람에게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을 지칭하는데, 마른 당뇨환자들은 통상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낮고, 운동이나 식사 조절을 통해 혈당 조절이 가능하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혈당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른 당뇨환자들은 특히 대개 가족력이 있으며, 당뇨병의 초기 증상을 간과하거나 늦게 인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마른 당뇨환자가 왜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할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마른 당뇨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유전적 요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은 유전자적으로 당뇨병에 취약해서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체중에서도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입니다. 이는 인슐린 분비 및 대사 과정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서양인들은 과거로 부터 육류를 많이 먹기 때문에 대대로 췌장도 크고, 췌장기능도 좋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한국인의 췌장은 서양인에 비해, 크기는 절반정도 되며, 기능은 30% 수준입니다. 한국인은 과거 보릿고개를 겪어 적은 양의 음식에도 에너지를 잘 비축할 수 있게 몸이 설계돼 있습니다. 때문에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베타세포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런데 최근 3, 40년동안 한국이 급속도로 산업화되면서 한국인들이 너무나 많은 칼로리와 영양을 섭취하면서, 인슐린 분비 능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베타세포가 고갈되는 현상이 나타나 당뇨병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식습관도 마른 당뇨의 발생에 영향을 미칩니다. 전통적으로 한국인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며, 특히 흰 쌀밥 소비가 많습니다. 이러한 식습관은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비만하지 않더라도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 발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또한, 바쁜 현대 사회에서의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 패턴, 현대 사회에서 앉아서 일하는 직업의 증가로 인한 신체활동 감소 등의 요인이 대사 증후군과 당뇨병 유발요인입니다.
마른 당뇨는 일반적인 당뇨병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관리가 중요합니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혈당 수치를 체크하고, 이상이 발견될 경우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한, 식습관 개선과 함께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