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굶는데 살이 안 빠진다. 극단적 다이어트의 역설: 지방 대신 근육을 태우는 ‘기아 모드’의 위험성
체중 감량을 위해 극단적으로 식사량을 줄이거나 장기간 금식하는 방식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요요 현상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인체를 ‘기아 모드(Starvation Mode)’로 전환시켜 지방 대신 필수적인 근육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기아 모드는 인체가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보존하려는 방어 기제로, 칼로리 섭취가 급격히 줄어들면 기초대사량을 낮추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대사 시스템을 재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몸은 연소가 어려운 지방 대신 분해가 쉬운 근육 단백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체중계 숫자는 줄어들지 몰라도, 이는 체지방 감소가 아닌 근육량 손실에 의한 착시 효과인 경우가 많다. 근육 손실은 기초대사량 감소로 이어져 다이어트 중단 후 체중이 쉽게 증가하는 요요 현상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아 모드, 인체 생존 본능의 작동 원리
인체는 칼로리 섭취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이를 기근 상태로 인식하고 생존을 위한 비상 체제에 돌입한다. 이 비상 체제가 바로 기아 모드다. 2023년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권장 칼로리보다 50% 이상 적게 섭취하는 극단적인 절식은 뇌 시상하부에 스트레스 신호를 보내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코르티솔은 근육 단백질을 포도당으로 전환하는 당신생(gluconeogenesis) 과정을 활성화하여 근육을 에너지로 사용하게 만든다. 동시에 지방 저장을 담당하는 효소인 리포단백질 리파아제(LPL)의 활성도를 높여, 적은 양의 음식물도 최대한 지방으로 축적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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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대사량 급감과 요요 현상의 악순환
근육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조직이다. 근육량이 1kg 감소할 때마다 기초대사량(RMR)은 하루 약 13~20kcal씩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모드에 의해 근육이 대량으로 손실되면 RMR이 급격히 낮아져, 다이어트 이전과 똑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찌기 쉬운 체질로 변하게 된다.
이처럼 대사 효율이 떨어진 상태에서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일반적인 식사로 돌아가면, 몸은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과도하게 저장하려 들면서 체중이 빠르게 원상 복구되거나 이전보다 더 늘어나는 요요 현상을 겪게 된다. 특히, 2024년 미국 임상 영양 저널(AJCN)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급격한 체중 감량 후 1년 이내에 90% 이상의 참가자가 감량했던 체중보다 더 많은 체중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민병원 김종민 병원장 겸 당뇨대사센터장은 “인체가 기아 모드에 진입하면 생존 본능에 따라 지방 저장을 극대화하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근육을 우선적으로 태우는 비효율적인 대사 시스템으로 전환됩니다. 이로 인해 체지방 감량은 어려워지고 장기적인 대사 기능 손상이 초래된다”고 강조했다.

단백질 부족이 가속화하는 근육 손실의 위험
극단적인 칼로리 제한 식단은 종종 단백질 섭취 부족을 동반한다. 단백질은 근육을 구성하는 필수 영양소일 뿐만 아니라, 포만감을 유지하고 식욕 조절 호르몬인 펩타이드 YY(PYY)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할 경우, 인체는 근육을 분해하여 필수 아미노산을 확보하려 한다. 이는 기아 모드가 지방 대신 근육을 태우는 현상을 더욱 가속화한다.
또한, 근육 손실은 단순히 미용상의 문제를 넘어, 장기적으로 면역력 저하, 골밀도 감소, 만성 피로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근감소증 위험을 높여 낙상 및 합병증 발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한 체중 관리를 위한 필수 전략
기아 모드를 피하고 건강하게 체지방을 감량하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칼로리 제한 대신, 적절한 영양소 균형을 맞춘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하루 총 에너지 소비량보다 500kcal 정도 적게 섭취하는 ‘온건한 칼로리 제한’을 권장한다. 또한, 체중 1kg당 1.2~1.5g 수준의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여 근육 합성을 지원하고, 저항성 운동(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초대사량을 보호하면서 체지방만을 효율적으로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서울 민병원 김종민 병원장 겸 당뇨대사센터장은 “단순히 칼로리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건강한 다이어트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을 통해 기초대사량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아 모드에 진입하면 대사 기능이 망가져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식단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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