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둥이 지구를 찾아서: 외계 행성 탐사의 새 지평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우주 속에서 지구와 유사한 행성, 즉 ‘쌍둥이 지구’를 찾아 헤맸다. 이는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광활한 우주에 우리만이 존재하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인류의 존재론적 위치를 파악하려는 숙원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막연한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이러한 탐사가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천문학 기술 덕분에 현실화됐으며, 특히 외계 행성(Exoplanet) 연구 분야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놀라운 성과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수많은 망원경과 관측 기술의 발전은 밤하늘의 별들이 단순한 빛의 점이 아니라, 그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을 품고 있을 가능성을 점차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 미국 CNN 방송이 2024년 2월 2일 보도한 내용은 이러한 탐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지구로부터 약 137광년 떨어진 항성계에서 두 개의 ‘슈퍼 지구’형 외계 행성(LP 890-9b 및 LP 890-9c)을 발견하는 쾌거를 이뤘다. 137광년이라는 거리는 빛의 속도로 137년을 가야 하는 엄청난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천문학 기술이 이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행성을 발견하고 그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경이로운 진보라고 할 수 있다. 이 행성들은 모항성 LP 890-9의 ‘거주 가능 구역(Habitable Zone)’ 내에 자리하고 있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생명체가 탄생하고 번성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을 충족하는 셈이다.
특히 LP 890-9c는 지구보다 약 40% 큰 규모로, 이른바 ‘슈퍼 지구’ 범주에 속한다. 표면에 액체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외계 생명체 탐사에 있어 현재까지 발견된 행성들 중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이처럼 멀리 떨어진 행성에서 생명체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은 우주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인류에게 엄청난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이는 우리가 우주에서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기대를 넘어, 인류의 미래와 우주 개척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 존재의 필수 조건: 거주 가능 구역의 중요성
과학자들이 외계 생명체 탐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 중 하나는 바로 ‘거주 가능 구역(Habitable Zone)’이다. 이는 별 주위에서 행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는 영역을 의미한다. 액체 상태의 물은 지구 생명체의 근본적인 구성 요소이자 모든 생화학 반응의 매개체로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물은 생체 내 물질을 운반하고, 세포 구조를 유지하며, 광합성이나 호흡과 같은 중요한 대사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따라서 LP 890-9b와 LP 890-9c가 이 구역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해당 행성에서 생명체가 탄생하고 진화했을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단순히 온도가 적절하다는 것을 넘어, 행성이 적절한 대기를 유지하고 안정적인 궤도에서 장기간 액체 상태의 물을 보유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LP 890-9c는 지구보다 큰 질량과 크기를 가졌음에도 모항성과의 거리가 적절하여 생명체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더 큰 질량은 행성이 두꺼운 대기를 더 잘 유지할 수 있게 하고, 내부 지질 활동을 통해 자기장을 생성하여 유해한 우주선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생명체가 지속적으로 번성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이 될 수 있다.
외계 행성 탐사의 핵심 기술: 트랜싯 방법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LP 890-9 계열의 슈퍼 지구가 발견된 주요 방법은 ‘트랜싯(Transit) 방법’이다. 이 기술은 외계 행성이 자신의 모항성 앞을 주기적으로 지나갈 때, 행성이 별빛의 일부를 가려 별의 밝기가 미묘하게 줄어드는 현상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방식이다. 이 밝기 변화의 주기와 감소량을 분석함으로써 행성의 크기, 궤도 주기, 그리고 모항성과의 거리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초기에는 지상 망원경과 케플러 우주 망원경(Kepler Space Telescope), 그리고 테스(TESS, 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와 같은 우주 망원경들이 이 방법으로 수많은 외계 행성을 찾아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제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과 같은 차세대 관측 장비들이 단순히 행성을 찾아내는 것을 넘어, 외계 행성의 대기 조성을 분석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JWST는 특히 적외선 관측에 특화돼 있어, 행성 대기를 투과하거나 반사된 별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대기 중의 다양한 화학 물질, 특히 생명 활동의 흔적(바이오시그니처)을 탐지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이는 가시광선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미세한 대기 성분까지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외계 생명체 탐사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서: 대기 분석과 바이오시그니처 탐사
외계 행성 탐사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발견된 외계 행성들의 대기 조성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산소(O₂), 메탄(CH₄), 오존(O₃), 이산화탄소(CO₂)와 같은 지구 생명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된 기체들의 존재 여부가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이러한 기체들은 ‘바이오시그니처(Biosignature)’라고 불리며, 대기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기 중 산소의 존재는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의 활동을 암시하며, 메탄은 미생물 활동과 관련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한 가지 기체의 존재 여부 뿐 아니라, 여러 기체들의 불균형적인 조합(disequilibrium)이 생명 활동의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JWST는 이미 WASP-39b와 같은 뜨거운 목성형 외계 행성 대기에서 수증기, 이산화탄소, 심지어 이산화황(SO₂) 등의 존재를 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분석 기술의 발전은 2025년경에는 더욱 정밀한 대기 스펙트럼 데이터를 확보하여, LP 890-9c와 같은 슈퍼 지구에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남길 수 있는 미세한 화학적 흔적까지도 포착하려는 인류의 노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래를 향한 발걸음: 우주 생명체 탐사의 전망
LP 890-9c와 같은 슈퍼 지구의 발견은 단순히 새로운 행성을 찾아냈다는 것을 넘어, 우주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생각보다 훨씬 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우주 생명체 탐사의 패러다임을 넓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우리는 이제 지구형 행성이나 슈퍼 지구가 우주에 드물지 않게 존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현재 과학자들은 발견된 외계 행성들의 대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한 추가 관측을 정교하게 계획하고 있다.
또한, 미래에는 현재보다 훨씬 강력하고 정밀한 관측 장비들이 개발되어, 더욱 멀리 떨어진 행성들의 대기를 분석하고 심지어는 직접 탐사하는 미션까지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에 건설 중인 30미터급 거대 망원경(ELT, TMT, GMT 등)들은 JWST의 뒤를 이어 외계 행성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미래의 우주 망원경들은 외계 생명체의 직접적인 흔적을 찾거나 심지어는 외계 문명의 신호를 탐지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진보는 인류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우주에 우리만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결정적인 발걸음이 될 것이며, 이는 인류의 지식과 존재 의의를 확장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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