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좌초,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로 대화 창구 닫혀
의대 정원 증원 논의, 시작부터 난항, 합의 대신 갈등만 키웠다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을 해결하고자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 한 달 만에 활동을 중단했다. 협의체의 가장 큰 쟁점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였다. 정부와 의료계 간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대화의 문이 닫히게 되었다.
1일, 국민의힘 대표로 협의체에 참여한 이만희 의원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변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협의체 공식 회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입시 일정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을 고려할 때 의료계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려웠다”며 “휴지기 동안에도 의료계와 정부, 여당 간 대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정부와 여당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의료계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수차례 제시했지만 정부는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며 정부·여당의 문제 해결 의지를 의심했다.
출발부터 삐걱댄 ‘반쪽 협의체’
여야의정 협의체는 국민의힘 주도로 지난 11월 11일 출범했다. 협의체는 의료 개혁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 해소를 목표로 삼았다. 특히 최근 잇따른 ‘응급실 뺑뺑이’ 사건과 같은 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며 처음부터 ‘반쪽 협의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출범 당시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시급한 민생은 없다”며 협의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협의체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참여를 거부했고, 의협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결국, 협의체는 주요 참가자들 간의 입장 차만 재확인한 채 종료를 맞이했다.
정부와 의료계, ‘입시 일정’과 ‘의료 현실’ 놓고 대립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험생과 교육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조치는 취할 수 없다”며 “2026학년도부터는 의료계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입시 일정보다 의료 현실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회장은 “의학회와 KAMC는 2025학년도 정원 조정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구체적인 제안을 전달했음에도 정부는 아무런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대한의학회와 KAMC는 2026년 이후 정원 논의를 위한 합리적 추계 기구 설립, 증원 유예 등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의료계의 강경 대응, 의협 비대위에 힘 실려
여야의정 협의체의 활동 중단 이후 의료계는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미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의협 비대위는 의학회와 KAMC에 협의체 탈퇴를 공식 요청하며 협의체 무용론을 제기했다.
의협 비대위는 단순히 정원 동결을 넘어 ‘모집 정지’를 주장하며 의료 인력의 질적 향상과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협의체 참여가 오히려 정부와 여당의 알리바이로 활용되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의료계의 현실적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면서 협의체를 통해 대화를 시도했다는 명분만 챙겼다”고 꼬집었다.
갈등의 장기화, 해결의 실마리 보이지 않아
정부는 협의체 중단 이후에도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대화할 의지를 표명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차갑다. 이주호 부총리는 “대화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협의체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했지만, 의료계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 변화 없이는 추가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협의체가 마지막 대화 창구로 여겨졌던 만큼, 이번 중단은 의료 개혁 논의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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