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어 응급환자 거부한 병원,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 후속 판결, 법원, 응급의료법 적용 강화 시사
지난해 대구에서 발생한 17세 여성 응급환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한 대학병원에 정부가 내린 보조금 중단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해당 병원이 응급의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처벌이 타당하다는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사건의 경과
지난해 3월, 대구에서 17세 여성이 건물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는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지만, 대구 지역 병원들은 연이어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했다.
당시 구급대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대구가톨릭대병원에 먼저 연락했으나, 병원 측은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이후 구급대는 대구 지역 내 다른 병원들에도 연달아 환자를 이송하려 했지만, 수용이 계속 거절됐다. 결국 약 2시간 30분 동안 환자가 구급차에서 이송을 반복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마지막으로 대구가톨릭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복지부 6개월간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
이 사건을 조사한 보건복지부는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등 총 4곳이 응급의료법 제48조의2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법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해당 병원들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6개월간 보조금 지급 중단이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특히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기관으로서 응급환자를 최우선으로 진료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 처분의 주요 이유였다.
병원 측 신경외과 전문의 모두 부재중 주장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설립·운영하는 선목학원은 복지부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사건 당시 신경외과 전문의가 모두 부재중이었다”며 “환자 상태를 고려해 신경외과 및 정형외과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추천한 것일 뿐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병원이 환자 수용 능력을 초과해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처분은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법원, 기초적인 진료조차 하지 않은 행위는 명백히 응급의료 거부·기피에 해당
법원은 병원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응급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 기초적인 진료조차 하지 않은 행위는 명백히 응급의료 거부·기피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병원이 단순히 응급환자 수용 능력 부족을 통보했다고 보기 어렵고, 구급대원이 제공한 정보만으로 응급환자인지 판단해 거부한 행위는 상황에 맞는 최선의 조치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한, “복지부의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은 병원 운영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시정명령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재정적 제재에 해당한다”며 처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법원이 응급환자에 대해 최소한의 진료조차 거부할 수 없다는 이번 판결로 인해, 응급환자 상태를 기초적인 진료 없이 전화 통화 등으로 판단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응급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응급환자 진료에 대한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병원은 시설과 인력 부족 등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응급환자를 우선적으로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자칫 응급실 폐쇄로 이어질 수도 있어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책임 부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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