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설명과 수술행위 간의 시간 간격
의사의 설명과 수술행위 간의 시간 간격은 얼마여야 할까?
원고는 2018. 6. 7. 요통, 근력저하로 인한 파행 등을 이유로 피고 병원의 척추센터에 내원하였다.
피고 병원 A 내과의사는 2018. 6. 11. 10:30경 환자에게 경동맥 및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한 후 경동맥에 동맥경화가 있으나 취약 경화반이 없고 협착이 심하지 않아 마취, 수술의 금기는 아니나, 다만, 원고가 뇌졸중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정을 설명하였다.
원고는 적극적인 수술적 치료를 원하였다.
피고 병원의 척추센터 의료진은 2018. 6. 11. 11:00경 원고에 대하여 추체간 유합술, 후방기기 고정술, 인공디스크 치환술을 실시하였다.
수술 이후 현재 원고는 뇌경색에 따른 좌측 편마비가 있어 모든 생활을 할 때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인지장애로 인해 의사소통도 할 수 없으며, 스스로 대소변 조절과 관리조차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원고는 이 사건 수술은 응급을 요하는 수술이 아니었고, 원고가 경동맥 협착 소견이 있어 뇌졸중의 위험이 높은 환자였음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전에 원고 경동맥의 동맥경화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여 뇌졸중의 위험을 낮춘 후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여야 하였음에도 그와 같은 조치 없이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여 원고에게 뇌졸중이 발생하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또한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 및 합병증 발생의 가능성 등을 자세히 설명하여야 하였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은 이 사건 수술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것, 이 사건 수술을 행하는 과정, 수술을 마친 다음 원고의 상태에 관한 경과 관찰을 게을리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2022. 1. 27. 선고 2021다265010)은 “의사는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에게 수술 등 인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를 할 경우 그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과 부작용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환자가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환자로 하여금 수술 등의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이와 같이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되어야 한다.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환자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환자에게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의사를 결정함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곧바로 의료행위로 나아간다면 이는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으로서 의사의 설명의무가 이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때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는 의료행위의 내용과 방법, 그 의료행위의 위험성과 긴급성의 정도, 의료행위 전 환자의 상태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피고 병원의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하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으로 환송하였으며,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시내용을 반영하여 원고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에서 의사는 환자 보호자에게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하고, 40분 정도 간격을 두고 곧바로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였는데, 대법원은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환자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환자에게 주어져야 하며, 의사가 환자에게 의사를 결정함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곧바로 의료행위로 나아간다면 이는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설명의무 이행에 관한 법리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사실 그간 의사의 의료행위시에 언제 설명의무가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설명의무의 이행시기에 대해 보다 명확하고 엄격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설명이라는 행위 이행만이 끝이 아니라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후속 수술행위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이번 대법원 판결은 피상적으로는 명확하고 엄격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 오히려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대단히 많은 혼선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법원이 판시한 ‘적절한 시간적 여유’라는 용어 자체가 매우 추상적이기에 의사 입장으로서도 언제가 적절한 수술인지 갈피를 잡지 못해 망설일 것이며, 심지어 수술시기를 놓치는 상황마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환자는 환자대로 빠른 수술을 받기를 원하지만 그리하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질 뿐더러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이유로 불필요한 과잉(?)진료가 조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상황에서 이를 간과하는 것은 금물!
의사는 어찌되었건 대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은 설명의무를 준수하여야 한다. 즉, 의료법 제24조의2 제1항, 제2항에서 적시한바와 같이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①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②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과 내용, ③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④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⑤ 수술 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 등에 대한 설명을 반드시 시행해야 하며, 그리고 “적절한 시간적인 여유”도 두어야 한다.
만약 적절한 시간적인 여유를 두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필요하다면 어떠한 이유로 시간적인 여유를 두지 못하고 수술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환자에게 설명하고 그에 따른 동의서도 받아놓는 것이 좋다. 환자 또한 마찬가지다. 급하게 수술받을 필요가 있다면 사전에 가족들과 상의가 끝났음을, 그 결과 더 기다려봤자 마음만 불안할 뿐 하등에 도움이 안된다는 취지를 의사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수술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가 봤을 때도 알쏭달쏭한 판례들.. 그렇지만 그것도 법이고 그것도 판례이기에 우리 모두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