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은 바다 속에 놓인 두꺼운 광섬유 해저 케이블이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운반하는 핵심 인프라의 모습을 드러냈다. ※AI 제작 이미지
인터넷 97퍼센트가 물속에? 해저케이블의 충격적 진실
현대 사회는 디지털 기술 위에 구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셀 수 없이 많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생활하지만, 이 방대한 정보가 어디를 통해 이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알지 못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터넷이 무선 통신망이나 인공위성으로 연결됐으리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의 압도적인 양, 약 97%가 바다 밑에 깔린 해저 케이블을 통해 전송된다.
이 거대한 해저케이블 네트워크는 지구촌 곳곳을 연결하는 디지털 문명의 핏줄과 같다. 수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이로 대륙과 대륙, 국가와 국가를 잇는 이 케이블들은 금융 거래, 소셜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등 현대 생활의 모든 면을 뒷받침한다. 해저케이블이 없다면 오늘날의 글로벌 디지털 경제는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데이터 트래픽의 폭발적인 증가와 AI, IoT 기술 발전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해저케이블은 단순히 물리적인 인프라를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주권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우리 삶의 필수적인 인프라인 해저 케이블이 어떤 방식으로 구축되고 유지되며, 미래에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디지털 문명의 핏줄, 해저케이블의 압도적 비중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터넷 통신이 주로 인공위성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인터넷 데이터의 거의 대부분인 97%가 바다 밑에 설치된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이동한다. 이는 인공위성 통신이 갖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위성 통신은 데이터 전송 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신호 지연(Latency)이 크고, 대량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데 있어 용량 및 속도 면에서 해저케이블에 미치지 못한다.
일례로, 스타링크와 같은 저궤도 위성 통신망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이는 주로 지상망이 열악한 지역이나 특정 군사 목적으로 활용될 뿐, 글로벌 인터넷 백본망으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해저 케이블이 독점하고 있다. 위성 통신은 해저 케이블 장애 시 보조적인 역할이나 특정 지역의 연결성을 보강하는 수준으로 활용될 뿐,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 해저 케이블은 초당 테라바이트(TB)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압도적인 대역폭을 제공하며, 이는 위성 통신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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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케이블의 건설부터 유지보수까지 복잡한 여정
해저케이블의 구축은 막대한 자본과 첨단 기술을 요구하는 고난이도 프로젝트다. 케이블 부설은 특수 제작된 케이블선박이 수십 킬로미터 길이의 케이블을 바다 밑으로 끌고 가며 이루어진다. 케이블은 해저 지형과 환경 조건을 고려해 최적의 경로로 설치되며, 수심이 얕은 연안 지역에서는 어선이나 앵커 등으로 인한 파손을 막기 위해 땅속에 매설되기도 한다. 이러한 부설 작업은 한 번에 수년이 소요될 정도로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케이블 파손의 주된 원인은 자연재해(지진, 쓰나미), 어업 활동(그물, 저인망), 선박 앵커 투하 등 다양하다.
특히 2006년 대만 지진 당시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망이 마비됐던 사례나 2024년 2월 홍해 지역에서 발생한 케이블 손상으로 아시아-유럽 간 통신에 차질이 빚어진 사건은 해저케이블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케이블이 손상되면 특수 제작된 수리선이 현장에 투입돼 로봇 잠수정을 이용해 케이블을 찾아낸 뒤, 수면 위로 끌어올려 복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 또한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며, 수리 비용은 수십억 원에 달한다.

경제 안보와 직결된 해저 통신망의 전략적 가치
해저케이블은 단순한 통신 인프라를 넘어 국가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된다. 전 세계 금융 시장, 국제 무역, 외교 채널 등 국가 핵심 기능이 이 케이블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가 해저케이블의 주요 허브를 장악하거나 주요 구간을 통제하려 할 경우, 이는 심각한 지정학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중국 등 주요 강대국들은 자국의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보호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 주권 및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해저 케이블에 대한 물리적 보호뿐만 아니라 통신 감청, 해킹 등으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하는 기술적 보안 또한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국가 간 정보 교류의 핵심 통로인 만큼, 해저 케이블은 잠재적인 사이버 공격의 주요 타겟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방어 전략은 국가 안보의 필수 요소로 간주된다. 현재, 글로벌 해저 케이블 시장은 주요 통신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업체(구글, 메타 등)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미래 인터넷 환경과 해저 케이블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
데이터 트래픽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데이터 수요를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해저 케이블 산업은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에 직면했다. 현재 고용량 및 저지연 전송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더 많은 해저 케이블을 건설하고 기존 케이블의 전송 용량을 증대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새로운 케이블 경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통신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해저 케이블의 물리적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국제 협력 역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해저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 케이블 손상 탐지 기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저 케이블은 단순히 데이터 전송의 수단을 넘어,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초석이자 미래 기술 발전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는 전 세계적인 디지털 격차 해소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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