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궁 입구, 즉 자궁경부에 생기는 암, 자궁경부암에 대해 알아봅시다.
자궁경부암은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질환으로, 여성 생식기의 핵심 부위 중 하나인 자궁 입구, 즉 자궁경부에 생기는 암을 말한다. 자궁경부는 자궁 본체와 질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며, 이곳의 세포들은 우리 몸의 다른 세포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내외부 요인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러한 세포 변이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축적되면, 결국 통제 불능의 성장 특성을 보이는 악성 종양, 즉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특히 자궁경부암은 대부분 특정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발생한다는 명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으며, 이로 인해 다른 암종과 비교할 때 조기에 발견만 한다면 완치율이 매우 높다는 매우 희망적인 특징을 가진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자궁경부암이 왜 발생하고, 어떤 위험 요인들이 있으며, 실제로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이 질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자궁경부암, 왜 생기는 것일까?
자궁경부암 발생의 거의 모든 경우에 관여하는 주범은 바로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다. 이 바이러스는 마치 감기 바이러스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되며, 주로 성 접촉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온다. 여기서 성 접촉이란 반드시 삽입 성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식기 피부 접촉만으로도 전염될 수 있을 만큼 전파력이 강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HPV에는 현재까지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유형이 알려져 있는데, 그중 16형, 18형, 31형, 33형, 45형, 52형, 58형 등 일부 ‘고위험군’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됐다. 마치 수많은 씨앗 중 특정 종류의 씨앗만 특정 조건에서 열매를 맺는 것처럼, 모든 HPV 감염이 암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HPV는 매우 흔한 바이러스여서 성인 여성의 80%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감염될 정도로 보편적이다. 대부분의 HPV 감염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스스로 활성화되어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이는 감염 후 약 1~2년 이내에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흡연, 장기간의 경구 피임약 복용, 다른 성병 감염, 면역력 저하(예: HIV 감염)와 같은 추가적인 위험 요인들이 있거나,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존재하여 자궁경부 세포에 변형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이러한 세포 변형을 ‘자궁경부 이형성증(Cervical Dysplasia)’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암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의 병변이다. 이형성증은 경증(CIN1), 중등증(CIN2), 중증(CIN3)으로 나뉘며, 중증 이형성증의 경우 치료하지 않으면 10~20년에 걸쳐 자궁경부암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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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증상이 나타나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초기 자궁경부암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마치 초기 충치처럼 통증 없이 조용히 진행되거나, 감염 초기에는 자궁경부염과 비슷한 경미한 질 분비물 증가 정도만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암이 점차 진행되면 몇 가지 신호가 나타나게 된다. 가장 흔하고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는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다.
특히 성관계 후 출혈이 나타나거나, 폐경 후 이미 월경이 완전히 끝났음에도 다시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월경 기간이 아닌데도 출혈이 있거나, 평소보다 생리량이 많아지고 기간이 길어지는 등의 불규칙한 월경 출혈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평소보다 냉과 같은 분비물이 늘어나거나 악취가 나고,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암이 더 진행될 경우, 골반 부위의 지속적인 통증이나 허리 통증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체중 감소, 피로감, 소변이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다리가 붓는 등의 심각한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
자궁경부암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자궁경부 세포 검사(Pap test 또는 Pap smear)’다. 이는 자궁경부의 세포를 면봉이나 작은 브러시로 살짝 긁어 채취한 후, 현미경으로 이상 세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마치 학교에서 하는 정기 건강검진처럼 짧은 시간 안에 간단하게 받을 수 있는 검사이며, 통증도 거의 없다. 이 검사에서 비정상적인 세포가 발견되면, 보다 정밀한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HPV 검사를 추가로 실시하고, 자궁경부의 병변 부위를 확대경으로 자세히 관찰하는 ‘확대경 검사(Colposcopy)’를 진행한다. 만약 확대경 검사에서 의심스러운 병변이 보이면 해당 부위의 조직을 소량 떼어내 현미경으로 정밀 분석하는 ‘조직 검사(Biopsy)’를 통해 최종적으로 암 여부를 확진하게 된다.

자궁경부암, 어떻게 치료하고 예방할까?
자궁경부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성공률이 매우 높다. 이는 암이 자궁경부에 국한되어 있을 때 제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암의 진행 단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는데, 초기 암의 경우에는 암세포가 있는 부위만 원뿔 모양으로 도려내는 ‘원추 절제술(Conization)’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수술은 자궁을 보존할 수 있어 향후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선택지가 된다. 하지만 암이 더 진행되었거나 광범위할 경우에는 자궁 전체를 제거하는 ‘자궁 절제술(Hysterectomy)’을 시행하게 됐다. 때로는 주변 림프절까지 절제하는 경우도 있다.
암이 자궁경부를 넘어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거나 수술이 어려운 진행된 암의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나 항암 화학 요법 등을 단독으로 또는 병행하여 치료한다. 방사선 치료는 고에너지 방사선을 이용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이며, 항암 화학 요법은 약물을 통해 전신에 퍼진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자궁경부암의 가장 큰 특징이자 희망적인 부분은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른 암에 비해 원인이 명확하고 예방 수단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질병이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HPV 백신 접종: HPV 백신은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군 HPV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 바이러스 감염 자체를 막아준다. 마치 특정 질병을 막아주는 예방접종과 같아서, 암으로 가는 첫 단계를 차단하는 강력한 보호막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재 국내에는 여러 종류의 HPV 백신이 보급되어 있으며, 이들은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고위험군 HPV 유형을 효과적으로 예방한다. 주로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인 사춘기 청소년(만 12세 전후)에게 접종을 권장하지만, 이미 성인이 된 여성도 HPV 감염 이력이 없다면 접종을 통해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남성 역시 성기 사마귀 및 항문암 예방 등을 위해 접종이 권고되기도 한다.
정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진: 아무리 건강해도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듯이, 자궁경부암 역시 정기 검진을 통해 자궁경부 세포의 작은 변화라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궁경부 세포 검사는 전암 단계인 이형성증을 발견하여 암으로 진행하기 전에 치료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국가암검진 사업의 일환으로 만 20세 이상 여성에게 2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무료 검진 기회가 제공됐다. 이러한 국가적인 노력과 HPV 백신 접종 확대가 시너지를 내면서, 최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또한, 안전한 성생활 습관 유지, 금연 등도 자궁경부암 예방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자궁경부암은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침묵의 암’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HPV 예방 백신과 정기 검진이라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무기를 통해 충분히 극복하고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다. 이 두 가지 예방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함으로써 여성 스스로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개인의 건강을 넘어 가족과 사회 전체의 건강에 기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자궁경부암은 무엇인가요?
자궁 본체와 질을 연결하는 자궁 입구, 즉 자궁경부에 생기는 암입니다. 특정 바이러스 감염이 주원인이며,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매우 높습니다.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이 거의 모든 자궁경부암 발생의 주원인입니다. 특히 16형, 18형 등 일부 고위험군 HPV가 밀접하게 관련됩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는 어떻게 전염되나요?
주로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며, 삽입 성교뿐만 아니라 생식기 피부 접촉만으로도 전파될 수 있습니다.
HPV에 감염되면 반드시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나요?
아닙니다. HPV는 매우 흔한 바이러스로, 대부분의 감염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의해 1~2년 이내에 자연적으로 사라집니다.
HPV 감염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될 위험을 높이는 요인은 무엇인가요?
흡연, 장기간의 경구 피임약 복용, 다른 성병 감염, 면역력 저하 등이 바이러스가 지속되어 자궁경부 세포에 변형을 일으킬 위험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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