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의 끝없는 진화, 카드 한 장으로 시작된 악몽, 50대 이상 중장년층 피해 확산
전화금융사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2023년 한때 감소세를 보였던 전화금융사기가 2024년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특히 고도화된 범죄 전략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20대 이하 청년층을 노렸지만, 이제는 자산 규모가 큰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으로 범행 대상이 바뀌며, 피해 금액 또한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범행 수법 중 하나는 ‘카드 배송원 사칭’이다.
2024년 11월,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 접수된 카드 배송 사칭 신고는 6,619건으로 전년 동기 88건에 비해 급증했다. 이는 범죄조직이 피해자의 심리적 약점을 노려 더욱 교묘하고 정교한 방식을 동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카드 배송원 사칭, 새로운 범행 수법
최근 등장한 카드 배송원 사칭 수법은 피해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실물 카드를 우편함에 넣거나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범행의 현실감을 극대화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신청하지 않은 카드임을 지적하면, 범인은 ‘명의도용 위험’을 언급하며 피해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동시에 가짜 고객센터 번호를 알려주어 상담원과 연결시키는 형태로 범죄가 진행된다.
상담원을 사칭한 범인은 원격제어 앱 설치를 유도하여 피해자의 휴대폰을 조작하고 악성 앱을 설치해 개인 정보를 탈취한다. 이후 피해자의 통화와 위치 정보까지 가로채며, 점차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심리적 지배와 행동 통제로 피해자 무력화
심리적 지배와 행동 통제를 통한 피해자 무력화는 전화금융사기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범죄자는 금융감독원이나 검찰을 사칭하며 피해자가 대포통장 개설에 연루되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가 의심을 제기하면, 위조된 문서나 가짜 공문서를 제시하며 이를 반박한다. 또한 피해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협박과 동시에 도움을 주겠다는 위로를 반복하며 피해자의 혼란을 조장한다. 범행의 치밀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은행, 통신사, 심지어 경찰까지도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리며 피해자가 주변의 조언을 무시하도록 만든다. 특히, 은행에서 시행하는 금융사기 예방진단에 대비해 피해자에게 거짓 대답을 하도록 사전 교육을 시키고, 적극적으로 문진하는 은행 지점의 위치를 파악해 다음 범행에 활용하기도 한다.
예방수칙 숙지로 피해 방지 가능
전화금융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예방 수칙을 숙지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청은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발급되었다는 연락은 모두 가짜로 간주하라고 경고했다.
카드사는 배송 관련 알림을 공식 채널을 통해서만 전달하므로, 의심스러운 연락이 오면 즉시 112로 신고해야 한다.
또한,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은 원격제어 앱 설치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승인 코드를 알려주어서는 안 된다. 스마트폰 보안을 위해 백신 앱을 정기적으로 실행하고 악성 앱을 삭제하거나 초기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가오는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경찰은 범행 수법에 대한 대대적인 예방 홍보를 계획하고 있다. 홍보영상 제작과 웹매거진 발간을 통해 전화금융사기 범죄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죄조직은 금융서비스 앱의 편리함을 악용해 피해자의 자산을 체계적으로 노린다”며, “의심스러운 연락이 올 경우 반드시 범죄를 의심해야 하며, 구체적인 수법에 대해 숙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화금융사기의 피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최신 범행 전략을 이해하고, 가족과 주변인에게도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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