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8개월 만에 위기경보 심각 해제, 10월 20일 부로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의 제117차 회의를 통해 10월 20일 0시 부로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하고 중대본 운영을 종료한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2024년 2월 23일 위기경보가 발령된 지 약 8개월 만의 결정이다. 정은경 제1차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위기경보 단계 해제 추진 방안과 그동안의 부처별 조치 사항 및 후속 조치 등이 논의됐다. 정부는 이번 해제 결정의 배경으로 의료 현장의 진료량 회복과 응급의료 체계의 안정화, 그리고 상당수 전공의의 수련 복귀를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중대본은 자체위기평가회의를 개최(10.16.)하고, 진료량 회복 정도, 의료체계 운영 안정성, 전공의 복귀 현황 등 세 가지 핵심 지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위기 단계 하향 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의 진료량이 비상진료 이전인 평시(2024년 2월) 대비 95% 수준까지 회복됐으며, 응급실 운영 안정성 역시 평시 기준 병상의 99.8% 수준을 기록하는 등 의료 공백 해소가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위기경보 해제에 따라 그동안 비상진료 체계 유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여러 조치들이 종료되거나 제도화 단계로 전환된다. 정부는 응급의료 유지에 효과가 입증된 일부 비상진료 수가는 본수가로 전환하며, 간호사 진료지원이나 입원전담전문의 활용 등 효율적인 자원 운영에 기여한 조치들은 제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의료서비스 기능 회복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의료 현장의 근본적인 어려움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지적하고 정부에 의료 전문가와의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위기경보 해제의 근거: 진료량 및 의료체계 안정성 지표
정부가 보건의료 위기경보 단계를 하향 조정한 핵심 판단 기준은 ‘의료서비스 중단 위기’ 상황에 준하는 수준으로 의료체계가 회복됐는지 여부였다. 구체적으로, 진료량 회복 정도와 의료체계 운영 안정성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 중대본의 검토 결과,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전체 진료량이 2024년 2월 평시 대비 95%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비록 완전한 정상화는 아니지만, 심각 단계 발령 당시의 의료 위기 수준에서는 크게 벗어났음을 시사하는 수치다.
특히, 응급의료 상황의 회복세가 뚜렷했다. 응급실 운영은 평시 기준 병상 대비 99.8% 수준을 유지했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도 평시 대비 209명 증가하는 등 응급환자 수용 능력이 거의 평시 수준으로 복구됐다고 정부는 평가했다. 또한, 전체 전문의 및 일반의 수도 집단행동 이전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의료체계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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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복귀 현황 및 중대본 운영 종료 결정
의료인력 현황, 특히 전공의의 수련 복귀 정도 역시 위기 단계 해제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 집단행동 초기 이탈했던 전공의 규모는 2025년 3월 1,672명까지 감소했으나, 이후 정부와 의료계 간 소통 재개 및 하반기 모집 노력에 힘입어 2025년 9월 기준으로 10,305명의 전공의가 수련 과정에 복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년 대비 76.2%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는 상당수 전공의가 현장에 복귀하고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상호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중대본은 10월 20일 0시 부로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하고, 범정부적 비상대응체계였던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공식 운영을 종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약 8개월간 이어졌던 의료 공백 대응 비상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비상진료 수가 조정 및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방향
위기경보 해제에 따라 비상진료를 명목으로 시행되었던 임시 조치들은 단계적으로 종료되거나 제도화 절차를 밟게 된다. 비상진료 관련 수가는 10월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조정된다. 한시적으로 지급되던 가산 수가는 원칙적으로 종료되지만, 응급의료 유지 등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된 일부 항목은 환자 안전과 필수 의료 유지를 위해 본수가로 전환하여 지속 지원될 예정이다.
또한, 거점지역센터 운영 지원 등 일부 유예가 필요한 대책은 환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된 후 종료된다. 특히, 비대면 진료의 경우 전면 허용 조치는 중단되고 의료법 개정안의 취지에 맞추어 제도화 방향에 따라 개편된다.
우선적으로 비대면 진료 비율 30% 제한 및 의원급 원칙이 적용되며, 대상 환자 기준은 국회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간호사 진료지원 및 입원전담전문의 활용 등 의료 자원의 효율적 운영에 도움이 됐던 조치들 역시 제도화를 통해 안정적인 의료 시스템 구축에 활용된다.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 신설을 통한 미래 의료 개혁 로드맵
정부는 이번 집단행동 대응 과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상호 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민과 의료계가 공감하는 의료개혁을 추진할 사회적 논의기구인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를 조속히 신설한다. 이 위원회는 참여와 소통, 신뢰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당면한 지역 및 필수 의료 위기를 극복하고 의료체계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새로운 의료개혁 추진체계 하에서는 소아, 분만, 취약지 등 국민이 실질적인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의 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데 집중한다.
구체적으로 응급실 미수용 최소화 방안, 수도권 원정 진료 개선 등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나아가 초고령사회에 대비하여 재활, 요양, 생애 말기 의료 개선 방안과 기술 혁신을 통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정은경 제1차장은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로 나아가는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국민과 의료계가 공감하고 지지하는 의료혁신 로드맵을 신속히 마련해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부의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 해제는 장기간 지속된 의정 갈등 국면이 일단락되고 의료 서비스 기능이 회복 궤도에 올랐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조치였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근본적인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와 지역·필수 의료 분야의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무분별하게 확산됐던 비대면 진료가 즉각 중단되어 의료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정부가 막중한 책임감으로 무너진 의료 현장을 복구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궁극적으로 의료계 전문가들과의 불필요한 갈등 조장 없이 국민 건강을 중심에 둔 건설적인 협의와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가 새로 출범할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를 통해 지역 및 필수 의료의 위기를 초래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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