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위의 역사 – 민족 대명절 추석의 또다른 이름 한가위
음력 8월 15일,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은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을 맞아 조상에게 감사하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의미 깊은 날이다. 한가위라고도 불리는 이 명절은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수천 년의 역사와 문화가 응축된 공동체 의식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곡식과 과일이 무르익는 시기에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며, 오곡백과로 만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추석의 기원은 고대 농경 사회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삼국시대에 이미 명절로서의 형태를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신라시대의 ‘가배’는 현재 추석의 원형으로 손꼽히며, 이후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며 국가적인 차례와 민속놀이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명절로 발전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한때 단절의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 속에 다시금 중요한 위치를 되찾았다.
2025년 현재에도 추석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의미와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핵가족화와 생활 방식의 변화 속에서도 조상에 대한 공경과 가족 간의 유대 강화라는 본질적인 가치는 변함없이 계승되고 있다.

신라시대 ‘가배’와 추석의 시작
추석의 역사적 기원은 신라 유리왕 9년(서기 32년)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가배(嘉俳)’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사기』 기록에 따르면, 당시 신라에서는 매년 음력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한 달간 여성들이 두 패로 나뉘어 길쌈(베 짜기) 대회를 열었다. 마지막 날인 8월 15일에는 승패를 가리고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함께 즐기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행사가 바로 ‘가배’로, ‘가위’ 또는 ‘한가위’의 어원이 됐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가배는 단순한 길쌈 대회를 넘어, 추수를 앞두고 공동체의 단합을 도모하고 풍요를 기원하는 축제 성격이 강했다. 이 시기에는 이미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때였으므로,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문화가 싹튼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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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및 조선시대, 농경 사회의 핵심 명절로 자리매김
고려시대에 이르러 추석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명절이 됐다. 『고려사』 등 사서에 의하면, 고려는 추석을 설, 한식, 단오와 함께 4대 명절로 지정하고 왕이 직접 제사를 지내거나 연등회를 여는 등 다양한 행사를 거행했다. 특히 추석은 농경 사회였던 고려의 특성상 그해 수확의 결실을 조상에게 감사하고 이웃과 나누는 의미가 더욱 강조됐다.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전통이 더욱 견고해졌다.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은 추석을 조상 숭배와 효를 실천하는 핵심적인 날로 여겼다. 가을걷이를 마친 햇곡식과 햇과일로 차례를 지내고,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례로 자리 잡았다. 또한, 강강술래, 씨름, 소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통해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며 명절의 흥취를 더했다. 이러한 풍습은 『동국세시기』 등 다양한 문헌에 상세히 기록돼 있으며, 현대 추석의 모습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변화와 단절의 시간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추석을 비롯한 우리 민족의 전통 명절은 큰 시련을 겪었다. 일본 제국주의는 민족 문화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전통적인 명절 의례를 억압하고 식민 통치에 유리한 방식으로 변경하려 했다. 그러나 이러한 탄압 속에서도 민중들은 끈질기게 추석의 전통을 이어가며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했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사회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에는 명절을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1960~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했고, 이때부터 추석 연휴에 고향을 찾는 대규모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1980년대 이후 추석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온전한 명절 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됐고, 점차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정착됐다. 현대에는 차례를 간소화하거나 가족 여행을 떠나는 등 변화된 풍경도 나타났다.
2025년, 다양성 속에서 계승되는 추석의 가치
2025년 현재, 추석은 과거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복합적인 명절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차례와 성묘는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종교적 다양성 등의 영향으로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다변화됐다. 해외여행을 선택하거나, 간편식으로 차례상을 준비하고, 온라인으로 선물을 교환하는 등 새로운 트렌드가 확산됐다.
또한, ESG 경영 확산과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 증대로 추석 선물 세트에서도 친환경 및 비건 제품이 인기를 얻는 등 소비문화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추석이 지닌 ‘조상 숭배’, ‘가족 간 화합’, ‘풍요와 감사의 공유’라는 본질적인 가치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세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공동체 의식을 재확인하고, 한 해의 노고를 위로하며 미래를 기원하는 의미는 변치 않고 계승되고 있다.
추석은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변천을 겪으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신라시대의 가배에서 시작해 고려와 조선의 농경 의례로 발전했고, 근현대사의 격동을 거쳐 2025년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명절을 보내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지만, 조상에 대한 감사와 가족의 화합, 그리고 이웃과의 나눔이라는 추석의 핵심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전통적 의미가 현대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조화를 이루며 우리 민족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앞으로도 계속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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