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문암 Anal Cancer 이란 무엇일까? 당신은 이 질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항문암은 이름 그대로 항문관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전체 암 발생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아 희귀암으로 분류됐으나, 최근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과의 밀접한 연관성이 강력히 부각되면서 세계적으로 그 발병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성생활 방식의 변화와 HIV 감염률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항문 주변에 발생한다는 특성상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고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어 조기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은 항문암이 무엇인지, 왜 발생하며,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그리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히 설명한다.

항문암, 어떤 암일까? 항문암의 정의와 특징
항문암은 대변이 몸 밖으로 나가는 통로인 항문관 내부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통칭한다. 전체 암 발생률에서 1~2% 미만을 차지하는 비교적 드문 암이지만, 최근 서구권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국내에서도 그 증가 양상이 확인된다. 항문관은 약 3~4cm 길이의 짧은 기관이지만, 해부학적으로 항문연(anal margin)과 항문관(anal canal)으로 나뉘며, 각 부위를 구성하는 세포의 종류가 달라 다양한 형태의 암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유형은 항문관 상피세포에서 기원하는 편평상피세포암(Squamous Cell Carcinoma, SCC)으로, 전체 항문암의 약 80~90%를 차지한다. 그 외에 드물게 항문샘에서 발생하는 선암(Adenocarcinoma), 색소 형성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흑색종(Malignant Melanoma), 기저세포에서 발생하는 기저세포암(Basal Cell Carcinoma) 등이 있다. 이처럼 항문암은 단순히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여러 아형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초기에는 치핵(치질), 치루, 만성 항문 열상 등 흔한 양성 항문 질환과 증상이 유사해 오진되거나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더 복잡해지고 예후가 나빠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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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유두종 바이러스(HPV), 항문암의 주요 원인: HPV 감염과 암 발생의 연결고리
항문암 발생의 80% 이상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 감염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HPV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성 매개 바이러스로, 일생 동안 한 번이라도 성생활을 한 사람의 80% 이상이 감염될 정도로 매우 흔하다. 특히 고위험군 HPV, 그중에서도 HPV 16형과 18형은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동시에 항문암, 구강인두암, 질암, 음경암 등 여러 암을 유발하는 강력한 발암 인자로 지목된다. HPV는 항문관 세포에 침투하여 E6, E7과 같은 바이러스 단백질을 생성하고, 이 단백질들이 숙주 세포의 종양 억제 유전자(p53, Rb) 기능을 무력화시켜 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과 분열을 유도한다. 이는 결국 전암성 병변인 항문 상피내 종양(Anal Intraepithelial Neoplasia, AIN)을 거쳐 침윤성 항문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HPV 감염 외에도 여러 위험 인자들이 항문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대표적인 것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이다. HIV 감염인은 면역 체계가 약화돼 HPV 감염에 취약하며, HPV 감염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항문암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최대 100배까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장기 이식 등으로 인한 면역 억제 상태, 흡연, 다수의 성 파트너 또는 항문 성교 등 특정 성생활 습관, 과거 자궁경부암이나 외음부암 등 다른 HPV 관련 암 병력 등도 항문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위험 인자들은 HPV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암 발생 경로를 더욱 촉진하는 경향을 보인다.

조기 발견이 중요한 항문암의 증상과 진단: 숨겨진 신호와 정확한 확인
항문암은 초기 단계에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진단이 지연되는 주요 원인이 된다. 그러나 병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비특이적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항문 출혈로, 치핵(치질)이나 치열로 오인하기 쉽다. 암으로 인한 출혈은 종종 짙은 색을 띠거나 점액이 섞여 나올 수 있으며, 배변과 무관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항문 주변의 지속적인 가려움증, 통증(묵직하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 배변 시 악화), 항문 주변의 불편감이나 이물감, 항문 부위에 딱딱하게 만져지는 덩어리나 혹, 배변 습관의 변화(설사 또는 변비의 반복, 변이 가늘어지는 현상), 잔변감, 농양, 누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사타구니 부위의 림프절이 커지면서 만져지거나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진행된 암의 신호일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이 지속되거나 악화된다면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항문암 진단은 면밀한 신체 검진에서 시작된다. 의사의 직장수지검사(DRE)를 통해 항문관 내부에 덩어리나 병변이 있는지 촉진하고, 항문경 검사를 통해 직접 병변의 위치와 크기, 양상을 육안으로 확인한다. 이러한 검사에서 의심스러운 병변이 발견되면 반드시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암세포의 유무와 정확한 암의 종류를 확진한다. 조직검사는 항문암 진단의 결정적인 방법이다. 암이 확진되면 병의 진행 정도(병기)를 평가하기 위해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PET-C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등 영상 검사를 시행하여 암의 침범 범위, 림프절 전이 여부, 원격 전이 유무 등을 확인한다. 이러한 종합적인 진단 과정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계획이 수립된다.
항문암, 예방과 치료 방법은? 다양한 치료 전략과 효과적인 예방책
항문암의 치료는 암의 병기, 조직학적 유형, 위치,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다학제적 접근 방식으로 결정된다. 항문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대부분의 항문암은 수술보다는 동시화학방사선요법(Chemoradiation Therapy, CRT)이 표준 치료로 권고된다. 이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요법을 동시에 시행하여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파괴하고 재발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CRT는 항문 기능을 유지하면서 높은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80%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국소적으로 매우 작은 초기 암의 경우, 항문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국소 절제술(Local Excision)을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CRT 이후에도 암이 재발하거나 잔존하는 경우, 또는 진행된 병기로 진단된 경우에 한해 항문관 전체와 직장 일부를 절제하는 복회음 절제술(Abdominoperineal Resection, APR)과 영구 장루(인공 항문) 조성술이 필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이성 또는 재발성 항문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관문억제제(Immunocheckpoint Inhibitors)와 같은 새로운 치료법이 연구되거나 임상에 도입되어 긍정적인 치료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항문암 치료의 지평을 넓히는 중요한 발전이다.
무엇보다 항문암은 효과적인 예방이 가능한 암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가장 강력한 예방 수단은 HPV 백신 접종이다. 현재 가다실9가와 같은 최신 HPV 백신은 고위험군 HPV 16, 18형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유형의 HPV 감염을 예방하여 항문암을 포함한 다양한 HPV 관련 암 발생 위험을 크게 줄인다. 2024년 현재 질병관리청은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게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HPV 백신 무료 접종을 권장하고 있으며, 남성에게도 항문암 및 다른 HPV 관련 질환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한다. 남성에게도 HPV 백신 접종은 항문암 및 생식기 사마귀 등 HPV 관련 질환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외에도 안전한 성생활(콘돔 사용, 파트너 수 제한), 금연은 항문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 예를 들어 HIV 감염인이나 면역 억제 환자의 경우, 정기적인 항문 세포 검사(Anal Pap Smear)나 고해상도 항문경 검사(High-Resolution Anoscopy, HRA)를 통해 전암성 병변인 AIN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떠한 이상 증상이라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주저하지 말고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여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최상의 예방 및 치료 결과를 가져온다.
항문암은 그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과 강력하게 연관된 중요한 질환이다. 항문 출혈, 통증, 덩어리 등 의심스러운 증상이 나타날 경우, 터부시하거나 치핵과 같은 양성 질환으로 자가 진단하지 말고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기 발견 시 높은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다. HPV 백신 접종은 항문암을 포함한 다양한 HPV 관련 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안전한 성생활과 금연 등 생활 습관 개선 또한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이 글이 항문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독자 개개인이 자신의 항문 건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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