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7월 27, 2024
의약정책

의대정원 2천명 증원은 의료개혁인가?

의대정원 2천명 증원은 의료개혁인가? 의료붕괴인가?

최근 정부는 의사 수를 늘려 지역의료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의대정원 2천명 증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많은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 수련을 받던 대다수의 전공의들과 의과대학에서 수업을 듣던 의대생들이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휴학한 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전공의들의 사직 공백을 메우던 의대교수들은 과로에 지쳐 주 1회 휴진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의대교수들은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를 하지 않으면 환자가 정리되는 대로 사직하겠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습니다.

의료계의 대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 집행 정지 신청을 제기하여 현재 대법원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재항고 사건을 2부에 배당하고, 심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는 지난 22일 오후 7시 총회를 열어 전의교협 차원에서 의대 교수들이 자신들의 전문성이 필요한 정부 의료 정책 논의 자리에 향후 3년간 참여하지 않겠다는 불참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의교협은 정부가 의대 증원과 의학 교육 등 최근 문제가 된 주요 의료 현안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는데,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위원회에는 국가암관리위원회·심뇌혈관질환관리위원회·수련환경평가위원회·중앙응급의료위원회 등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반면 정부의 대응은 강경합니다. 의대정원 2천명 증원 정책은 정부가 오랜 기간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한 의료 개혁 정책이기에, 사법부와 입법부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국민 대다수가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지지해 주는 정책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또한 의료 개혁은 국민과 환자를 위한 개혁이자, 의료인 자신을 위한 개혁이라고 강조하며 일부 의료계의 반발로 의료 개혁이 좌절된다면 앞으로 어떤 정부도 의료 개혁을 추진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3개월 넘게 수련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늦게 복귀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점이 1년 늦어질 수도 있으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바로 출근하지 않는 행동 등도 충분히 집단진료거부 등 불법행동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의료법’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이 가능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자격정지 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이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더불어 의료계를 향해 외국 의료인 수입, 카데바 수입 문제 등 듣기 껄끄러운 발언도 서슴치 않습니다.

이러한 의정 갈등으로 인해 환자들의 속은 타들어 가기만 합니다.

그런데요.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정원 2천명 증원 정책이 과연 의료개혁일까요? 의료붕괴일까요? 지역의료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목표가 단순히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정책으로 해결이 가능할까요? 이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자세히 살펴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애초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려 의료 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더 많은 국민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특히, 지방의 의료 취약 지역에 더 많은 의사를 배치함으로써 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분명 명분 있는 정책으로 보일 수 있으며, 때문에 많은 국민들도 이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그 추진 시점에서 오점을 남겼습니다. 하필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 추진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지요. 당연히 의료계로부터 총선용이라는 비판과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사직과 휴학이라는 강경카드까지 쓰며 ‘원점재검토’를 요구하며 반발했습니다.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에 원점재검토는 없다며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일단 먼저 복귀한 후 객관적인 반대의 근거를 가지고 오면 대화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이런 말이 황당하기는 합니다. 애당초 2천명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내야하는 쪽은 정부이기 때문입니다.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조용히 병원과 학교를 잘 다니고 있었는데 정부가 느닷없이 의대정원 2천명 증원이라는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한 개선안을 들고 나와서 “우리는 무조건 증원할테니 너희들은 따르기나 해”라고 우기고 있고, 그러한 정부의 일방적인 행태에 대해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반발하는 건데, 정부는 우리는 일단 밀어붙일거니, 반대할거면 객관적인 반대 근거를 가져오라고 압박하고 있는거니까요. 정부 자신이 2천명 증원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내놓지 않았는데,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는 반대의 객관적인 근거를 가져오라하면, 전공의와 의대생들입장에서는 적반하장이겠지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홍보도 논란을 키웠습니다. 정부는 의대정원 2천명 증원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홍보했으나 결과적으로 그 근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법적공방 과정에서 과학적인 근거가 없음도 드러나 버렸습니다. 실제 항고심 재판부는 일단 큰 틀에서 의사 증원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만, 정부가 정한 정원 규모 2,000명의 근거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발표 당일에서야 수치가 처음 제시됐고, 의대 교육과정(6년)을 고려한 산술적 계산에 따른 것일 뿐 직접적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정부는 2035년 의사 1만 명 부족을 예상한 3건의 보고서를 토대로 6년의 의대 교육과정을 감안해 증원 숫자를 결정했다고 홍보했으나 단순 계산에 따른 이런 수치를 들어 “의대생들이 본안에서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결정문에 적시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의대정원 2천명 증원에 대해 폭넓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홍보했으나 그 또한 사실관계에 갑론을박이 존재합니다.

그 결과 정부 입장에서 짧은 기간에 정부의 승리로 막을 내릴 것 같았던 의대정원 증원 논란은 3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으며, 이제는 환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켜, 국민과 환자들 사이에서 그만 좀 하라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처음 정부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빠르게 매듭지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의대정원 2천명 증원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던 우리나라 의료가 자칫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의료개혁을 하겠다던 정부로 인해 오히려 의료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 버린 겁니다. 참 답답한 상황이긴 합니다. 정부가 의대정원 2천명 증원을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잘 굴러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거든요.

그럼 여기서 잠깐!!

정부가 주장하는 데로 의대정원을 2천명 증원하기만 하면, 실제로 지역 의료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요? 또 다른 이슈를 우리가 놓치고 있는건 아닐까요? 이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 시점에서 의대정원 증원이슈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의료붕괴로 가는 길을 막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니까요.

먼저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저출생,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잠정 집계 되어 그 심각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눈앞까지 다가왔고, 일할 인구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그 일자리는 도시가 아니면 구하기 어렵습니다. 젊은 부부들은 아이의 출생을 주저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교육, 보육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공교육은 미흡하고, 지방의 경우 사교육은 불충분합니다.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려면 돈이 필요한데, 월급은 제자리걸음이며, 양육시스템이나 각종 보육제도도 마땅치 않아 맞벌이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젊은 부부들 입장에서는 애를 낳지 않으려 하고, 설사 애를 낳더라도 지방에는 살지 않으려 합니다.

지방의 경우 각종 주거 생활 인프라도 미흡합니다. 직업의 다양성도 미흡해서 인구의 수도권 집중은 점점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의료적인 측면도 살펴볼까요? KTX 발달로 인해 우리나라 전 국토가 반나절 생활권으로 들어왔습니다. 지방에 살아도 수도권에 있는 큰 병원으로 편히 방문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어 굳이 지방에 있어도 수도권에 있는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에 정부는 각종 정책에서 매번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를 실시한다고 홍보합니다. ‘찾아가는 산부인과제도’가 그 예인데요. 대형버스에 각종 산부인과 검진도구를 싣고 분만병원이 없는 지역으로 찾아가서 산모들의 산부인과 검진을 해준답니다. 다만 분만은 하지 않습니다. 분만병원 가서 하랍니다. 좋은 제도 같지요? 그런데 그 지역에 있는 산부인과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진료받는 산모수가 부족하여 병원도 겨우겨우 운영하고 있는데, 정부가 그나마 남아 있는 환자산모마저 쏙쏙 빼먹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병원에게는 분만만 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분만이라는게 자칫 의료사고가 발생하기 쉽상인 구조입니다. 소송당하기 쉬운 구조인겁니다. 그러니 지역에 자리잡았던 분만병원들은 하나둘씩 사라져 갑니다.

반면 큰 대학병원들은 어떤가요? 계속 수도권 등에 분원을 만들어 병상수를 늘려갑니다. 앞으로 6천 6백병상이 더 늘어난다죠? 아마도 환자와 의사, 간호사 등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겁니다.

대략적으로 이 정도가 우리나라가 지금 처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정원을 2천명 늘린다면 그 의사들이 지방으로 갈까요? 정부의 예상대로 필수과로 갈까요?

대다수 의사들은 말합니다. 의사들이 지방으로 가지 않는 것은 환자가 없기 때문이라구요.

그렇다면 지방에 필수과 의사가 있다면 환자가 오는 걸까요? 정부는 그래서 필수의료 대책도 같이 발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요.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이 문제는 경제, 사회, 교육, 보육 전반적인 부분에서 건드려야 해결되지, 정부의 주장과 같이 단순히 의사정원 증원만으로, 그리고 필수의료 대책만으로 시대적인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의대정원 2천명 증원만이 답은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국민 모두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굳이 표현만 안했을 뿐이지요. 왜 안했을까요?

그리 간단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 이유였을 테지만, 한편으로는 그간 달갑지 않게만 보였던 의사들을 건드린다 하니 내심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렇게 된거에는 의사들의 잘못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예민한 문제일 수록 국민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해야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렇지만,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이 있습니다. 의대정원 2천명 증원 문제가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바뀌는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의대정원 2천명 증원! 아직은 의료개혁인지 의료붕괴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칫 의료파탄이 가속화 될 수 있고, 의대 아닌 다른 자연대의 몰락을 초래할 수도 있는 문제임은 분명합니다. 정권 차원에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순간적으로 결정해서 추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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