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상선암 치료에 있어 환자 스스로의 현명한 선택을 상징하는 갑상선 이미지.
갑상선암 수술 후 요오드 치료, 저위험군 환자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다
갑상선암은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진단되는 암 중 하나로, 매년 수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암과 달리 대부분의 경우 예후가 좋은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어 환자들의 삶의 질 유지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 특히 암의 크기가 작고 주위 조직 침범이나 림프절 전이가 없는 ‘미세 유두암’과 같이 재발 위험이 낮은 ‘저위험군’ 환자들에게는 수술 후 보조적 치료인 방사성 요오드 치료(방사성 동위원소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논의는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고 환자의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갑상선암 수술 후 혹시 모를 재발 위험을 최소화하고 잔여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많은 환자에게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암세포가 갑상선 호르몬과 유사한 특성을 띠어 요오드를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남아있는 갑상선 조직과 암세포를 파괴하는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축적된 연구 결과와 전 세계 의료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분석은 저위험군 갑상선암 환자에게 이러한 치료가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과도할 수 있음을 명확히 시사하고 있다. 불필요한 치료는 환자에게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구강 건조증, 미각 이상, 침샘 손상과 같은 단기적인 부작용, 그리고 드물지만 백혈병이나 골수이형성증후군과 같은 이차암 발생 위험 증가와 같은 장기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의 갑상선암은 과연 ‘저위험군’에 속할까? 그리고 더 이상 필수적이지 않다고 알려진 ‘요오드 치료’, 과연 어떤 기준으로 현명하게 선택해야 할까? 이 글에서는 변화하는 갑상선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환자들이 정보에 기반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의 ‘요오드 치료’ 패러다임과 변화의 시작
한때 갑상선암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재발을 막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표준적인 보조 요법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었다. 수술로 제거하지 못한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전이를 발견하여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널리 시행됐다. 특히 갑상선 전절제술을 시행한 환자의 경우 남아있는 갑상선 조직을 제거하여 향후 갑상선암 재발 여부를 혈액 검사로 추적 관찰하는 데 용이하다는 점도 주요 고려 사항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는 갑상선암의 종류나 병기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갑상선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의료계는 모든 갑상선암 환자에게 동일한 강도의 치료가 최선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크기가 작고 피막 침범이나 혈관 침범이 없는 미세 유두암 환자들에게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가져다주는 추가적인 이득이 미미하거나 그 위험성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치료 전략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저위험군 갑상선암’ 환자를 위한 새로운 연구 결과들
최근 국내외 연구진들의 활발한 연구는 ‘저위험군 갑상선암’ 환자들에게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불필요할 수 있다는 강력한 근거를 강화했다. 수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관찰 연구들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갑상선암의 생물학적 특성이 훨씬 다양하며, 특정 유형의 암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거나 심지어 스스로 소멸하는 경향까지 보인다는 점을 밝혀냈다. 일례로 모 대학병원 연구팀은 저위험군 갑상선암 환자 중 약 70% 이상이 방사성 요오드 치료 없이도 매우 양호한 예후를 보였으며, 재발률 또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은 환자군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불필요한 방사성 요오드 치료로 인한 구강 건조증, 미각 이상, 침샘 기능 저하로 인한 잦은 구강 감염, 만성 피로감 등 단기적인 불편함과 더불어, 매우 드물지만 백혈병, 골수이형성증후군 등 이차암 발생 위험 증가와 같은 장기적인 부작용을 피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환자의 삶의 질을 보존하고 치료로 인한 불필요한 합병증을 최소화하면서도 암 재발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민병원 김종민 병원장은 “과거에는 ‘혹시 모를 재발’에 대한 우려와 미세 잔여 암 제거를 목적으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폭넓게 권고했지만, 이제는 갑상선암의 생물학적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환자 개개인의 병기, 암세포의 침윤 정도, 유전적 변이 유무 등 위험도를 정교하게 평가하여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과잉 치료는 환자에게 신체적, 심리적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오히려 장기적으로 다른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환자 중심의 맞춤형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의 변화: ‘갑상선암’ 치료의 새로운 기준
미국갑상선학회(ATA)와 대한갑상선학회(KTA) 등 세계 주요 의학 학회들은 이러한 최신 연구 결과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갑상선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꾸준히 업데이트해 왔다. 특히 2015년 개정된 미국갑상선학회 가이드라인을 시작으로, 갑상선암의 위험도를 ‘저위험군’, ‘중간 위험군’, ‘고위험군’ 등으로 더욱 세분화하여 각 위험군에 따른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저위험군 환자에게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권고하지 않거나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모든 환자에게 일괄적인 치료를 적용하기보다는 환자의 나이, 암의 크기, 주변 조직 침범 여부, 림프절 전이 유무, 그리고 종양의 조직학적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별화된 맞춤형 치료’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변화다. 국내 대한갑상선학회 역시 비슷한 기조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환자들의 불필요한 치료 부담을 덜고 최적의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환자 중심의 치료를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의 변화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갑상선암 치료에 대한 보다 유연하고 합리적인 접근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갑상선암’ 환자의 현명한 치료 결정을 위한 조언
변화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갑상선암 환자는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본인의 암 위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의료진은 환자의 병리학적 특성, 유전적 요인, 동반 질환, 그리고 환자의 개인적인 선호도와 가치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적의 치료 계획을 제시할 것이다. 환자는 단순히 치료의 유무를 넘어서, 각 치료법의 장점과 단점, 발생 가능한 부작용, 그리고 치료 후 예상되는 삶의 질 변화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특히,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의 예상되는 경과와 치료를 받을 경우의 이점 및 위험성을 균형 있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함께 ‘공유된 의사 결정(Shared Decision Making)’을 내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은 불필요한 과잉 치료를 피하고,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최대한의 치료 효과를 얻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환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에 대한 주체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의료진은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야 한다.
갑상선암 환자들은 이제 더 이상 일률적인 치료 경로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상태에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됐다. 의료진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얻고, 치료의 방향성을 함께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민병원 김종민 병원장은 “최근 갑상선암 치료의 경향은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특히 저위험군 환자의 경우 방사성 요오드 치료 없이도 충분히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치료로 인한 부작용과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으므로,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여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최적의 맞춤형 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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