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학회 개정 고혈압 진료지침,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제시
대한고혈압학회는 현재의 최신 의학적 근거를 반영하여 고혈압 진료지침을 개정하고 이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전 세계적으로 사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인 고혈압을 더욱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회는 지난 2000년 첫 지침 발표 이후 지속적인 수정과 보완을 거쳐왔으며, 이번 6차 개정안에는 최근의 임상 연구 결과와 새롭게 등장한 치료 기술들을 상세히 담았다. 특히 합병증을 동반한 고위험군 환자들에 대한 목표혈압을 강화하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혈압 측정 장비를 임상에 도입하는 등 진료 현장의 변화를 적극 반영한 점이 특징이다.

고위험군 목표혈압 강화 및 심뇌혈관 합병증 예방 전략
이번 진료지침의 핵심적인 변화 중 하나는 특정 환자군에 대한 목표혈압 수치의 강화이다. 합병증이 없는 일반 고혈압 환자와 노인 환자의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140/90 mmHg 이하를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심혈관질환, 당뇨병, 만성콩팥병, 뇌졸중 등이 동반된 고위험 환자군은 목표혈압을 130/80 mmHg 이하로 낮추어 설정했다. 이는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과 사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는 최근의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결정된 사항이다.
서울 민병원 김경래 내과 대표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위험군 환자에게 강화된 목표혈압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의학적 결단이다.”라며 “초기 단계부터 엄격하게 혈압을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인 생존율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치는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와 단백뇨 여부와 상관없는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질환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완기 단독 고혈압 분류와 커프리스 혈압계 도입
현재 개정된 지침에서는 ‘이완기 단독 고혈압(IDH)’을 새롭게 분류 체계에 포함했다. 이는 수축기 혈압은 정상이지만 이완기 혈압만 높아지는 현상으로, 주로 젊은 연령층에서 흔히 관찰된다. IDH가 장기적으로 표적 장기의 손상과 심혈관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는 국내 연구 결과를 반영한 조치이다. 또한, 진료실 밖에서의 혈압 관리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활동혈압과 가정혈압의 측정 가치를 더욱 강조했다.
특히 이번 지침은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으로 ‘커프리스(cuffless) 혈압계’를 임상 혈압 감시 장치에 포함했다. 기존의 팔을 압박하는 커프 방식이 아닌 반지형이나 웨어러블 형태의 기기로, 일상생활이나 수면 중에도 연속적인 혈압 측정이 가능하다. 이는 혈압 변동성을 세밀하게 평가하고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혈압을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국제 표준에 따른 정확도 검증 과정과 임상 적용을 위한 표준화 작업은 향후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치료 약제 도입과 난치성 고혈압 개념 재정립
치료 약제 분야에서도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기존 항고혈압제 외에도 ARNI(angiotensin receptor-neprilysin inhibitor), SGLT2 억제제, 비스테로이드성 MRA 등 혈압 감소 및 장기 보호 효과가 입증된 새로운 약제들이 치료 전략에 포함됐다. 이러한 약제들은 단순한 혈압 강하를 넘어 심부전이나 신장 질환 환자에게 추가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또한, 여러 성분을 하나로 합친 단일제형복합제(SPC)를 초저용량부터 고용량까지 세분화하여 분류함으로써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치료 효과를 최적화하도록 했다.
힘내라내과의원 이혁 원장은 “과거 저항성 고혈압이라 불리던 개념을 ‘난치성 고혈압’으로 재정립하여 진단과 치료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라며 “이뇨제를 포함한 여러 약물을 복용함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신장신경차단술과 같은 최신 시술이나 새로운 기전의 약물을 적시에 제안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가성 저항성과 실제 불응성 환자를 명확히 구분하여 전문가의 세밀한 개입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이다.
환자 중심 진료와 생활습관 개선의 범위 확대
생활습관 개선은 고혈압 관리의 근간으로 유지되면서도 그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전자담배 사용과 간접흡연 역시 심혈관 위험을 높인다는 근거에 따라 금연 권고 범위에 포함됐다. 주목할 점은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호흡 운동, 명상, 마음챙김 요법 등이 비약물 치료 전략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이는 정서적 안정이 혈압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최신 의학적 판단에 따른 결과이다.
지침은 ‘환자 중심 진료(patient-centered care)’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의료진이 일방적으로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는 공유의사결정 모델을 권고했다. 또한, 임신 중 고혈압에 대해서도 더욱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하며,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위해 진료실 밖 혈압 측정을 활용한 정확한 진단을 강조했다. 비만 환자와 젊은 성인 고혈압 환자에 대해서는 조기 진단과 이차성 고혈압 선별 검사를 강화하여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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