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치아 상태에 맞는 RDA 지수 확인이 평생의 구강 건강을 결정한다
📢 핵심 3줄 요약
1. RDA(상아질 마모도)는 치약의 연마력이 치아를 얼마나 깎아내는지 나타내는 국제 표준 지표다.
2. 시린 이 증상이 있다면 RDA 70 이하의 저마모 치약을, 치석이 잘 생긴다면 100 이상의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3. 국내 제품 대부분은 RDA 수치를 표기하지 않으므로 제조사 문의나 치과의사 상담을 통한 확인이 필수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설정한 치약의 상아질 마모도(RDA, Relative Dentin Abrasivity) 안전 기준치는 250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치아 표면의 오염물질을 닦아내는 힘이 강하지만, 동시에 치아의 가장 단단한 겉면인 법랑질과 그 안쪽의 상아질을 깎아낼 위험도 커진다. 단순히 거품이 잘 나고 향이 좋은 치약을 고르는 행위가 정작 자신의 치아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샌드위치 백작이 도박 중에 간편하게 먹기 위해 발명했다는 샌드위치처럼, 치약 속 연마제 역시 바쁜 현대인이 빠르게 치아를 닦기 위해 고안된 효율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 효율성이 과도해지면 치아 뿌리가 드러나는 치경부 마모증(V-shaped defect)을 유발한다.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 부분이 패여 나가는 이 증상은 찬물을 마실 때마다 날카로운 통증을 유발하며, 심할 경우 신경 치료까지 필요하게 만든다. 결국 치약 선택의 기준은 브랜드 인지도가 아니라 철저히 숫자에 근거해야 한다.

RDA 지수가 왜 우리 치아의 수명을 결정짓는가?
RDA 지수는 치약에 포함된 연마제의 종류와 입자 크기, 함량에 따라 결정된다. 0에서 250까지의 범위를 갖는 이 지수는 크게 네 단계로 구분된다. 0~70은 저마모, 70~100은 중마모, 100~150은 고마모, 150 이상은 유해 가능성이 있는 극고마모 단계다. 치아는 한 번 마모되면 재생되지 않는 조직이기에 자신의 구강 상태보다 높은 수치의 치약을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사포로 치아를 문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한국인은 질긴 채소나 딱딱한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 때문에 치아의 기계적 마모가 서구인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연마력이 강한 치약과 좌우로 세게 문지르는 잘못된 칫솔질 습관이 더해지면 치아 마모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치과의사들이 환자의 구강 검진 시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 중 하나가 치경부 마모 상태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치약의 연마력 조절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내 치아는 어떤 등급의 치약을 원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 자신의 치아 상태를 자가 진단해야 한다. 찬물이나 찬바람에 치아가 시린 증상(상아질 지각과민증)이 있다면 무조건 RDA 70 이하의 저마모 치약을 써야 한다. 이런 제품들은 연마제 입자가 매우 고우며, 치아 표면을 깎기보다는 보호막을 형성하는 성분이 주를 이룬다. 반면 치석(Calculus)이 잘 생기거나 흡연으로 인해 치아 변색이 심한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RDA 100~150 사이의 고마모 치약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치태(Plaque)가 제거된 후에는 다시 중마모 제품으로 돌아와야 안전하다.
어린이의 경우 영구치가 완전히 자리 잡기 전까지는 치질이 성인보다 약하므로 RDA 50 이하의 제품이 권장된다. 노년층 역시 잇몸 퇴축으로 인해 치아 뿌리가 노출된 경우가 많으므로 고마모 치약은 금물이다. 단순히 ‘미백 효과’라는 광고 문구에 현혹되어 RDA 수치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하얀 치아를 얻는 대신 시린 이와 잇몸 통증이라는 가혹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자신의 나이와 현재 잇몸의 높이, 시림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선택이 필요하다.

시중에 파는 치약에서 RDA 수치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상 치약 포장지에 RDA 수치를 의무적으로 표기할 필요는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 뒷면의 전성분 표기만으로는 정확한 마모도를 알기 어렵다. 이럴 때는 제품명에 ‘시린 이 전용’, ‘센서티브’, ‘저자극’ 등의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대개 이런 제품들은 RDA 70 이하로 설계된다. 반대로 ‘강력 미백’, ‘치석 제거’를 강조하는 제품은 상대적으로 지수가 높을 확률이 크다.
더 정확한 정보를 원한다면 제조사의 고객센터에 문의하거나 홈페이지의 제품 상세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 일부 프리미엄 치약 브랜드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RDA 수치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한다. 만약 수치 확인이 불가능하다면 치과를 방문했을 때 평소 사용하는 치약의 종류를 의사에게 알리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치과의사는 환자의 법랑질 두께와 마모 상태를 보고 어떤 수준의 연마제가 적당한지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세 번 사용하는 치약, 이제는 성분표 너머의 숫자를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매일 먹는 음식의 칼로리는 꼼꼼히 따지면서도, 평생 입안에 머무는 치약의 수치에는 무관심했다. RDA 지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내 치아의 수명을 결정짓는 지표다. 잇몸이 내려앉고 치아가 패여 나간 뒤에 후회하는 것은 늦다. 지금 당장 화장실 선반에 놓인 치약을 확인하고, 내 잇몸이 보내는 시린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올바른 RDA 지수 선택과 부드러운 회전법 칫솔질의 결합만이 100세 시대의 가장 강력한 보험이 될 것이다.
한태인 산본효치과의원 원장에게 듣는 치약 RDA 지수 궁금증! 무엇이 궁금하세요?
Q: RDA 수치가 높을수록 치아가 더 깨끗하게 닦인다고 볼 수 있나?
A: 그렇다. 연마제 입자가 크고 거칠수록 치아 표면의 착색이나 치태를 제거하는 효율은 높아진다. 하지만 이는 치아 표면을 미세하게 깎아내는 과정이므로, 치아가 약한 사람이 고마모 치약을 매일 쓰면 도리어 치아 구조가 손상될 수 있다.
Q: 시린 이 전용 치약은 왜 일반 치약보다 거품이 적고 미끈거리는 느낌이 드나?
A: 시린 이 치약은 RDA 수치를 30~50 수준으로 대폭 낮추기 때문이다. 연마제 함량을 줄이는 대신 질산칼륨 같은 성분을 넣어 노출된 상아세관을 막고 신경 통증을 완화하는 데 집중한다. 세정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치아 보호를 최우선으로 설계된 결과다.
Q: 미백 치약을 장기간 사용해도 치아 건강에 문제가 없나?
A: 시중에 판매되는 미백 치약은 대개 RDA 지수가 100 이상인 고마모 제품이다. 치아 표면의 변색층을 깎아내는 방식이므로, 잇몸이 약하거나 치경부 마모증이 있는 환자가 장기간 사용하면 시린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전문가와 상의 후 주기적으로 조절하며 사용하는 것이 좋다.
Q: 어린이 치약 선택 시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RDA 기준은 무엇인가?
A: 아이들의 유치와 갓 나온 영구치는 성인보다 법랑질이 얇고 부드럽다. 따라서 RDA 50 이하의 저마모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은 칫솔질 힘 조절이 미숙하므로 연마력이 강한 치약을 쓰면 순식간에 치아가 마모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