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것 안 먹는데 당뇨, 근육량 부족이 혈당 조절에 미치는 악영향과 한국인 특유의 췌장 특성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아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는 대사 질환이다. 흔히 당뇨병은 과도한 당분 섭취와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인식되지만, 체질량지수(BMI)가 정상 범위에 속하는 이른바 ‘마른 당뇨’ 환자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마른 당뇨는 겉으로 보기에 건강해 보이고 체지방률이 낮아 보임에도 불구하고 대사적으로는 비만 환자와 유사한 위험성을 내포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체중의 문제가 아니라 체성분 구성과 장기의 기능적 한계에서 기인하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외형적 체형 이면에 숨겨진 내장지방의 함정
마른 당뇨의 핵심 기전 중 하나는 ‘근감소성 비만’이다.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볼록하게 나온 올챙이형 체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체형은 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내장지방은 장기 사이사이에 축적되어 염증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며, 이는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는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한다. 결과적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혈당 수치가 상승하게 된다. 의료계에서는 체중 자체보다 허리둘레와 근육량의 비율을 더욱 중요한 지표로 본다.
근육은 섭취한 포도당의 약 70% 이상을 소모하는 가장 큰 에너지 소비 기관이다. 근육량이 부족하면 식후에 혈액으로 유입된 포도당이 제대로 연소되지 못하고 혈액 내에 머물게 된다. 특히 하체 근육의 손실은 혈당 조절 능력을 급격히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힘내라내과의원 이혁 원장은 “마른 당뇨 환자의 경우 근육량 부족이 혈당 조절 실패의 핵심 기전으로 작용하며 이는 비만형 당뇨보다 오히려 심혈관 질환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단순히 식사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대사적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인 특유의 췌장 크기와 기능적 한계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서구인에 비해 췌장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해부학적 특징이 있다. 한국인의 췌장 크기는 서구인보다 약 12% 정도 작으며,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의 양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한 양의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췌장이 받는 과부하가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 자체가 태생적으로 낮기 때문에, 살이 찌지 않았더라도 췌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당분이 유입되면 쉽게 당뇨병으로 이행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마른 당뇨가 한국인에게 특히 위협적인 이유를 뒷받침한다. 서구인은 고도비만이 되어야 당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인은 약간의 내장지방 증가나 근육량 감소만으로도 췌장이 한계에 도달한다. 또한 고지방, 고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 변화는 작은 췌장을 가진 한국인들에게 치명적인 자극이 된다. 과당이나 정제 탄수화물을 즐기지 않더라도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고 활동량이 적어 근육이 소실되면 췌장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마른 당뇨의 진단과 생활 습관의 대전환
마른 당뇨는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 놓치기 쉽다. 체중이 정상이고 외관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공복 혈당만 확인하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식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혈당 스파이크’는 마른 당뇨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화혈색소(HbA1c) 검사나 식후 2시간 혈당 측정이 필수적이다. 이에 전문의들은 마른 체형일수록 근육량과 지방의 분포를 확인하는 체성분 분석을 정기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마른 당뇨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하체 위주의 근력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도 중요하지만, 포도당 저장고 역할을 하는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혈당 조절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식단에서는 단순히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섭취 비중을 높여 근육 생성을 돕고, 정제되지 않은 복합 탄수화물을 선택하여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야 한다. 마른 당뇨는 체중 감량이 목표가 아니라 체성분의 질적 개선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서울 민병원 내분비내과 김성수 원장에게 듣는 마른 당뇨 관리 궁금증
Q. 마른 사람이 당뇨에 걸리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근육량 부족과 내장지방의 불균형이다. 외관상으로는 말라 보이지만 복부에 지방이 집중되어 있거나 팔다리 근육이 부족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진다. 또한 한국인은 선천적으로 췌장이 작아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구인보다 적은 체지방 증가에도 대사 기능이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Q. 식단 조절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마른 당뇨 환자들은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에 식사량을 지나치게 줄이는 실수를 범한다. 이는 오히려 근육 손실을 초래하여 당뇨를 악화시킨다.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면서 정제된 설탕이나 밀가루 대신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굶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근육을 만드는 식단이 필수적이다.
Q. 운동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스쿼트나 런지 같은 근력 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주 3회 이상의 근력 운동을 통해 포도당 저장고인 근육의 용량을 늘리는 것이 혈당 스파이크를 방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