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양파 먹으면 죽는다, 양파 독성,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인 ‘하인츠 소체’ 형성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반려견과 함께 휴식을 취하던 A씨는 자신이 먹던 맛있는 스테이크 한 조각을 반려견에게 나눠줬다. 스테이크에는 육즙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 볶은 양파 조각이 미세하게 섞여 있었다. A씨는 그저 작은 채소 조각일 뿐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며칠 뒤, 반려견은 갑자기 기력이 없어지고 잇몸이 창백해지며 소변 색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 이상 증세를 보였다.
급히 동물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반려견의 몸속에서는 치명적인 독소가 적혈구를 파괴하는 무서운 작용을 시작한 후였다. 보호자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주방 속 흔한 식재료, 양파가 반려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침묵의 암살자로 돌변한 것이다.
과연 그 작은 한 조각이 반려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할 수 있을까?

양파와 마늘, 개와 고양이에게는 왜 독이 되나
양파(Allium cepa)와 마늘(Allium sativum)을 포함한 백합과 식물들은 사람에게는 건강한 식재료지만, 개와 고양이에게는 심각한 독성 물질이다. 이 식물들에는 ‘N-프로필 디설파이드(N-propyl disulfide)’와 같은 티오황산염(Thiosulfates) 화합물이 들어있다. 이 화합물은 특히 개와 고양이의 소화 시스템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활성 산소종을 생성하며 적혈구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힌다. 사람의 몸은 이 독성 물질을 효율적으로 대사하고 배출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 특히 고양이는 이 독소를 분해하는 효소 시스템이 매우 취약하여 독성이 훨씬 더 오래, 강하게 작용한다.
이 독성 물질이 적혈구에 침투하면,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을 산화시켜 변성시킨다. 이 변성된 헤모글로빈이 적혈구 세포벽에 응축되어 붙는 것을 ‘하인츠 소체(Heinz body)’ 형성이라고 부른다. 하인츠 소체가 형성된 적혈구는 정상적인 기능을 잃고 취약해지며, 결국 비장과 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파괴된다. 이 현상이 바로 ‘용혈성 빈혈(Hemolytic Anemia)’이다.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핵심 역할을 하므로, 적혈구가 대량으로 파괴되면 산소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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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량의 양파 가루도 치명적인 반려동물 적혈구 파괴 위험
보호자들은 보통 생양파만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양파의 독성 성분은 조리되거나 건조돼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수분이 제거된 양파 가루나 농축된 양파즙은 단위 무게당 독성 물질의 농도가 훨씬 높아져 더욱 위험하다. 특히 시중에 판매되는 육류 가공품, 수프, 이유식, 심지어 일부 반려동물 간식에까지 양파 분말이나 마늘 추출물이 향미 증진제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개는 체중 1kg당 5g 이상의 양파를 섭취했을 때, 고양이는 체중 1kg당 1g의 양파만 섭취해도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고양이가 개보다 훨씬 적은 양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특히 고양이는 양파 독성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성 증상은 섭취 후 즉시 나타나기보다는 보통 24시간에서 72시간 후에 지연되어 발현된다. 초기 증상으로는 구토, 설사, 식욕 부진 등이 있으며, 용혈성 빈혈이 진행되면 점막이 창백해지고(빈혈), 심박수가 빨라지며, 호흡 곤란을 겪을 수 있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적혈구 파괴로 인해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소변 색깔이 짙은 갈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하는 혈색소뇨증이다. 이는 이미 신장이 과부하 상태에 놓였음을 의미하며 즉각적인 수의학적 개입이 필요하다.

응급 상황 대처 및 예방: 보호자의 철저한 관리만이 살 길
만약 반려동물이 양파나 마늘을 섭취한 것이 확인됐다면, 증상이 나타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즉시 동물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섭취 후 2시간 이내라면 구토를 유발하여 독성 물질의 흡수를 최소화하는 처치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경과하여 용혈성 빈혈이 진행됐다면, 수혈, 산소 공급, 정맥 수액 처치 등을 통해 생명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심각한 적혈구 파괴로 인해 신부전이 동반될 경우 예후가 매우 나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대처는 예방이다. 보호자는 반려동물에게 사람이 먹는 음식, 특히 국물이나 소스류를 절대 공유하지 않아야 한다. 양파와 마늘이 들어간 음식은 물론, 부추, 쪽파 등 백합과 식물 전체를 반려동물의 접근이 불가능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전용 식단(펫푸드)의 안전 기준이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저가 사료나 간식에 향미 증진 목적으로 양파 추출물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보호자의 작은 부주의가 반려동물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반려동물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독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능력이 없다. 그들의 안전은 오롯이 보호자의 손에 달려 있다. 양파 독성으로 인한 반려동물 적혈구 파괴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주방의 모든 식재료를 잠재적 위험 물질로 간주하고 관리하는 철저한 훈련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음식을 가려주는 행위를 넘어, 반려동물과의 건강하고 안전한 동거를 위한 필수적인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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