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명령 이행 거부, 국가공무원법 대개정… 위법한 지휘·감독 거부 근거 마련으로 공직사회 대변화 예고
앞으로 국가공무원법에서 76년간 유지됐던 ‘복종’이라는 단어가 사라진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들이 불법 계엄과 같은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해 소신껏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공무원의 기본 의무를 수평적 직무 환경에 맞춰 재정립하고, 동시에 공직사회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공무원의 ‘복종의 의무’를 삭제하고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는 명령과 복종의 통제 시스템에서 벗어나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하고, 공무원이 법령에 따라 소신껏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히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지휘·감독에 대해서는 공무원이 이행을 거부할 수 있도록 명시해, 공직사회의 법치주의와 책임성을 강화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76년 만에 사라진 ‘복종의 의무’, 소신 행정의 기틀 마련
공무원의 ‘복종의무’는 1949년 국가공무원법이 제정될 때 도입된 이래 76년 이상 공직사회를 지배해왔다. 인사혁신처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이 오랜 관행을 깨고, 공무원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법적 기반을 다졌다. 개정안은 공무원이 구체적인 직무수행과 관련해 상관의 지휘·감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나아가 지휘·감독이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공무원이 그 이행을 거부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를 청산하고, 공무원 개개인이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기존의 ‘성실의무’ 역시 ‘법령준수 및 성실의무’로 변경돼,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책임이 더욱 명확해졌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명령과 복종의 통제 시스템에서 벗어나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해나가도록 하는 한편, 상관의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해서는 이행을 거부하고 법령에 따라 소신껏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육아휴직 대상 12세로 상향, 난임 치료 휴직 신설
이번 개정안은 공무원의 일과 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획기적인 변화도 포함하고 있다. 육아휴직 사용 대상 자녀의 나이 기준이 기존 8세(초등학교 2학년)에서 12세(초등학교 6학년)로 대폭 상향됐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를 둔 공무원도 돌봄을 위해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됐다. 이는 맞벌이 부부가 많은 공직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고,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에도 부모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또한, 난임 치료를 위한 휴직이 별도의 휴직 사유로 신설됐다. 기존에는 난임 치료를 위해 휴직이 필요할 경우 임용권자가 직권으로 명령하는 질병 휴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공무원에게 부담이 컸다. 그러나 개정안은 난임 휴직을 명확히 구분하고, 공무원이 난임 휴직을 신청할 경우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허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로써 난임 치료 과정에 있는 공무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은미나 유니스산부인과의원 원장은 “이번 개정안은 단순히 복무 규정을 바꾼 것을 넘어, 공무원들이 개인의 삶을 존중받으며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난임 치료가 필요한 공무원에게 별도의 휴직 사유를 부여한 것은 국가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한다.”라고 강조했다.

성 비위 징계 시효 10년 연장, 피해자 보호 절차 강화
공직 기강 확립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도 강화됐다. 개정안은 공무원의 스토킹과 음란물 유포 비위에 대한 징계 시효를 기존 3년에서 10년으로 대폭 연장했다. 이는 성 비위의 특성상 시간이 지난 후에야 피해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징계 시효가 늘어남에 따라 비위 행위자는 보다 오랜 기간 처벌의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비위 혐의자에 대한 징계 처분 결과를 피해자가 통보받을 수 있도록 관련 징계 절차를 강화했다. 이는 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공직 사회 내에서 발생한 비위에 대해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조치가 이뤄졌음을 확인시켜 피해자 보호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조치다. 이러한 징계 절차 강화는 공직 사회의 윤리 의식을 높이고, 성 비위 행위를 근절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은, 국민 모두의 삶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질 좋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본적인 일”이라며 “앞으로도 일할 맛 나는 공직사회가 될 수 있도록 여건 조성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은 공직사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 역할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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