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시행규칙 개정안 전면 재검토 요구하는 의료계의 4대 핵심 쟁점
📢 핵심 3줄 요약
1. 초진 범위 확대 및 지역 제한 완화에 따른 대면진료 보완 원칙 훼손 우려
2. 초진 환자 대상 30일 장기 처방 허용이 가져올 환자 안전 및 약물 오남용 위험
3. 병원급 참여 확대와 야간·휴일 예외 조항을 통한 비대면진료 전담기관의 편법 운영 가능성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9일 성명을 통해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번 개정안은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제한한다는 기존의 대원칙을 하위법령인 시행규칙을 통해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것이 의료계의 판단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15년 만에 합의하여 도출한 대면진료 원칙, 재진환자 중심, 의원급 중심,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금지라는 4대 원칙이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가 대면진료의 보완 수단으로만 작동해야 국민의 건강권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정부가 의료계와 약속한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시행규칙을 통해 법률이 정한 예외 범위를 과도하게 넓힌 것은 법률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는 개정안이 수정되지 않고 확정될 경우, 회원들과 함께 비대면진료 참여 여부를 원점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초진 환자 범위 확대가 지역 의료 체계의 근간에 미치는 영향은?
개정안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초진 비대면진료의 허용 범위를 환자의 주소지가 속한 시·도 전체로 대폭 확대한 점이다. 기존에는 비대면진료 도중 이상 소견이 발견될 경우 즉각적으로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적 제한을 두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서울 전역이나 경기도 전역이 하나의 동일 지역으로 묶이게 되어, 사실상 지역 제한의 취지가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
의협은 동일 지역의 범위를 시·군·구 단위로 좁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가 비대면 진료 이후 필요한 경우 즉시 방문할 수 있는 거리 내에서만 진료가 이뤄져야 의료의 연속성과 안전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밖 진료 예외는 희귀질환자나 교정시설 수용자 등 이동이 극히 제한되거나 특수한 상황에 놓인 경우로 엄격히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역 단위의 지역 확대는 대형 플랫폼이나 특정 지역 의료기관으로의 쏠림 현상을 가속화하고 지역 내 1차 의료 기관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원칙 무력화하는 30일 장기 처방의 안전성 확보는 가능한가?
환자 안전을 위해 설정됐던 초진 처방 제한 규정도 이번 개정안에서 크게 완화됐다. 당초 직접적인 진찰 없이 이뤄지는 초진 비대면진료의 경우 처방 기간을 7일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개정안은 해당 질환에 대한 진료 및 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사가 기존 치료의 지속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초진 환자에게도 1회에 한해 최대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의료계는 이러한 조항이 사실상 7일 처방 원칙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 한 번의 대면 진찰이나 경과 확인 없이 한 달 치의 약물을 처방하는 것은 환자의 상태 변화를 간과할 위험이 크며, 이는 곧 비대면 초진을 장기 처방의 통로로 활용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의협은 초진 30일 처방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불가피한 예외가 인정되더라도 그 기간은 14일 이내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약물 오남용 방지와 환자 모니터링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병원급 참여 확대와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금지 원칙의 충돌 지점은?
의료법은 본래 희귀질환자나 수술 후 관리 환자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규칙 개정안은 지역 밖 예외 14개 유형 전체를 비롯해 시술 후 환자, 항암 및 장기이식 환자, 13세 미만 소아의 야간·휴일 경증 진료, 임상시험 참여자까지 병원급 진료 대상을 대폭 넓혔다. 이는 의원급 중심의 비대면진료 원칙을 훼손하고 상급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집중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운영을 막기 위한 장치들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비대면진료 비율을 전체의 30%로 제한하고 의사 1인당 월평균 500건의 상한을 두겠다고 밝혔으나, 평일 20시 이후와 토요일 18시 이후, 그리고 휴일 진료 건수는 이 산정에서 제외했다. 이는 의료기관이 야간과 휴일에만 집중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운영하며 사실상의 전담기관처럼 기능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만든다. 의협은 병원급 허용 범위를 법률이 명시한 범위로 축소하고, 비율 및 건수 산정에 야간과 휴일 진료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가 비대면진료 참여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게 된 정책적 배경은?
의협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신뢰를 저버리고 일방적인 제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률 시행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하위법령을 통해 기본 원칙을 뒤집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를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행위다. 산업적 논리와 편의성만을 앞세워 한 번 완화된 안전장치는 다시 복구하기 어려우며, 그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는 오로지 국민과 환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협의 일관된 입장이다.
의협은 정부가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의료계의 전문적인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개정안을 원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현재의 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대한의사협회는 비대면진료의 위험성을 회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단체 차원에서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한 반대를 넘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의료인으로서의 최후의 수단임을 시사했다. 정부의 향후 대응에 따라 비대면진료 제도의 안착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