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 내리자마자 병원행의 주요 원인인 이코노미 증후군과 혈전 이동 경로 분석
심부정맥 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DVT)은 장시간 좁은 좌석에 앉아 이동할 때 다리 정맥에 혈전이 형성되는 질환을 의미한다. 흔히 ‘이코노미 증후군’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비행기 이코노미석과 같이 협소한 공간에서 다리를 움직이지 못할 때 혈액 순환이 정체되면서 발생한다.
혈액의 흐름이 느려지면 정맥 내에서 피가 굳어 혈전이 생기며, 비행기에서 내린 직후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할 때 이 혈전이 혈관을 따라 이동하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정맥 혈류의 정체와 혈전 형성의 기전
현재 의료계는 이코노미 증후군의 근본 원인을 장시간의 부동 상태로 정의한다. 다리의 정맥 혈액은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하는 ‘펌프 작용’을 통해 심장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좁은 좌석에서 5시간 이상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면 근육 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혈액이 다리에 고이게 된다. 특히 기내의 낮은 기압과 20% 이하의 낮은 습도는 혈액의 점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서울 민병원 전형진 외과 원장는 “다리 근육의 움직임이 멈추면 정맥 판막 부근에서 혈액이 소용돌이치며 굳어지는 현상이 가속화된다”고 강조했다. 전 원장은 “혈액 속 수분이 기내의 건조한 공기로 인해 배출되면서 피가 끈적해지는 과정이 혈전 형성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혈전의 이동 경로와 폐색전증의 위험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하여 승객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지점으로 꼽힌다. 정체되어 있던 혈액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면서 다리 정맥에 붙어 있던 혈전이 떨어져 나와 혈류를 타고 심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하대정맥을 통과한 혈전은 우심방과 우심실을 거쳐 폐동맥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때 크기가 큰 혈전이 폐동맥을 막아버리면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이 발생한다.
폐색전증은 폐로 가는 혈액 공급을 차단하여 극심한 호흡 곤란, 가슴 통증, 심정지를 유발한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는 사례의 대부분은 이처럼 혈전이 순식간에 폐동맥을 폐쇄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고위험군 분류 및 임상적 징후
모든 승객에게 위험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임상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고령자, 비만, 최근 수술 이력이 있는 환자, 암 환자, 임산부, 경구 피임약을 복용 중인 여성 등이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비에비스나무병원 홍성수 병원장(내과전문의)은 “기내에서 다리가 붓거나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 병원장은 “한쪽 종아리가 유독 붉게 변하거나 열감이 느껴지는 현상은 이미 심부정맥 혈전증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비행기 하차 후 걷기 시작할 때 숨이 가쁘거나 어지러움증이 동반된다면 즉시 응급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방적 조치와 기내 행동 수칙
이코노미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류가 정체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내에서는 최소 1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통로를 걷거나, 앉아 있는 동안에도 발목을 위아래로 까딱이는 스트레칭을 반복해야 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여 혈액 점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며, 이뇨 작용을 촉진하는 술이나 커피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유리하다.
압박 스타킹 착용은 종아리 근육을 외부에서 압박하여 혈류 속도를 높여주므로 고위험군에게 효과적인 예방법으로 작용한다. 현재 항공사들은 기내 안전 방송과 안내 책자를 통해 이러한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서울 민병원 전형진 외과 원장에게 듣는 심부정맥 혈전증의 위험성
Q. 비행기에서 내린 직후에 급사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행 시간 동안 다리 정맥에 정체되어 있던 혈액이 응고되어 혈전이 만들어진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승객이 일어서서 걷기 시작하면, 근육이 수축하면서 정맥 속에 머물던 혈전이 혈류를 타고 빠른 속도로 심장을 거쳐 폐로 이동한다. 이 혈전이 폐동맥의 좁은 구간을 막아버리면 산소 공급이 즉각 차단되면서 심폐 기능이 정지하게 된다. 이것이 비행기 하차 직후 발생하는 돌연사의 기전이다.
Q. 혈전 형성을 막기 위해 기내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습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리 근육을 수시로 움직여주는 것이다. 좌석 밑에 짐을 두어 다리 공간을 좁히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 또한 탈수 상태를 막기 위해 생수를 자주 마셔야 한다. 알코올은 혈액을 더 끈적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장거리 비행 중 과도한 음주는 금물이다.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미리 착용하고 탑승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Q. 증상이 나타났을 때 어떤 초기 대응이 필요한가?
한쪽 다리가 붓고 통증이 느껴진다면 절대 해당 부위를 주무르거나 마사지해서는 안 된다. 마사지로 인해 혈전이 혈관 벽에서 떨어져 나가 폐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차 후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이나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하면 1분 1초가 시급한 상황이므로 즉시 응급실로 이동하여 혈전 용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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