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추진에 따른 병상 수급 불균형과 지역 의료 체계의 위기
지난 30일 대한의사협회는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 대학병원들의 대규모 병상 신설 및 증설 계획에 대해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다수의 대학병원이 수도권 내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전체의 병상 수급 관리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지역 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다.
실제 정부가 지역 완결형 의료 체계 구축과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수도권의 병상 확대는 이러한 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의협은 병상 증설 승인 과정에서 정부의 엄격한 심사와 정책적 조율이 선행되어야 한다.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과 지역 의료 기관의 공동화 현상
수도권에 대규모 병상이 확충될 경우 가장 먼저 우려되는 지점은 의료 인력의 급격한 유출이다. 대학병원 분원이 설립되면 전문의, 전공의, 간호사 등 필수 의료 인력이 대거 필요하게 되며, 이는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지역의료 기관에서의 인력 이탈로 이어진다.
실제로 대형 병원 한 곳이 개설될 때마다 수천 명의 보건의료 인력이 흡수되는 ‘블랙홀 현상’이 발생한다. 지역의료 기관은 인력 부족으로 인해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 기반이 무너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는 결국 지역 주민들이 적기에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귀결되며, 의료 자원의 불균형 배분은 국가 전체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병상 수급 관리 원칙과 보건복지부의 정책적 역할
현행법상 의료기관 개설 허가는 시·도지사의 권한에 속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병상 증설은 보건복지부의 병상 수급 관리 계획과 부합해야 한다. 정부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적용되는 ‘제3기 병상 수급 기본계획’을 통해 병상 과잉 지역의 신설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수도권은 이미 병상 공급이 과잉된 지역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추가적인 분원 설립은 이러한 기본계획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국가 의료 체계 운영 원칙에 따라 병상 증설 승인 과정에서 정책적 조율을 강화해야 하며, 지역 의료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대형 병원의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하고, 자원이 필요한 지역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의료 전달 체계 왜곡과 대형 병원의 사회적 책임
수도권 대학병원의 분원 경쟁은 의료 전달 체계의 정상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1차, 2차 의료기관이 담당해야 할 경증 환자들까지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집중되면서 상급종합병원의 본래 기능인 중증 질환 치료와 연구 역할이 희석될 위험이 있다. 병원 간의 단순한 규모 확장 경쟁은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창출하고, 이는 곧 국민 의료비 부담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로 이어진다.
의료기관은 단순한 수익 창출이나 세력 확장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지닌다. 따라서 개별 병원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과 의료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분원 설립 계획이 재검토되어야 한다.
지역 필수의료 회복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 과제
정부는 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수도권 병상 증설에 대한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함과 동시에 지역 의료 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 병상 수급 관리 원칙에 따라 지역별 필요 병상 수를 정밀하게 산출하고, 이를 초과하는 신설 계획은 과감히 반려하는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
아울러 지역 의료 기관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필수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수가 체계 개선과 인프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수도권 대형 병원의 비대화가 멈추지 않는 한 지역 의료의 자생력 확보는 불가능에 가깝다.
향후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병상 관리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지역 의료 안정화의 핵심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