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내분비종양 (NET)의 진단과 치료: 희귀암 복합 관리의 중요성
인체 내부에는 신경세포와 내분비 세포의 특징을 동시에 지닌 특별한 세포들이 존재한다. 이 독특한 세포에서 발생하는 희귀암이 바로 신경내분비종양, 즉 NET(Neuroendocrine Tumor)이다. NET는 과거에는 매우 드문 질환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진단 기술의 발전과 인구 고령화 등으로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그 진단과 치료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전문적인 이해와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 글을 통해 신경내분비종양이 무엇인지부터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는지, 그리고 복합적인 관리가 왜 중요한지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

신경내분비종양 (NET)이란 무엇이며, 왜 ‘착한 암’이라는 오해가 생길까?
신경내분비종양은 이름 그대로 신경계와 내분비계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세포에서 시작되는 암이다. 이는 마치 ‘하이브리드’ 세포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 암은 인체의 거의 모든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주로 췌장, 소장, 대장, 위와 같은 위장관(췌장-위장관 NET)과 폐에서 가장 흔히 발견됐다. 발생 부위에 따라 췌장 신경내분비종양(pNET), 위장관 신경내분비종양(GI-NET), 폐 신경내분비종양(lung NET) 등으로 세분하기도 한다.
NET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째는 인슐린(인슐린종), 가스트린(가스트린종), 글루카곤(글루카곤종) 같은 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하여 특정 증상(예: 저혈당, 소화성 궤양, 피부염 및 당뇨병 등)을 유발하는 ‘기능성 종양’이다. 특히 소장 NET의 경우 세로토닌을 과분비하여 ‘카르시노이드 증후군’을 일으켜 설사, 복통, 홍조, 천식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둘째는 호르몬 분비가 없거나 비활성 호르몬을 분비하여 증상이 불분명해 진단이 더욱 어려운 ‘비기능성 종양’이다. 전체 NET의 약 70%가 비기능성 종양으로 알려졌다.
많은 경우 성장 속도가 느려 ‘착한 암’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NET는 병리학적 등급(G1, G2, G3)에 따라 성장 속도와 공격성이 매우 다양하며, 일부 NET는 예상보다 훨씬 공격적인 형태로 빠르게 주변 조직을 침범하고 전이될 수 있다. 일단 전이되면 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MEN1(다발성 내분비선종 1형) 외에도 폰 히펠 린다우 증후군(VHL), 신경섬유종증 1형(NF1), 결절성 경화증(TSC2) 같은 특정 유전 질환과 연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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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진단이 생명! 신경내분비종양 (NET) 진단 과정 상세히 알아보기
신경내분비종양은 초기 증상이 없거나 감기, 과민성 장 증후군처럼 흔한 증상과 비슷해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마치 ‘숨바꼭질의 명수’와 같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은 최적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진단을 위해 여러 검사가 복합적으로 사용된다.
먼저 혈액 검사로 특정 호르몬 수치(기능성 종양의 경우)나 신경내분비종양 세포에서 분비되는 ‘크로모그라닌 A(Chromogranin A, CgA)’라는 물질의 농도를 측정한다. CgA는 비기능성 종양에서도 상승할 수 있어 유용하지만, 신장 기능 저하, 위축성 위염 등 다른 질환에서도 상승할 수 있어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소변 검사로는 카르시노이드 증후군과 관련된 ‘5-HIAA(5-Hydroxyindoleacetic Acid)’ 수치를 확인해 질병의 활성도를 평가한다.
영상 검사는 종양의 위치와 크기, 주변 조직 침범 여부, 그리고 림프절 및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다. 복부 CT, MRI, 일반 PET-CT 등이 사용되며, 특히 췌장 NET의 경우 다중 위상 CT(multiphasic CT)나 MRI가 종양의 발견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NET 진단에 있어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검사가 바로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영상 검사’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Ga-68 DOTATATE PET/CT가 있는데, 이는 NET 세포 표면에 과발현되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여 종양의 위치를 기존 영상 검사보다 훨씬 정밀하게 찾아낸다. 이 검사는 원발 부위를 찾는 데 탁월하며, 미세 전이 병변까지 감지하여 정확한 병기 설정에 크게 기여한다. 또한 치료 후 반응 평가뿐만 아니라, 특정 치료법(PRRT)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데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됐다.
위장관 및 췌장 NET의 경우 내시경 초음파(EUS)를 통해 종양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동시에 조직을 채취하는 생검(biopsy)을 시행하기도 한다. 최종 확진은 의심되는 부위의 조직을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조직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조직 검사에서는 세포의 모양과 함께 종양의 악성도를 나타내는 Ki-67 증식 지수를 평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Ki-67 지수에 따라 NET는 G1(저등급), G2(중간등급), G3(고등급)으로 분류되며, 이는 예후 예측과 치료 방침 결정에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Ki-67 지수가 20% 이상인 G3 등급의 경우, 기존 신경내분비종양과 다른 ‘신경내분비암(Neuroendocrine Carcinoma, NEC)’으로 분류되어 매우 공격적인 경과를 보이며 치료법 또한 달라진다.

개개인 맞춤형 전략! 신경내분비종양 (NET)의 다양한 치료법
신경내분비종양의 치료는 종양이 발생한 부위, 크기,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 호르몬 분비 여부, 그리고 암세포의 악성도(분화도 및 Ki-67 지수)에 따라 환자 맞춤형으로 매우 다양하게 결정된다. 마치 ‘개개인의 지문’처럼 각각 다른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
가장 근본적인 치료는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이다. 완치 목적의 절제술은 특히 국한성 종양에서 중요한 치료법이다. 만약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됐다 하더라도, 종양의 양을 줄여 증상을 완화하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종양 감축 수술(debulking surgery)이나, 간 전이가 있을 경우 간동맥 색전술(TAE), 고주파 열치료술(RFA) 등 간 국소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기능성 종양으로 인해 호르몬 과분비 증상이 나타날 때는 소마토스타틴 유사체(Somatostatin Analogues, SSAs)를 사용한다. 옥트레오타이드(Octreotide)와 란레오타이드(Lanreotide)가 대표적인 약물로, 이들은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여 증상을 완화하는 ‘브레이크’ 역할뿐만 아니라, 종양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항증식 효과도 있어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됐다. 장기 지속형 제제가 개발되어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진행성 NET 환자를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치료 옵션이 존재한다. 암세포의 특정 성장 경로를 차단하는 표적 치료제는 종양 세포의 증식과 혈관 신생을 억제한다. 대표적인 약물로 에베롤리무스(Everolimus, mTOR 억제제)와 수니티닙(Sunitinib, 다중 키나아제 억제제)이 있으며, 주로 췌장 NET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목받는 치료법은 PRRT(Peptide Receptor Radionuclide Therapy)라는 방사성 핵종 치료법이다. 이 치료는 신경내분비종양 세포 표면에 많이 발현되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에 ‘루테튬-177(Lu-177)’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부착한 약물을 주사한다. 이 약물이 종양 세포에 선택적으로 결합하여 ‘정밀 유도 미사일’처럼 국소적으로 방사선을 쬐어 암세포를 파괴한다. 특히 전이성, 분화도가 좋은(G1, G2) NET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진단에 사용되는 Ga-68 DOTATATE PET/CT와 연계하여 진단과 치료를 함께하는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의 대표적인 예시다.
항암화학요법은 주로 분화도가 나쁜 G3 신경내분비종양(NET G3)이나 신경내분비암(NEC) 환자에게 사용된다. 플래티넘 기반의 항암제(예: 시스플라틴 또는 카보플라틴 + 에토포사이드)가 표준 치료로 활용되며, 췌장 NET의 경우 스트렙토조신 기반의 약물도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일부 공격적인 NET 또는 NEC 환자들을 대상으로 면역항암제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제한적이지만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보고됐다.
신경내분비종양 (NET), 희귀암 관리에 필요한 다학제적 접근과 미래
신경내분비종양의 예후는 암세포의 분화도(Ki-67 증식 지수)와 전이 여부에 따라 매우 상이하다. G1, G2 저등급 종양은 비교적 경과가 좋고 장기 생존율이 높은 편이지만, G3 고등급 신경내분비종양(NET G3)이나 특히 ‘신경내분비암(NEC)’은 매우 공격적이며 예후가 좋지 않다. 이처럼 복잡하고 희귀하며 이질적인 암이기 때문에, 한두 명의 의사만으로는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 외과, 종양내과, 핵의학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여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다학제적 접근’이 매우 중요하며, 전문적인 의료진의 풍부한 경험과 최신 지견이 환자의 치료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질병의 만성적인 특성과 재발 가능성을 고려해 장기적인 추적 관찰(follow-up)이 필수적이다.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종양의 유전체 특성(molecular pathology)을 분석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특정 표적 치료나 면역 치료에 더 잘 반응하는 환자를 선별하고,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 신규 표적 치료제, 면역항암제 조합, 새로운 방사성 핵종 치료제 개발 등 더 나은 치료법을 위한 연구 또한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신경내분비종양은 그 특성상 진단과 치료가 복잡하지만, 의료 기술의 발전과 다학제적 접근, 그리고 활발한 연구를 통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생존율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 희귀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전문 의료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성공적인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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