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세계 최초 ‘우주 의약품 제조 규제’ 체계 구축으로 산업 혁신 목표
영국 정부가 세계 최초로 우주 공간에서 의약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규제 경로를 제시했다. 지난 5일 발표된 이 규제 체계는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한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생산을 촉진하며, 관련 산업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특히 우주청(UK Space Agency)과 의약품·의료제품규제청(MHRA)의 협력을 통해 안전성, 품질 관리, 승인 절차를 포함한 포괄적인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는 암, 희귀질환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될 잠재력을 지닌 우주 의약품 분야의 글로벌 경쟁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영국 정부의 우주 의약품 제조 규제 경로 발표 배경
영국 정부는 2026년 3월 5일, 유럽 최대 우주 산업 행사인 ‘Space-Comm Expo’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우주 의약품 제조 규제 경로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 배경은 우주의 독특한 미세중력 환경이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제공하는 의학적 이점이다.
미세중력 환경은 단클론 항체, 백신, 인슐린 등 생물학적 제제 및 단백질 기반 약물의 인체 내 형성 및 작용 방식을 개선하고, 품질, 안정성, 용해도, 순도, 결정화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구에서는 복제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보다 효과적인 약물 전달을 지원하고 제조 위험과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특히 종양학과 희귀질환을 위한 정밀 의학부터 원격 및 위기 피해 인구를 위한 의약품 안정성 확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적용 분야에서 변혁적인 가능성을 제공한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영국 우주청(UK Space Agency)을 주도로 의약품·의료제품규제청(MHRA), 과학혁신기술부(DSIT) 산하 규제 혁신국(RIO), 민간항공청(CAA) 등이 참여하는 공동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 협력체계는 규제 지침, 사례 연구, 규제 샌드박스, 강화된 공급망 참여 등을 포함하여 우주 기반 제조(in-orbit manufacturing)를 다각적으로 지원한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산업계에 규제 명확성을 제공하고, 연구 단계에서부터 실제 환자 접근에 이르는 명확한 경로를 제시함으로써 혁신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새로운 일자리 및 투자를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 궁극적으로 영국을 생명과학과 첨단 우주기술 분야의 세계적 선도국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 투자 사례로, 영국 우주청은 우주에서 바이오의약품을 결정화하여 가정용 암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스타트업 ‘바이오오빗(BioOrbit)’에 25만 파운드 규모의 실현 가능성 조사를 위한 초기 개발 프로젝트를 포함해 3개 과제에 투자했다. 이번 규제 경로는 우주 환경에서 개발 및 생산된 의약품이 실제 환자 치료에 활용될 수 있도록 안전성, 품질 관리, 승인 절차 등을 검토하고 관련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지상 제조에 관한 기존 규제가 우주에서 생산된 의약품에도 명확히 적용되는지 여부를 명확히 할 방침이다.
기존 의약품 규제와의 연계 및 MHRA의 역할
영국 정부는 우주 기술이 의약품 연구개발(R&D) 및 생산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우주에서 제조된 의약품에도 지상 의약품과 동일한 수준의 엄격한 규제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는 우주에서 생산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원칙이다.
의약품·의료제품규제청(MHRA)은 이러한 규제 체계 구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MHRA는 세계 최초의 분산 및 모듈식 제조 프레임워크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미세중력 환경이나 기타 독특한 환경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제조 방식에 적합한 혁신적이고 비례적인 규제 경로를 마련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모듈식 제조 및 비전형적인 유통 관행을 포함한 첨단 제조 방식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포함될 예정이다. MHRA는 우주에서 생산된 의약품이 환자에게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제와 새로운 환경 간의 조화를 모색하며,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여 산업계의 투자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우주 바이오 의학 연구 동향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활용한 단백질 결정 성장 실험이나 바이오 제조 연구는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우주 환경을 활용한 의약품 제조 기술은 차세대 바이오의학 연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보이며 기술 개발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주요 국내 기업 사례를 보면, 스페이스린텍은 2026년 3월 9일 자체 개발한 우주의약 연구 모듈 ‘BEE-PC1’을 이용해 ISS에서 자동 단백질 결정화 실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ISS 미세중력 환경에서 단백질 결정을 확보한 사례로 기록됐다. 보령은 미세중력을 활용한 암, 노화 관련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며, 2022년에는 미국 우주기업 액시엄스페이스(Axiom Space)에 투자하고 합작법인 ‘우주 헬스케어(CIS, Care In Space)’를 설립하여 우주 헬스케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동아ST의 자회사인 앱티스는 정부 지원 하에 우주 환경에서 생산된 항체를 이용한 ADC(항체-약물접합체)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입셀 또한 정부 지원을 받아 인체 유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기반으로 조혈모세포와 인공혈액을 만드는 기술 개발에 참여 중이다. 이처럼 한국은 정부의 도전형 연구개발 지원과 민간기업의 기술 개발 역량이 결합하여 우주 환경을 활용한 바이오 연구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입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주 의약품 시대의 도래와 한국 기업의 역할
영국 정부의 ‘우주 의약품 제조 규제’ 경로 제시는 우주 공간을 새로운 의약품 생산 기지로 활용하려는 전 세계적인 움직임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다. 미세중력 환경의 의학적 이점을 극대화하고, 이를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미래 의학 발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영국은 이러한 규제 명확성을 통해 관련 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혁신을 가속화하며, 생명과학 및 첨단 우주기술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들 역시 국제우주정거장을 활용한 단백질 결정화 실험, 신약 개발 등 우주 바이오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이 분야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 지원과 민간 기술력이 결합된 한국의 우주 바이오 연구는 글로벌 우주 의약품 시장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 의약품 제조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나, 이번 영국의 규제 발표를 기점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과 투자가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류의 건강 증진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우주 산업의 상업적 활용 범위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