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팽창은 이미 느려지고 있다는 연세대 연구팀의 충격적 결과, 암흑에너지 감소론에 힘 실어
지난 27년간 현대 천문학을 지배해 온 거대한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있다. 1998년 이후 학계의 정설로 굳어지며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의 근거가 됐던 ‘우주 가속 팽창’ 이론이 정면으로 반박됐다. 우주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한다는 기존의 믿음과 달리, 실제로는 팽창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영욱 교수와 은하진화연구센터 연구팀은 최근 초신성 관측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현재 우주가 더 이상 가속 팽창하지 않으며 이미 감속 팽창 단계에 진입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번 연구는 암흑에너지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표준 우주모형의 전제를 뒤집고, 암흑에너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해 학계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깨어진 ‘표준 촛불’의 믿음, 초신성 밝기의 비밀
우주의 크기와 팽창 속도를 측정하는 데 있어 천문학자들이 가장 의존해 온 도구는 ‘Ia형(일에이형) 초신성’이다. 이 초신성은 폭발할 때의 밝기가 거의 일정하다고 알려져 있어, 우주 거리 측정의 ‘표준 촛불(Standard Candle)’로 불려 왔다. 1998년 과학자들은 먼 은하의 초신성이 예상보다 어둡게 관측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빛이 약해지는 정도를 계산했을 때, 우주가 가속적으로 멀어지고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이영욱 교수팀은 이 ‘표준 촛불’의 전제 자체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약 300개 은하 내의 초신성을 정밀 분석한 결과, 초신성의 밝기가 폭발을 일으킨 항성(별)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젊은 항성에서 발생한 초신성은 어둡고, 나이 든 항성에서 발생한 초신성은 상대적으로 더 밝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관측 결과의 해석을 완전히 뒤바꾸는 변수다. 먼 우주(과거)에 있는 초신성일수록 우주의 나이가 젊었을 때 형성된 별이므로 자연스럽게 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기존 이론은 이러한 ‘나이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거리가 멀어서 어둡게 보인다고 판단해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교수팀이 발견한 인구 나이 효과를 보정하여 데이터를 재분석했을 때, 우주의 팽창 속도는 가속이 아닌 감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의 통계적 신뢰도는 5.5시그마(99.9999999%)에 달해 우연일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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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에너지의 정체, 상수가 아닌 변수였다
이번 연구 결과가 가져올 파장은 단순히 우주 팽창 속도의 수정을 넘어선다. 우주를 구성하는 에너지의 본질에 대한 재정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현재 통용되는 표준 우주모형에 따르면 우주는 68.3%의 암흑에너지, 26.8%의 암흑물질, 그리고 4.9%의 일반 물질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암흑에너지는 우주 공간을 밀어내 팽창시키는 척력(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하며, 기존 모델에서는 이 에너지가 시공간과 무관하게 일정한 값(상수)을 갖는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연세대 연구팀의 보정된 데이터를 적용하면, 암흑에너지는 상수가 아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줄어드는 변수로 나타난다. 이는 최근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천문학회지’에 공개된 연구 내용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에서 발견한 초신성의 나이 효과를 보정한 결과, 암흑에너지가 일정하다고 가정하는 기존 표준 우주모형과는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오히려 이 결과는 최근 진행 중인 초대형 국제 프로젝트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연구팀이 제시한 모델과 놀라울 정도로 부합한다. 미국 애리조나주 키트피크 산꼭대기에 설치된 5000개의 광섬유 로봇 망원경을 운용하는 DESI 팀은 초기 우주의 흔적인 ‘중입자 음향 진동(BAO)’을 분석해 암흑에너지가 상수가 아닌 줄어드는 변수일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교수팀의 초신성 연구 결과가 독립적인 방식인 DESI의 관측 결과와 맞물리며 ‘감속 팽창’ 이론에 강력한 힘을 실어주게 된 것이다.

가속에서 감속으로, 우주론의 패러다임 시프트
이영욱 교수는 현재 우주가 가속 팽창을 멈추고 이미 감속 팽창 단계에 진입했다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DESI 프로젝트에서는 기존의 수정 전 초신성 데이터를 BAO 관측 데이터와 결합해 분석했기 때문에 미래 우주는 감속 팽창하겠지만 현재는 가속 중이라는 결론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가 수정한 초신성 데이터를 적용하면 현재 우주가 이미 감속 팽창 단계에 들어섰음이 명확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팀이 제시한 시간에 따른 우주의 감속인자(q) 변화 그래프를 살펴보면, 오차 범위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우주의 팽창은 뚜렷한 감속 추세를 보인다. 이는 지난 1998년 초신성 관측으로 촉발되어 2011년 노벨상으로 공인받았던 ‘가속 팽창 우주론’이 27년 만에 폐기될 위기에 처했음을 의미한다.
차세대 망원경과 함께 다가올 새로운 우주
이번 연구는 기존 우주론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전개될 천문학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연구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손준혁 박사과정생과 정철 연구교수는 “5년 내에 대형시놉틱관측망원경(LSST)이 본격 가동되면 약 2만 개의 초신성을 포함한 은하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통해 지금보다 훨씬 정밀한 초신성 기반 우주론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칠레에 완공된 베라루빈천문대가 주도하는 LSST 프로젝트는 이번 연구팀의 가설을 검증하고 확정하는 결정적인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현재 새로운 우주론을 테스트하며 연구 결과를 직접적으로 검증하는 단계에 있으며, 이미 1차 결과가 이번 결론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추가 검증을 통해 이 이론이 최종 확정된다면, 인류는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설명하는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것이다. 우주는 더 이상 통제 불능의 속도로 흩어지지 않으며, 차분히 그 속도를 줄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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