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보고서 분석, “자산과 소득이 많을수록 변동금리를 선호한다”는 결과 나와… 청년층은 고정금리 쏠림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에서 차입자들의 금리 선택 행태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낮거나 자산이 부족한 계층이 금리 변동 위험에 더 취약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실제로는 자산가와 고소득층일수록 금리 변동 위험을 감수하고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26일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차입자의 금리 선택 분석’ 보고서(최영준 연구위원 작성)를 통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주담대 시장 분석의 한계로 지적됐던 차입자 특성과 시장의 공급 요인을 통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자산과 소득이 많을수록 변동금리를 선호한다는 실증적 분석 결과는 향후 가계부채 관리 및 고정금리 확대 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과 변동금리 쏠림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미국이나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기형적으로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은 시장 금리가 상승할 때 차입자의 이자 상환 부담이 즉각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가계의 재무 건전성을 해치고 나아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수년 전부터 고정금리 주담대 목표 비율을 제시하며 가계가 금리 변동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정금리 비중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단순히 금융기관의 상품 공급 측면뿐만 아니라, 실제 돈을 빌리는 차입자의 미시적 특성과 거시적 시장 환경을 동시에 분석 모델에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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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여력이 충분할수록 ‘위험’보다 ‘비용 절감’ 선택
이번 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차입자의 경제적 능력이 좋을수록 변동금리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자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거나, 가구의 총소득, 총자산 규모가 클수록 변동금리 주담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는 언뜻 보기에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다. 자산가일수록 안정적인 고정금리를 선호할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인 셈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자산과 소득이 많은 차입자는 금리가 변동하여 이자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이를 감내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Financial Buffer)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즉, 이들은 금리 상승의 위험을 회피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금리가 더 낮은 변동금리를 선택해 이자 비용을 절감하려는 유인이 더 크다는 것이다.
또한 총부채 규모가 큰 차입자 역시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채가 많을수록 적용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대출 실행 시점에서 고정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금리를 선택해 당장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시장 금리와 부동산 기대 심리가 미치는 영향
차입자의 개인적 특성 외에 시장의 공급 요인 또한 금리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금리 스프레드(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차이)’와 ‘주택가격 상승률’이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의 격차(스프레드)가 확대될수록 차입자들은 변동금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다. 고정금리가 변동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면, 차입자 입장에서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되는 지점은 주택가격 상승기에 나타나는 행태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을수록 변동금리 주담대 선택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측됐다. 이는 집값 상승기에는 주택을 장기 거주 목적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적 수요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주택 보유 기간을 짧게 예상하는 차입자 입장에서는 굳이 높은 고정금리를 지불하며 미래의 금리 위험을 헤지(Hedge)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초기 비용이 저렴한 변동금리를 택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어 미래 기대금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고정금리 선호도가 올라갔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신호를 감지했을 때 비로소 위험 회피를 위해 고정금리로 눈을 돌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층의 선택은 달랐다: “위험 감수보다 안정 추구”
흥미로운 점은 연령대별 분석 결과에서 20대 차입자가 보여준 차별성이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중장년층 자산가들이 변동금리를 선호한 것과 달리, 20대 청년층은 고정금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2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과 자산 수준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청년층에게는 향후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당장의 이자 비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상환 계획을 예측 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는 고정금리 대출을 통해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하게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일률적 목표 할당을 넘어선 정교한 정책 필요
이번 연구 결과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동안 정부는 은행들에게 고정금리 대출 비중 목표치를 일률적으로 할당하는 방식의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차입자의 특성과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 선택의 유인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보고서는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 확대를 위해서는 정책당국에 의한 일률적인 목표 설정보다는 차입자 특성과 시장 여건을 반영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자산가나 고소득층에게는 변동금리 선택 시 미래의 금리 변동 위험을 충분히 인지시키거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을 통해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하지만 경제력이 약한 청년층이나 취약 차주에게는 고정금리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맞춤형 지원이 효과적일 수 있다.
결국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은 단순히 ‘고정금리 몇 퍼센트 달성’이라는 숫자 놀음이 아니라,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이고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장 친화적이고 정교한 인센티브 설계에 달려 있다. 이번 한국은행의 분석은 그 설계도를 그리기 위한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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