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빈과 평화의 상징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마지막까지 겸손과 사랑으로 교황직 수행한 지도자, 전쟁 종식을 외치며 떠난 진보적 개혁가의 발자취
프란치스코 교황, 평생을 가난한 이들과 함께한 삶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88세로 선종했다. 그는 지난 2월 폐렴으로 입원한 이후 건강이 악화됐으며, 최근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바티칸은 교황이 이날 오전 7시 35분, 로마의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다고 공식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에도 병약한 몸으로 사임 없이 교황직을 끝까지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폐렴 진단을 받고 고용량 산소 치료와 수혈 치료를 병행하며 38일간 병원에 입원했으나, 퇴원 후 부활절 미사와 외빈 면담 등 공적 활동을 이어갔다.
마지막 부활절 메시지에서는 가자지구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인도주의적 휴전을 호소했다. “전쟁을 끝내고 인질을 석방하라”는 그의 마지막 목소리는, 평화를 향한 평생의 호소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청빈과 겸손, 교황직을 바꿔놓은 파격의 지도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허름한 구두와 철제 십자가, 그리고 소형차를 선택하며 교황직의 상징적 위엄보다 실천적 겸손을 택했다. 그는 교황청의 전통적인 관저 대신 일반 사제들이 사용하는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거주하며, 화려한 외양보다 서민적인 삶을 택했다.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된 그는 1천282년 만에 비유럽권 출신이자 첫 남미 출신 교황이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가난한 이웃과 함께한 성장 배경은 교황직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공장에서 일하며 공부하고, 추기경 시절에는 위험한 빈민가를 홀로 찾아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이러한 실천은 전 세계에 깊은 감동을 안겼다.
보수와 마찰 속에서도 밀어붙인 교회 개혁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내 보수 진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포용하는 교회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는 평신도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허용하는 방침을 내놓아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개혁적 입장은 ‘두 교황’이라는 영화로도 조명됐는데, 전임 베네딕토 16세와의 대조적 태도는 가톨릭계 내의 가치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수자와 여성, 청년, 환경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회의 역할 확대를 주장하며 진보적 메시지를 굽히지 않았다.

평화의 사도, 국제사회에서의 역할도 뚜렷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순한 종교 지도자를 넘어 국제사회의 평화 중재자 역할도 해왔다. 2015년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에 중재자로 나섰고, 2017년에는 로힝야족 박해로 국제적 비판을 받은 미얀마를 직접 방문해 인권과 평화를 호소했다.
그는 전쟁, 인종차별, 경제 불평등 등 국제 사회의 주요 현안에 끊임없이 발언하며 “교회는 권력이 아닌 사랑으로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생의 마지막 부활절 강론에서도 “굶주린 자들에게 평화가 필요하다”며 정치적 중립보다는 인간 중심의 윤리를 앞세운 메시지를 남겼다.
유언도 겸손하게…장식 없는 무덤 요청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는 본인의 뜻에 따라 매우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그는 유언장에 “무덤에 특별한 장식을 하지 말고, 라틴어 이름만 새겨달라”고 적었다. 이에 따라 시신은 산타 마르타 예배당에 안치된 뒤, 23일께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옮겨 일반 조문을 받을 계획이다.
그는 생전 장례 전례서도 개정해, 관의 수를 기존 세 개에서 하나로 줄이고, 사후 절차의 간소화를 제도화했다. 이는 교황직의 권위보다 본질에 집중하려는 그의 신념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세계 지도자들의 애도…인류의 상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애도 메시지가 잇따랐다. 영국 찰스 3세 국왕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종교를 초월한 인류애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그의 죽음은, 전 세계적으로 큰 슬픔을 안기고 있다.
그는 청빈한 삶으로 권위주의를 탈피했고, 약자를 품으며 정의와 평화를 외친 지도자였다. 그의 선종은 가톨릭계뿐 아니라 세계 인류가 잃은 하나의 거대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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