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에 숨은 구강암의 경고: 초기 증상 놓치면 생존율 급락
여행자가 낯선 땅에서 길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의지하는 것은 지도와 나침반이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기관 중 하나인 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많은 이들은 그 경고 신호를 단순한 피로 또는 일시적인 구내염으로 치부하고 만다.
혀에 발생하는 구강암인 설암(Tongue Cancer)은 이러한 무관심 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초기에는 사소한 궤양이나 통증으로 시작하지만, 진단이 늦어질 경우 5년 생존율이 50% 이하로 급격히 떨어지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전문가들은 설암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혀가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귀 기울이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혀 통증, 단순 구내염이 아닐 수 있다: 설암의 초기 징후
설암은 구강암 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발생하며, 주로 혀의 측면부와 아랫면에 많이 나타난다. 초기 증상은 대개 혀의 궤양이나 염증과 유사하여 환자들이 쉽게 간과하기 쉽다. 일반적인 구내염은 보통 1~2주 내에 자연 치유되지만, 설암으로 인한 궤양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차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혀에 흰색 또는 붉은색의 반점(백반증, 홍반증)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전암성 병변일 수 있다. 병변 부위가 딱딱하게 만져지거나, 혀의 움직임이 둔해져 발음이나 음식물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미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혀의 한쪽에서만 지속적인 통증이나 출혈이 발생한다면 즉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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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암 발생의 주요 원인과 위험 인자 분석
설암의 주요 원인으로는 흡연과 음주가 가장 강력하게 지목된다. 담배에 포함된 발암 물질이 구강 점막에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세포 변이를 유발하며, 알코올은 이러한 발암 물질의 흡수를 촉진하고 구강 점막을 손상시킨다.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할 경우 설암 발생 위험은 비흡연·비음주자에 비해 수십 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불량한 구강 위생 상태, 날카로운 치아나 보철물에 의한 혀의 만성적인 자극, 그리고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 역시 중요한 위험 인자로 꼽힌다. 최근에는 HPV 감염으로 인한 구강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는 설암을 포함한 두경부암 발생 양상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40대 이상의 흡연 및 음주력이 있는 고위험군은 물론, 구강 내 만성적인 자극 요인을 가진 사람들은 정기적인 구강 검진을 통해 위험 요소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이 암은 발견 시점에 따라 치료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암종이다. 1기나 2기 등 조기에 발견할 경우 수술적 치료만으로도 5년 생존율이 80% 이상에 달하지만, 림프절 전이가 발생한 3기나 4기에서는 생존율이 50% 이하로 급락한다. 문제는 설암이 림프절 전이가 비교적 빠르게 일어나는 암이라는 점이다.
혀는 혈관과 림프관이 매우 풍부하여 암세포가 쉽게 전이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특히 혀의 기능은 말하기, 삼키기, 맛보기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이므로, 암 치료 시 혀의 기능 보존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서울 민병원 정광윤 두경부이비인후과 원장은 “많은 환자들이 혀의 궤양이나 통증을 단순 구내염으로 오인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2주 이상 지속되는 혀의 병변이나 통증은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하며, 특히 흡연과 음주를 하는 고위험군은 정기적인 구강 검진을 습관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기 진단이 생존율을 좌우한다: 검진의 중요성
이암의 진단은 비교적 간단한 육안 검사와 조직 검사를 통해 확정된다. 의심되는 병변이 발견되면 해당 부위를 일부 떼어내 현미경으로 암세포 유무를 확인하는 조직 검사가 표준 진단법이다.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스스로 구강 상태를 점검하는 자가 검진이 필수적이다.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거울을 보며 혀와 구강 점막 전체를 꼼꼼히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특히 혀의 가장자리나 밑면은 평소 잘 보이지 않으므로, 혀를 최대한 내밀거나 들어 올려 확인해야 한다.
정기 검진 시 구강 점막 검사를 병행하는 것도 조기 발견율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설암은 눈에 보이는 부위에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암이다.
설암 치료의 최신 경향과 재건술
이암의 주요 치료법은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요법이 있으며,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단독 또는 병행하여 사용된다. 초기 설암(T1, T2)의 경우 수술적 절제가 가장 효과적이며, 최근에는 암이 침범한 부위를 최소한으로 절제하면서 혀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암이 진행되어 혀의 일부를 광범위하게 절제해야 할 경우에는 미세혈관 문합술을 이용한 재건술이 필수적이다.
이는 환자의 다른 신체 부위(주로 팔뚝이나 허벅지)에서 피부와 근육 조직을 채취하여 혀 결손 부위를 재건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재건술의 발전 덕분에 광범위한 절제 후에도 환자의 연하(삼킴) 기능과 발음 기능을 상당 부분 회복시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설암 치료 후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났더라도 흡연과 음주를 지속하면 2차 구강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으므로, 생활 습관 개선은 치료의 연장선상에 있다. 또한, 혀의 기능 회복을 위한 언어 치료와 연하 재활 치료도 필수적인 과정이다. 설암은 완치 가능성이 높은 암이지만,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 그리고 철저한 사후 관리가 성공적인 결과를 위한 세 가지 핵심 축이다.
서울 민병원 정광윤 두경부이비인후과 원장은 “설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지만,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치료가 복잡해지고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강 위생 관리와 함께 위험 요소를 철저히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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