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의료기기, 국제 수준 임상평가 통과 시 즉시 시장 진입 허용…
2026년 1월 26일, 대한민국 의료산업과 환자의 접근성에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그동안 의료현장 진입의 가장 큰 장벽으로 지적받아 온 인허가 및 평가 절차를 대대적으로 손질하여, 안전성이 검증된 혁신적 의료기기가 별도의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곧바로 의료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는 기존 최장 490일이 소요되던 시장 진입 기간을 최단 80일로 단축시키는 파격적인 조치로, 산업계의 활성화는 물론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490일의 기다림, 80일의 속도로 단축되다
기존 의료기기 시장 진입 절차는 ‘식약처 허가’ 이후에도 ‘기존기술 여부 확인’, ‘신의료기술평가’, ‘건강보험 등재’라는 복잡하고 긴 단계를 거쳐야 했다. 특히 신의료기술평가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약 250일이 소요되어,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른 혁신 의료기기가 적기에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병목 현상’의 주원인으로 꼽혔다.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은 ‘선(先)진입 후(後)평가’의 체계화다. 식약처의 허가 단계에서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 기준에 부합하는 강화된 임상평가를 거친 의료기기는, 기존의 신의료기술평가를 유예받고 즉시 비급여 또는 선별급여 형태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업체가 식약처 허가와 동시에 심평원에 기존기술 여부 확인을 신청하고, 신의료기술 여부가 확인되면 곧바로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로써 최대 490일이 걸리던 절차가 약 80일~140일 수준으로 대폭 압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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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부터 로봇 수술기까지, 199개 품목의 문이 열리다
이번 제도의 혜택을 받는 대상은 기술의 혁신성과 독립적 활용도가 높은 분야에 집중됐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협의하여 공고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대상 품목’은 총 199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 인공지능(AI) 진단 소프트웨어, 체외진단의료기기, 그리고 첨단 의료용 로봇 등이 대거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디지털의료제품법」에 따른 디지털의료기기 중 독립형 소프트웨어 기술이나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113개 품목이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심혈관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휴대형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 암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체외진단의료기기 중 감염병 진단 시약이나 종양 표지자 검사 시약 등 83개 품목도 즉시 진입 대상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동화 시스템 로봇수술기, 로봇 보조 정형용 운동장치, 전동식 외골격 장치 등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의료용 로봇 분야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는 수술의 정밀도를 높이고 재활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첨단 기술들이 규제에 막혀 사장되지 않고 환자들에게 신속하게 제공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안전성 타협은 없다: ‘임상평가보고서’와 ‘사이버보안’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안전성 검증이 느슨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식약처 허가 단계에서의 검증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시장 즉시진입을 희망하는 의료기기 업체는 식약처에 ‘임상평가자료’를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시험 성적서를 넘어, 해당 의료기기의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포괄적인 보고서다.
새롭게 신설된 규정에 따라 임상평가자료는 임상시험 결과뿐만 아니라 임상 문헌 데이터, 시판 후 실사용 데이터(RWD) 등을 포함해야 한다. 또한 비교 대상 의료기기와의 동등성을 입증해야 하며,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임상 평가자가 작성하고 승인해야 한다.
더불어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발맞춰 ‘사이버보안’에 대한 심사 요건도 명확히 규정됐다. 유·무선 통신을 사용하는 의료기기의 경우, 해킹이나 정보 유출, 데이터 위변조를 막기 위한 보안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검증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환자의 생체 정보를 다루는 디지털 의료기기의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사후 관리 강화로 환자 안전 보호
정부는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사후 관리 모니터링 시스템도 가동한다. 시장에 즉시 진입한 기술이라 할지라도, 사용 중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안전성에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권으로 신의료기술평가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비급여 사용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무분별한 남용을 방지하고, 환자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도 병행된다. 업체는 3년의 유예 기간 동안 축적된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최종적인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게 되며, 이 과정에서 안전하지 않은 기술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이번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 제도는 규제 혁신을 통해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동시에,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다. 혁신적 기술이 연구실을 넘어 환자의 곁으로 더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고속도로가 개통된 만큼, 앞으로 국내 의료 현장에 불어올 변화의 바람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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