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답변을 의학적 진단으로 착각하지 마세요. 국민 정신건강 보호 대책 수립
📢 핵심 3줄 요약
1.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026년 10월 8일 ‘정신건강 목적 생성형 AI 이용 가이드라인’을 공동 발표했다.
2. 설문 결과 이용자의 68.8%가 정서적 목적으로 AI를 활용 중이며, 특히 청소년의 51.7%가 AI에 의존적이라고 응답했다.
3. 가이드라인은 개인정보 보호, 의학적 판단 금지, 인간과의 교감 유지 등 3대 핵심 메시지와 21개 권고안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8일 오후 1시 30분 ‘정신건강 목적 생성형 AI 이용 가이드라인’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인공지능 챗봇) 이용이 급증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과의존과 부작용을 예방하고, 국민들이 보다 안전하게 디지털 심리 상담 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정부는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6~2030)’과 ’10대 청소년 자살예방 범정부추진 대책’의 일환으로 이번 지침을 수립했으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생성형 AI 이용에 따른 국민 정신건강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권고안을 도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6년 8월 25일부터 9월 4일까지 최근 1개월 이내 생성형 AI 이용 경험이 있는 15세에서 79세 국민 1,01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1.3%가 학업이나 업무 편의를 위해 AI를 처음 접했으나, 현재는 68.8%가 일상적인 대화나 감정적 교감, 정신 건강 상담 등 정서적 목적으로 AI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5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층은 80.6%가 업무 목적으로 시작해 현재 69.2%가 정서적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스스로 AI에 의존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51.7%에 달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생성형 AI 이용자의 68.8%가 정서적 목적으로 대화하는 배경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정서적 목적으로 AI와 대화하는 주요 이유는 ‘언제 어디서든 즉각적인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85.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대화를 중단해도 부담이 없어서(77.6%)’, ‘소문날 염려가 없어서(71.9%)’, ‘사람에게 말하기 꺼려지는 주제라서(70.9%)’ 순으로 응답이 이어졌다. 이는 이용자들이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피로감이나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AI와의 대화를 통해 해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응답자의 79.9%는 AI의 답변이나 조언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했으며, 54.9%는 자신의 상황이 명확하게 정리되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 뒤에는 심각한 부작용도 관찰됐다. 응답자의 16.3%는 현실의 일에 집중하려 해도 AI와의 대화를 계속 이어가게 되는 이용 조절의 어려움을 겪었으며, 9.8%는 대화 시간을 조절하지 못해 수면이나 일상생활에 방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더욱 우려되는 지점은 의사결정의 위임이다. 응답자의 10.6%는 주변 사람과 상의하지 않고 오직 AI의 조언만을 바탕으로 퇴사나 이별 등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금숙 신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생성형 AI의 답변은 통계적 학습의 결과일 뿐 개별 환자의 복합적인 상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AI의 조언을 의학적 사실로 확정 짓는 행위는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AI 답변을 의학적 진단으로 수용하는 이용자 실태는 어떠한가?
가이드라인은 이용자들이 AI의 답변을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마음의 병 진단)으로 오인하는 현상을 경계하고 있다. 조사 결과, AI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자신을 우울증(기분이 가라앉음)이나 불안장애(가슴 두근거림) 등 특정 정신질환으로 스스로 판단하거나 AI의 답변을 의학적 진단처럼 받아들인 경험이 있는 이용자는 14.6%로 집계됐다. 이러한 경향은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인식하는 집단에서 33.9%로 급증하여, 심리적 취약 계층이 AI의 답변에 더 쉽게 현혹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AI가 제공한 정신건강 정보를 전문가에게 묻거나 공식 자료로 재검증한 비율은 11.9%에 불과했다.
또한 이용자의 16.5%는 AI가 사실이 아니거나 해로운 조언을 확신에 찬 어조로 답할 때, 이를 실제 전문가의 의견으로 착각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생성형 AI 특유의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 정신 건강 영역에서 심각한 정보 왜곡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건복지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AI의 정신건강 진단이나 위험도 평가를 확정적인 의학적 판단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반드시 다른 가능성과 관점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의학적 효과를 표방하는 AI 서비스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공인기관의 검증 및 승인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이용자가 준수해야 할 3개 핵심 메시지의 세부 내용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모든 이용자를 위한 3가지 핵심 메시지와 21개 세부 권고문을 담고 있다. 첫 번째 메시지는 ‘마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살펴보고 정해두세요’다. 이용 전 서비스의 목적과 개인정보 처리방식을 확인하고, 이름·연락처·진단서 등 민감한 자료는 입력하지 말아야 한다. 설문에 따르면 대화 내용 유출에 불안을 느낀 응답자가 38.0%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취하는 경우는 50~60% 수준에 머물렀다. 따라서 대화의 범위와 종료 시점을 미리 정해두는 주체적인 이용 태도가 요구된다.
두 번째 메시지는 ‘내 상태에 대한 AI의 말을 결론으로 삼지 마세요’다. AI는 정신건강 전문가(정신과 의사)가 아니며, 이용자가 입력한 제한된 정보만을 바탕으로 답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AI가 내 말에 동의하더라도 이를 내 생각이 맞다는 근거로 삼지 말고, 반대 의견도 함께 요청하여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세 번째 메시지는 ‘AI와 적정한 거리를 두고, 사람에게 이야기하세요’다. AI는 사람과의 관계를 대신할 수 없으며, 심리적 불안이나 자해 충동 등 위기 상황에서는 즉시 대화를 중단하고 가까운 사람이나 전문기관(자살예방상담전화 109 등)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실제 위기 상황을 털어놓은 응답자의 49.6%가 대화 중단 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아동 및 청소년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의 차별적 요소는?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은 청소년의 높은 AI 의존도와 보호자의 지도 부족 실태를 반영하여 설계됐다. 청소년 응답자의 83.1%는 보호자가 자신의 AI 이용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으나, 보호자와 이용 규칙을 함께 정한 경우는 2.5%에 불과했다. 이에 가이드라인은 아동·청소년에게 AI 캐릭터를 실제 친구나 연인처럼 여기지 않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고민이 있을 때는 AI보다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먼저 알릴 것을 권고했다. 또한 AI가 유해한 답변을 할 경우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부모나 교사에게 즉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자를 위한 지침으로는 아이의 AI 이용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이용 목적과 방식을 먼저 이해하고 함께 규칙을 정할 것을 제안했다. 아이가 AI에 지나치게 의지하여 가족·친구와의 관계가 소홀해지지 않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AI를 통해 얻은 정신건강 정보의 적절성을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박양동 창원 패밀리병원 병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아동과 청소년은 AI 캐릭터를 실제 인격체로 오인하여 과도한 애착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며, ‘디지털 기기 이용에 있어 보호자의 적극적인 지도와 소통이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러한 지침이 교육 현장과 임상 현장에서 확산될 수 있도록 주체적인 AI 이용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제시하는 향후 정신건강 정책의 추진 방향은?
보건복지부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를 시작으로 AI 전환기에 대응하는 정신건강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6.9%가 생성형 AI 이용과 관련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특히 가이드라인 수립 및 법제도 정비(68.7%)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에 정부는 2027년까지 중증 정신질환자를 포함한 고위험군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마련하고, 전문가 및 현장과의 소통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이선영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AI가 정서적 도움의 수단이 될 수는 있으나 정확성과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이용자 교육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최준호 이사장은 정신건강 문제를 단순히 증상 하나로 판단하기보다 개인의 삶과 대인관계,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AI는 전문적인 평가와 치료를 대신할 수 없는 만큼, 필요한 경우 적기에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국민 정신건강 보호의 핵심이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AI 정보의 오류와 편항을 걸러내는 비판적 사고 교육과 대화 데이터 관리법 교육 등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도입하여 안전한 디지털 정신건강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