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첩은 원래 약으로 판매되었다 – 상식 깬 반전: 소화불량 치료제였던 케첩, 1830년대 미국 의료계의 독특한 선택
우리가 흔히 즐겨 먹는 새콤달콤한 케첩이 19세기 초 미국에서 소화불량 치료제로 판매됐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긴다. 1830년대에 이르러, 토마토 기반의 케첩은 단순한 양념을 넘어 특정 질병의 약으로까지 여겨지며 약국에서 처방되기도 했다. 당시 의학적 지식의 한계와 특정 식재료에 대한 신념이 맞물려 나타난 이 현상은 식품과 의약의 경계가 모호했던 과거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초기 케첩은 지금과는 매우 다른 형태와 용도를 가졌다. 발효된 생선 소스에서 유래한 고대 케첩은 시간이 지나며 서양으로 건너가 다양한 향신료와 식초가 더해진 형태로 발전했다. 이후 토마토가 주재료로 편입되면서, 이 붉은 과일에 대한 특정 효능이 부각됐고, 이것이 1830년대 미국에서 케첩이 ‘약’으로 둔갑하는 배경이 됐다.
본 기사는 현대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케첩이 어떻게 한때는 의료용으로 인식됐는지, 그 역사적 배경과 변화 과정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1830년대 미국의 독특한 의료 환경과 식품에 대한 인식 변화를 중심으로 케첩의 의약적 역할이 사라지고 대중적인 조미료로 자리 잡기까지의 여정을 살펴본다.

초기 케첩의 의약적 변모: 어원과 고대 뿌리
케첩의 어원은 중국 복건성 방언인 ‘코이치압(kôe-chiap)’에서 유래됐는데, 이는 발효된 생선 소스를 의미했다. 17세기에 동남아시아에서 영국으로 전파된 이 소스는 생선을 제외하고 버섯, 호두, 굴 등을 주재료로 한 다양한 변형이 나타났다.
초기 형태의 케첩은 주로 소금과 향신료가 다량 함유돼 보존성을 높였으며, 일부는 소화를 돕거나 식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여겨졌다. 이러한 인식은 과학적 근거보다는 경험적 지식과 당시의 민간 요법에 기반을 뒀다. 유럽에서 케첩이 발전하면서, 고대부터 특정 식물이나 발효 식품이 지니는 자연 치유력에 대한 믿음이 강했기에, 케첩 또한 이러한 전통적 맥락에서 건강 증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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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의 등장과 1830년대 미국 의학계의 시선
19세기 초 미국에서는 토마토가 ‘황금 사과’라 불리며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오하이오주의 존 쿡 베넷(Dr. John Cook Bennett) 박사는 1830년대에 토마토 케첩이 소화불량, 설사, 황달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토마토 케첩 제조법과 함께 그 효능을 널리 알렸다. 그의 주장은 당시 대중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여러 약품 제조업자들이 농축된 토마토 케첩으로 만든 ‘토마토 알약’을 특허 의약품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알약은 소화기 질환 외에도 류머티즘이나 콜레라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과장된 광고와 함께 전국적으로 판매됐다. 당시 의학계는 아직 현대와 같은 엄격한 과학적 검증 체계를 갖추지 못했으며, 특정 식물 성분에 대한 경험적 효능을 맹신하는 경향이 강했다.

산업화 시대의 도래와 의약품 지위 상실
19세기 중반 이후, 미국은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며 식품 생산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헨리 J. 하인즈(Henry J. Heinz)와 같은 기업가들이 등장하면서 케첩은 수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대량 생산 체제로 전환됐다. 이들은 케첩의 맛과 품질을 표준화하고 위생적인 제조 과정을 강조하며 대중적인 조미료로의 입지를 굳혔다.
동시에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의학 연구가 진보하면서, 토마토 케첩이 지닌 광범위한 치료 효과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20세기 초, 순수식품의약품법(Pure Food and Drug Act)과 같은 식품 규제가 강화되면서, 근거 없는 의약품 광고나 허위 효능 표시는 강력히 제한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케첩은 점차 의료적인 효능을 상실하고, 순수한 식품 조미료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됐다.
현대 케첩의 정체성과 식품 과학적 분석
2025년 현재, 케첩은 전 세계인의 식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조미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의약품으로 여겨지던 시절과는 달리, 현대의 케첩은 주성분인 토마토가 리코펜과 같은 항산화 물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양학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설탕과 나트륨 함량이 높아 과도한 섭취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현대 식품 과학은 케첩의 맛과 보존성을 높이는 동시에 영양 균형을 고려한 다양한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각국의 엄격한 식품 안전 규제 아래 생산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도록 관리되고 있다. 케첩의 역사는 식품이 단순한 영양 공급원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심지어 의료적 의미까지 지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평가된다.
케첩의 역사는 고대 발효 소스에서 시작해 19세기 미국에서 소화불량 치료제로 잠시 빛을 발했으며, 이후 산업화를 거쳐 전 세계인의 식탁을 풍요롭게 하는 대중적인 조미료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시대의 과학적 지식 수준, 의료 환경, 식품 산업의 발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오늘날 케첩은 더 이상 약으로 간주되지 않지만, 그 흥미로운 과거는 식품과 건강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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