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암의 이해, ‘침묵의 장기’ 간을 위협하는 치명적 질환
간암은 간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간암은 크게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간세포암(HCC)과 담관에서 기원하는 담관암으로 구분되며, 이 중 간세포암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간은 우리 몸에서 해독 작용, 영양소 대사, 면역 기능 조절, 담즙 분비 등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장기이지만, 신경이 거의 없어 손상이 진행되어도 특별한 통증을 느끼기 어렵다. 이 때문에 ‘침묵의 장기’라 불리며, 간암 또한 조기 발견이 어려워 생존율이 낮은 편이다.
간암은 세계적으로도 주요한 암 사망 원인 중 하나이며,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암 사망률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이 높은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간암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치료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말기 상태에서 진단을 받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고 예후가 나쁜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2023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에서 새로이 발생한 간암 환자는 15,131명으로 전체 암 발생의 7위를 차지했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2.8배 높은 발생률을 보였으며, 60~7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과 위험 요인
간암의 주요 원인은 만성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이다.
B형 간염과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세포가 지속적으로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손상을 입게 되며, 오랜 기간에 걸쳐 간경변증(간이 딱딱하게 굳는 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간경변증은 간암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간경변을 앓고 있는 환자는 간암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수십 배 높다. 또한, 과도한 음주는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을 유발하여 간암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최근에는 비만과 당뇨병 증가로 인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간암 발생률도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대사 증후군이 지방간을 유발하고, 심할 경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으로 발전하면서 간 섬유화 및 간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 외에도 곰팡이에서 생성되는 발암 물질인 아플라톡신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거나, 장기간 흡연, 유전적 요인 등이 간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은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간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증상과 진단 방법
간암은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대부분의 환자는 간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우측 상복부 통증, 체중 감소, 식욕 부진, 피로감, 복부 팽만감 등이 있으며, 질환이 더욱 악화되면 황달, 복수(복부에 물이 차는 현상), 위장 출혈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간경변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기존 간 기능이 더욱 악화되면서 간부전이 빠르게 진행될 위험이 있다.
간암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혈액 검사, 영상 검사, 조직 검사가 사용된다. 혈액 검사에서는 간암의 종양 표지자인 알파태아단백(AFP) 수치를 측정하여 간암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초음파 검사,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통해 종양의 크기와 위치, 주변 장기 침범 여부 등을 평가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간 조직 검사를 실시하여 암세포의 유무를 확진하게 된다.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 및 액체생검과 같은 최신 기술이 도입되면서 보다 정밀한 조기 진단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검사 방법이 효과적이려면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며, 특히 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방법과 예방법
간암은 병기(TNM 분류법)와 간 기능 상태(Child-Pugh 점수)에 따라 치료 방침이 결정된다.
초기 간암 환자는 수술(간 절제술)이나 간 이식을 고려할 수 있으며, 이보다 진행된 경우에는 고주파열치료(RFA), 에탄올주입술, 경동맥화학색전술(TACE),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의 방법이 사용된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외과적 절제(간 절제술)이며, 종양의 크기가 작고 간 기능이 비교적 양호한 초기 환자에게 적용된다. 그러나 많은 환자가 간경변을 동반하고 있어 간 절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간 이식이 고려될 수 있으며, 간 이식은 간암 뿐만 아니라 간경변으로 인한 간 기능 저하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적합한 기증자를 찾는 것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시행이 제한적이다.

간암이 수술로 제거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면 경동맥 화학색전술(TACE), 고주파 열치료(RFA), 방사선 치료, 표적 치료제 및 면역 항암제 등의 비수술적 치료법이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면역 항암제가 활발히 연구되면서 간암 치료 효과가 향상되고 있다.
간암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다.
B형 간염 예방접종을 맞고, C형 간염이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지나친 음주를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여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을 예방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간암은 재발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므로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추적 검사가 필수적이다.
조기 발견과 정기 검진의 중요성
과거에는 간암의 예후가 매우 불량했지만, 최근에는 조기 발견과 다양한 치료법의 발전으로 5년 상대생존율이 1993-1995년 11.8%에서 2017-2021년 39.3%로 크게 향상되었다. 특히 한국의 간암 치료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간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성공률이 높아지므로, 정기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B형 및 C형 간염 환자, 간경변 환자,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며, 6개월마다 정기적인 간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암 검진 사업을 통해 40세 이상 간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무료 검진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일반인들도 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은 발병 후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므로,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간암에 대한 연구가 더욱 발전하여 효과적인 치료법과 예방법이 개발되기를 기대하며, 개인적으로도 간 건강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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