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명단 게시인 줄 알았는데 스토킹, 의료계 블랙리스트 유포 사직 전공의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의정 갈등 상황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와 의대생들의 신상 정보를 담은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온라인상에 유포한 사직 전공의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최종 확정됐다. 이번 판결에 따라 해당 전공의는 의료법 규정에 의거하여 의사 면허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20일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류모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적 오해가 없다고 보고 류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류 씨는 의정 갈등이 한창이던 시기에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고 근무를 지속하거나 학교에 남은 의사 및 의대생들의 명단을 작성하여 해외 사이트에 게시한 혐의를 받았다. 류 씨가 이용한 사이트는 ‘페이스트빈’과 ‘아카이브’ 등 추적이 어려운 해외 기반 플랫폼이었으며, 총 21차례에 걸쳐 약 2,974명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명단을 유포했다.
이 명단에는 대상자들의 실명과 소속 병원, 대학 등 구체적인 신상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검찰은 이러한 행위가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 스토킹 범죄이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류 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온라인 명단 게시 및 개인정보 유출 경위
류 씨가 유포한 명단은 정보 공유를 넘어 집단 내에서 낙인을 찍기 위한 의도가 다분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시각인데, 류 씨의 게시물에 의료 현장에 복귀한 이들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악의적인 공격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는 피해자들로 하여금 사회적 고립감과 심리적 위협을 느끼게 만들었고, 특히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배포함으로써 피해자들이 일상생활에서 타인을 대면하는 것조차 두려워하게 만드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 중 일부는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겪었으며, 가족에 대한 위해 우려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수준의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짚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류 씨의 행위가 피해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협박성 문구를 포함해 공포심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1심은 류 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류 씨 측은 온라인에 정보를 게시한 행위 자체가 스토킹 범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보통신망을 매개로 하여 본인의 의사에 반해 반복적으로 공포와 불안을 조성하는 행위는 현대적 의미의 스토킹에 포함된다는 판단이었다.
하급심 재판부의 판단 및 양형 사유 변화
이후 진행된 2심 재판에서는 류 씨의 형량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류 씨가 타인을 압박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좌표 찍기’ 행위를 자행한 점에 대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류 씨가 초범인 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그리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점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특히 류 씨가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에 도달한 점이 형량을 낮추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항소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류 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이 스토킹처벌법의 상습성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부분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의 확정으로 류 씨는 실형을 면하게 되었지만, 집행유예 기간 동안 법적 제약을 받게 됨과 동시에 의료인으로서의 자격 유지에도 치명적인 결격 사유를 갖게 됐다.

의료법에 따른 의사 면허 취소 및 재교부 규정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경과하지 않은 의료인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 류 씨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됨에 따라 이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됐다. 의료인 면허 취소는 법원의 판결이 확정됨과 동시에 행정 절차에 착수하게 되며, 류 씨는 향후 일정 기간 의사로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의료법은 면허가 취소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면허 재교부 신청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의료인에 대한 면허 규정이 강화된 이후, 의료계 집단행동과 관련된 범죄로 면허를 잃게 되는 주요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개정된 의료법은 의료인의 직업적 윤리와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해 강력범죄뿐만 아니라 일반 형사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도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류 씨의 경우 환자 진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명예훼손 및 스토킹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법정형의 무게에 따라 면허 박탈이라는 행정적 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헌법소원 제기 및 법적 쟁점
한편 류 씨 측은 이번 판결의 근거가 된 스토킹처벌법 조항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며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류 씨는 상고심 과정에서 해당 법 조항이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이에 류 씨는 최근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법문의 불명확성을 주장하고 있다. 류 씨 측의 주장에 따르면, 온라인에 게시물을 한 차례 올린 후 이를 삭제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만으로 스토킹 범죄의 요건인 ‘지속성’과 ‘반복성’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스토킹은 특정인을 직접 따라다니거나 기다리는 물리적 행위를 전제로 하지만, 정보통신망을 통한 온라인 스토킹은 그 경계가 모호하여 처벌 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우려가 있다는 논리다. 류 씨 측은 온라인 게시물이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는 상태를 범죄가 지속되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 단 한 번의 게시 행위만으로도 상습적인 스토킹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헌법재판소가 류 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지 여부는 향후 온라인상에서의 정보 유포 행위 처벌 기준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놓치면 후회하는 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