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풍선 시술 후 환자 사망 사건… 의료진 사법리스크에 신음하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한 의료진이 환자의 금식 여부를 구두로 확인한 후 응급 내시경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금고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사건은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위풍선 시술을 받은 환자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위풍선 제거를 요청했고, 의료진이 이를 응급 내시경을 통해 제거하려다 발생한 사망 사례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강한 우려를 표하며 “이번 판결은 필수의료를 위축시키고 의료진에게 과도한 사법적 부담을 부과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에 따르면, 의료진은 응급 상황에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시경 시술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금식 여부를 구두로 확인했고, 내시경 삽입 후 환자가 금식 상태가 아님을 인지하자 즉시 시술을 중단했다. 그러나 환자는 이후 사망에 이르렀고, 재판부는 의료진이 금식 여부를 서면이나 객관적 검사 없이 확인한 것이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1·2심 재판부는 “환자의 금식 상태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했어야 했으며, 구두 확인만으로 절차를 진행한 것은 의료 과실에 해당한다”며 의료진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흡인성 폐렴이 환자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내시경 시술을 한 의료진에게 형사 처벌을 내리는 것은 필수의료 분야의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진이 사법적 리스크를 우려해 적극적인 처치를 기피한다면, 응급환자가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적시에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판결이 응급 의료 시스템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응급 의료의 현실과 사법리스크의 가속화
의협은 “의료진이 시술 전 환자의 금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일반적인 절차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응급 시술에서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금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응급 내시경 시술의 경우, 환자의 상태가 급박하기 때문에 신속한 처치가 최우선이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통용되는 의료 가이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응급수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전신마취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이상의 금식이 필요하지만, 응급 상황에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즉시 수술이 이루어진다. 의협은 “이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며, 응급 의료 현장에서 신속한 처치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판결처럼 의료진에게 과실을 쉽게 묻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앞으로 의료진은 더욱 보수적인 진료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특히 의협은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재판이 월등히 많은 국가”라며 “미국, 유럽 등 의료 선진국에서는 의료 과실에 대해 민사적 배상이 중심이지만, 한국에서는 의료진이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궁극적으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사법부의 판결이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
의협은 “만약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의료진에게 유죄가 확정된다면, 앞으로 의료 현장에서는 모든 검사와 시술 전에 추가적인 금식 여부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의료서비스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크게 저해할 수 있으며, 의료진이 소극적인 진료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응급의료에서는 신속한 판단과 처치가 핵심인데, 의료진이 형사 처벌을 두려워해 과도하게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면, 의료 결정이 지연되고 환자의 상태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의협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응급 내시경이나 응급수술을 앞두고 의료진이 금식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면, 생명이 위독한 환자조차 신속한 치료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한 의료진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전체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사법부가 의료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현재 의료계는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의료진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고위험 필수진료과는 지속적으로 인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의협은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진에 대한 형사 처벌이 이어진다면, 필수의료 분야는 더욱 붕괴될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사법부는 판결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협은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이 내릴 최종 판결이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대법원의 판결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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