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과대학 신설의 유일한 기준이 오직 의학교육의 질에 달려 있어
📢 핵심 3줄 요약
1. 의과대학 신설은 정치적 논리나 지역 안배가 아닌 교육의 질적 수준을 최우선으로 결정해야 한다.
2. 전남 지역 의대 유치 과정에서 발생한 과열 경쟁과 법적 분쟁 등 사회적 갈등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3. 충분한 교수진과 부속병원 등 필수 인프라 없는 의대 설립은 결국 국민 건강권 침해로 이어진다.
7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의과대학 신설 및 지역의사제 도입 논의가 교육의 본질을 벗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되는 현 상황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의협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의사인력 양성은 교육과 연구, 진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탄탄한 기반 위에서만 가능함을 강조하며, 인프라에 대한 냉정한 평가 없이 정원부터 늘리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의과대학 신설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간의 유치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전남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의학교육의 질적 담보보다는 지역 정치적 셈법이 우선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의협은 이러한 현상이 결국 의학교육의 질 저하와 국민의 피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왜 의학교육의 질이 정치적 논리보다 앞서야 하는가?
의학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을 넘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고도의 전문성을 배양하는 과정이다. 1910년 미국에서 발표된 플렉스너 보고서(Flexner Report)는 의학교육의 표준화가 왜 중요한지를 역사적으로 증명한다. 당시 기준 미달의 의과대학들이 난립하며 부실한 의사를 배출하자, 엄격한 교육 기준을 도입해 의학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였던 사례다. 대한의사협회가 강조하는 원칙 역시 이러한 역사적 교훈과 궤를 같이한다.
의협은 의과대학 신설이 단순히 학교 건물 하나를 짓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임을 강조했다. 교육, 연구, 진료가 삼박자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정원만 늘리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정치적 선전이나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의대 신설이 이용될 경우, 그 대가는 고스란히 미래의 환자들이 치르게 된다는 점을 경고했다.
전남 지역 의대 유치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의 본질은 무엇인가?
의협은 최근 전남 지역 국립의과대학 신설 후보 대학 선정 과정은 의학교육의 본질이 훼손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학 간 유치 경쟁이 극도로 과열되면서 선정 절차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법적 소송까지 제기되는 등 지역사회의 분열이 심각한 수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의협은 특정 지역이나 대학의 유치에 대해 어떠한 편향된 입장도 갖고 있지 않음을 전제하면서도, 의사 양성 기관 설립이 소모적인 지역 갈등의 온상이 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 지역 이기주의나 정치적 안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국가 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며, 이에 의협은 이러한 갈등이 교육의 질을 논의해야 할 소중한 시간을 뺏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교육 인프라는 무엇인가?
의과대학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는 충분한 기초 및 임상 교원(의학의 기초 학문과 실제 환자 진료를 가르치는 교수진)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단순히 교수 자격증을 가진 인원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과 연구 지도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검증되어야 한다.
둘째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실습을 진행할 수 있는 부속병원과 임상 기반의 존재다. 부속병원은 예비 의사들이 실제 환자를 대면하며 임상 경험을 쌓는 핵심적인 교육 공간이다. 다양한 질환군을 경험할 수 있는 병상 규모와 의료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의 교육은 부실 의사를 양성할 위험이 크다. 셋째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KIMEE)의 엄격한 의학교육 평가인증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요건들에 대해 완벽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 채 설립을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부실 의대 설립이 초래할 미래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
과거 부실 교육 논란 끝에 폐교된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립된 의과대학은 결국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졸업생들의 역량 부족 문제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히 학교 하나의 실패가 아니라 해당 지역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직결됐다.
의협은 정치적 셈법에 의한 의대 신설이 이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의사가 현장에 배출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의협은 의학교육의 질 확보를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의협은 국민 건강 수호라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의대 신설 문제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올바른 의대 설립의 방향은?
결국 의과대학 신설의 성패는 얼마나 정치적으로 공평하게 배분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우수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의협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금이라도 정치적 논리를 거두고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과 인프라 확충 방안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향후 진행될 모든 의과대학 신설 논의 과정에서 교육의 질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치적 압력이나 지역사회의 요구에 밀려 원칙을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