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협 대선 후보에 보건부 독립 등 제안, 건강보험, 이렇게 바꿔야 삽니다” … 7대 의료정책 대전환 촉구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정책 제안서를 발표했다.
의협은 “지속가능한 미래 의료체계 구축, 모두를 위한 보편적 의료서비스, 신뢰하고 안심하는 의료환경 조성”이라는 3가지 핵심 키워드 아래,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독립시키는 ‘의료 거버넌스 혁신’을 포함한 7대 핵심 아젠다를 제시하며 국민 건강 증진과 보건의료체계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정책 제안은 단순한 의료계의 이익 대변을 넘어, 국민 건강권 수호라는 대의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과연 의협이 제시한 정책들이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에 반영되어 대한민국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미래 지향적인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초석이 될 수 있을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본다.

의협, “국민 건강권 수호를 위한 의료계의 책임 있는 약속”
의협은 2025년 5월 10일 ‘대한의사협회 대선 정책제안 보고회’를 개최하고, 제21대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할 보건의료 정책제안서를 공식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주요 정당, 학회, 의사회 등 관련 단체들이 초청되어 의협 대선기획본부가 마련한 정책들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정책 제안은 단순히 의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주장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의료계 대표단체의 책임 있는 목소리”라고 강조하며, “우리 의료계가 당면한 위기를 넘어, 국민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열기 위한 비전이자 약속”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특히 “의료의 정상화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의료전문가가 중심에 서야 한다”고 역설하며, “지난 4월 대선기획본부 출범식에서 말씀드렸듯, 우리 의료계는 지금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또한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되는 제안이 실현될 때, 비로소 지금의 혼란과 갈등 상황이 봉합되고 대한민국의 의료가 정상화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창수 의협 대선기획본부 공약연구단장 겸 공약준비TF위원장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대선 후보들에게 합리적인 보건의료정책을 공유함으로써, 대한민국 의료계의 체계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였고, 의협 대선기획본부에서 마련한 합리적인 정책제안 사항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잘 전달되어 향후 국정 운영에 적극 반영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3대 핵심 키워드와 7대 아젠다: 무엇을 담았나?
의협이 발표한 정책제안서는 크게 3가지 핵심 키워드와 이를 구체화하는 7가지 핵심 아젠다로 구성되어 있다.
3대 핵심 키워드:
- 지속가능한 미래 의료체계 구축: 의료 거버넌스 혁신, 글로벌 의료 인재 양성, 미래 의료기술 개발 및 의료산업 혁신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이고 발전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 모두를 위한 보편적 의료서비스: 일차의료 중심의 의료·돌봄 활성화, 필수의료의 안정적 제공을 위한 체계 구축을 통해 모든 국민이 필요할 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 신뢰하고 안심하는 의료환경 조성: 지역 의료격차 해소, 의료분쟁 예방과 의료현장 신뢰회복을 통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만족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7대 핵심 아젠다:
- 의료 거버넌스 혁신: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독립시켜 신설하고, 의료정책 의사결정체계 혁신 및 건강보험 거버넌스 재정립,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 재정립을 추진한다.
- 글로벌 의료 인재 양성: 세계 최고 수준의 의학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기초의학 및 융복합 의과학, 디지털 헬스 등 미래 전략 분야 교육 및 연구 역량을 강화한다.
- 미래 의료기술 개발 및 의료산업 혁신: 첨단 의료기술의 안전관리 및 책임체계를 구축하고, 의료정보 보안 강화 및 AI 기반 의료기술 오류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한다.
- 일차의료 중심의 의료·돌봄 활성화: 지역의사회 중심의 의료돌봄 지원센터 설립, 지역 일차의료기관 의사 협력체계 구축, 지역 통합 의료돌봄 실현을 위한 재정 확보 등을 추진한다.
- 필수의료의 안정적 제공을 위한 체계 구축: 지역 의과대학 및 수련병원 지원 강화, 필수의료 전문 인력 복수 진료 활성화, 전국민 골든타임 필수의료 안전망 구축 등을 통해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한다.
- 지역 의료격차 해소: 필수의료 취약지역 의료이용 지원 강화, 취약지역 맞춤형 필수의료 수가 및 인센티브 체계 도입, 공중보건의사제도 개선 등을 통해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완화한다.
- 의료분쟁 예방과 의료현장 신뢰회복: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 가입 증대를 위한 제도적 인센티브 도입,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등을 통해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조성한다.
‘보건부’ 독립, 왜 필요한가?: 의료 거버넌스 혁신의 핵심
이번 정책제안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단연 ‘보건부’ 독립이다. 의협은 현행 보건복지부 체제에서는 복지 중심의 조직 구성으로 인해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저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빈번한 발생과 장기화는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의 한계를 드러냈으며, 이는 보건의료 정책의 기획 및 집행 기능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의협은 전문적인 보건의료정책 수립과 효율적인 정책 집행을 위해 보건부를 신설하고, 보건의료 전문가 중심의 조직 개편과 예산 및 인사권 확보를 통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 의료정책 심의 거버넌스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 위기, 해법은?: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
의협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정책 추진으로 인해 수많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교육 현장과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제안서에는 필수의료의 안정적 제공을 위한 체계 구축과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지역 의과대학 및 수련병원 지원 강화 및 필수의료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 ▲필수의료 전문 인력의 복수 진료 활성화 및 의료취약지 의료서비스 확충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 및 세제 혜택 제공 ▲전국적 응급의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골든타임 필수의료 안전망 확보 ▲취약지역 맞춤형 필수의료 수가 및 인센티브 체계 도입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단축(현행 37~38개월에서 24개월로) 및 배치적정성위원회 설치 등이 제안됐다. 특히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할 경우 지원 희망률이 94.7%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됐다.
의료분쟁, 이대로 괜찮은가?: 신뢰받는 진료 환경 조성을 위한 제언
의료분쟁의 지속적인 증가와 의료행위에 대한 과잉 처벌은 필수의료 인력 이탈을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의협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받는 진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제안했다.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종합보험 또는 공제 가입을 조건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을 배제하되, 중과실 등에 대해서는 면책 제외 사유로 규정하여 환자 보호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 가입 증대를 위한 제도적 인센티브 도입과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특히, 분만 외에도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있는 필수의료 과목들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참조하여 필수의료 건당 보상금액을 합리적인 범위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번 보고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정책제안서를 각 정당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의료계의 입장과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요구가 대선 후보들의 공약 및 보건의료정책 수립 과정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한 의협의 제안들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그리고 차기 정부는 이러한 제안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정책으로 구현해 나갈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추 천 기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