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여교사의 우울증이 범죄 원인? 우울증 환자에 대한 낙인 우려… 의협, “우울증 환자가 범죄 저질렀다고 해서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것은 억측”
지난 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8살 여아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을 저지른 A교사는 평소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다.
대전경찰청은 해당 교사를 살인 혐의로 입건했으며, 범행 당시의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건은 오후 5시 50분경 돌봄교실에서 발생했으며, 피해자인 B양은 손과 팔 등을 다친 상태에서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범행 후 A교사 역시 목과 팔을 자해하여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은 범행 동기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으며, 해당 교사가 정신질환으로 인해 휴직했다가 지난해 말 복직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정신질환이 직접적인 범행 동기인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신중한 분석이 요구되고 있다.

“우울증 환자가 범죄 저질렀다고 해서 우울증이 원인일까?”
해당 사건 이후, 범죄의 원인을 우울증과 연관 짓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우울증과 범죄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는 것은 위험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의협은 13일 공식 성명을 통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표하는 한편, “이번 사건이 우울증과 무관하게 피의자의 개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신과 전문의가 부실하게 소견서를 작성하여 범죄를 방임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범죄율과 우울증, 직접적인 연관 없어
의협은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중범죄율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다”고 전했다.
일부 범죄 전문가들 역시 이번 사건이 사전에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이 크며, 우울증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만으로 우울증이 범죄의 원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단순한 인과관계 설정은 우울증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고,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치료받기를 꺼리게 만들 수 있다.

전문의 소견서, 철저한 검토 후 작성
의협은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부실한 소견서를 작성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신과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신체적 증상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대인관계 등 다양한 외부 요인들을 고려하여 매우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협은 “정신과 의사가 미래의 폭력 행동을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가해자의 병력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울증과 소견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라고 경고했다.

우울증 환자에 대한 낙인, 정신건강 악화 초래할 수도
우울증과 범죄를 연결 짓는 보도가 계속될 경우, 우울증 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치료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한국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의협은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또한 “우울증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울증과 범죄 사이의 관계를 보다 신중하게 논의하고, 정신질환 환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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